어떻게 습관의 종자를 바꾸고, 무의식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 해결의 실마리는 7식의 조종을 받는 제6의식에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사건을 만나면 먼저 느낌이 일어나고, 그 느낌에 따라 좋거나 싫은 감정이 생긴다. 좋으면 가지고 싶고 싫으면 멀리하려는 의지작용이 생기며, 결국 실행에 옮겨 선악(善惡)의 업을 짓게 된다. 유식에서는 의지작용이 생기기 바로 전단계인 올라오는 감정에 집중하라고 한다. 즉 마음에서 일어나는 감정들을 ‘자아’에서 분리시켜 바라보라는 것이다. 요동치는 감정들은 집착하면 할수록 그 세력은 더욱 강성해지고 자신을 더 세게 옭아맨다. 그러나 감정에서 적당히 떨어져서 바라보면 그 감정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저절로 사라진다. 사실 인간이 몸을 가지고 태어난 이상 모든 욕망이나 그 욕망에서 파생되는 감정들을 다 없앤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오히려 요동치는 감정을 없애려하거나 통제하기 보다는 자아에서 감정들을 분리시켜 바라볼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감정을 제어하기가 수월해 보인다. 온갖 감정들과 함께 살면서도 거기에 예속되지 않는 삶! 이렇게 수행해 간다면 켜켜이 쌓인 습기를 닦아내고, 제 멋대로 작동하여 나를 괴롭게 했던 무의식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유식을 통해 ‘고집불통 망나니’를 치료하고 좀 더 열린 세계로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의 유식공부가 나를 설레게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