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 스님: 애들이 변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거예요. 본인들이 알아서 변해가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결과가 안 나왔다고 하는 것을 가지고 내가 마음 아파하는 것은 설정이 잘못됐어요. 내가 교사나 부모니까 이렇게 하면 아이가 이렇게 될 것이다, 천만의 말씀, 안 돼요. 그래서 내 감정이 감당할 만큼만 좋아하고 그냥 ‘본인이 알아서 잘 크겠지.’ 이렇게 생각해야 해요. 내가 그 애한테 바라면서 좋아하면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선생님을 배반해요. 그러니까 바라지 마세요. 어차피 얼마나 해 봤는지 모르겠지만 매년 겪는 일이잖아요.
다음 해 되면 또 ‘내가 담임 맡아서 애들을 바꿀 것이다’ 하고 착각을 하는 거예요. 그게 안 돼요. 그러니까 내가 좋아할 수 있는, 힘들지 않을 정도까지만 좋아하고 (나머지는 자기가 알아서 크니까) 적당히 좋아하는 데서 끝나는 훈련이 필요해요. 변화가 되고 안 되는 것까지 감당하려고 하면 보살님이 아무리 잘 해줘도 안 돼요. 부모가 바라는 것조차도 애들은 잘 안 해요. 교사라고 되겠어요.
그래서 내가 적당히 좋아하고 ‘변하든 말든 너희들 책임이다’라고 그런 식으로 대하는 훈련을 해야 해요. 그러니까 이것은 설정을 잘못한 거예요. 내가 생각하는 대로 학생이 변하면 좋긴 해요. 우리가 살아온 경험이 있으니까, 그렇게 살면 학생한테 도움이 될 것이고. 근데 학생은 그것이 도움이 될지 안 될지 아무 상관이 없는 거예요. 앞으로는 그냥 그렇게만 하시면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