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하다. 이해는 되지 않는데 선명하게 외어진다. ‘무망지질无妄之疾, 물약勿藥, 유희有喜.’ 무망无妄괘 구오九五효사다. 무망无妄괘에 대하여 「서괘전」은 ‘무망无妄괘의 모습은 건乾괘가 위에 있고 진震괘가 아래로 있다. 진괘는 움직임을 상징하는데, 하늘로서 움직이면 진실함이 되고, 인간의 욕심으로 움직이면 거짓됨[妄]이 있다. 무망이라는 뜻이 위대하구나!’라고 설명한다. 이 설명을 따르면 무망지질无妄之疾은 인간의 욕심에 의해 일어난 병이 아니라 하늘의 뜻에 따라 일어난 병이며 약을 쓰는 것은 인간의 욕심이고 약을 쓰지 않는 것이 하늘의 뜻이다. ‘병과 약에 대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구나.’ 무망지질을 이해하려고 애를 쓰면서 든 생각이다.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고 병원을 나서며 망설였다. 언젠가 감기 초창기에 빨리 낫고픈 욕심으로 약을 지어 먹었지만 옴팡지게 고생만하고 앓을 만큼 앓고 나서야 회복 된 적이 있다. 그 후로 감기약은 먹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에는 나를 믿을 수 없었다. 약을 믿기로 했다. 약을 먹는 동안 콧물은 흐르지 않았다. 대신에 머리가 아팠다. 나흘이 지나고 처방 받은 약을 다 먹었다. 다음날부터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해열제에 의존해 닷새를 지내고도 열이 내리지 않아 코로나 치료제를 처방받았다. 열은 내렸지만 머리가 아프고 증상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4월 한 달을 코로나와 씨름하며 보냈다. 지금도 의문이다. 꼭 약을 먹어야 했을까? 물론 나의 답은 ‘먹어야 했다’이다. 나의 병은 무망지질이 아니었으니까.
하늘은 몸을 통하여 신호를 보낸다. 지금 여기에 집중하라고. 삶은 수단이 아니고 과정이라고. 그런데 나는 약으로 그 신호를 가리고 못 본체하며 행복이라는 망妄을 향하여 질주를 한다. 병이라도 나면 빨리 약을 먹고 다시 질주를 한다. 채울 수 없는 욕망을 향한 무한 질주를 행복이라고 착각하면서. 무망하면 ‘밭을 갈지 않고서도, 수확하며, 1년 된 밭을 만들지 않고서도, 3년 된 밭이 되니, 나아갈 바를 두는 것이 이롭다.’고 했는데도. 밭을 갈기도 전에 수확을 생각하고 밭을 묵히기도 전에 비옥한 땅을 욕망한다. 내가 바라는 것은 무망이 아니라 무병無病이다. 하늘의 이치가 아니라 인간의 욕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