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나 몸에 관한 지식과 환자의 상황이 완전히 일치할 수 없는 것도 사실. 그리하여 치료는 의사의 권위와 환자의 입장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균형을 잡아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예컨대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처럼 환자에게 헌신적이고 능력 있는 의사들이 있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물론 현실에서 치료의 성공적인 사례는 잘 찾아보기 힘들다. 의사는 진료 과정을 따라오지 못하는 환자에게 쉬이 답답함을 느끼고, 환자는 제 사정도 알아줄 여유가 없는 의사들이 야속하기만 하다. 정말이지 훌륭한 치료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처럼 인간과 인간 사이의 치료도 쉬운 일이 아닐진대, 동물과 인간 사이에서의 치료는 어떨까? 동물에게 말을 전하지 못하니 치료-인간이 권위적이 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무엇보다 동거-동물과의 언어적 소통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치료-인간과 동거-동물 사이의 균형을 맞춘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나마 치료-인간은 동거-인간을 통해 동거-동물과 소통할 수 있지만, 2편에서 살펴보았듯 동거-인간이 동거-동물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동거-동물은 때로 동거-인간의 관계 위에서 질병에 걸리기도 하고, 동거-동물의 자연스런 행동이 동거-인간이 여기기에 이상 행동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그나마 동물의 입장을 대변하는 치료란 오히려 모든 인간의 치료를 중단하는 것에 있지 않은가 싶은 의문이 들게 된다. 동물들은 아프면 밥을 먹지 않는 것으로 증세를 보이기도 하는데, 치료-인간은 동물이 밥을 먹지 않는 원인들을 탐색하면서도 동시에 금식을 하는 기간이 늘어나면 강제적으로 영양분을 공급하려고 한다. 쉽게 말하면 강제 급식, 즉 밥을 억지로 먹인다는 것이다. 밥을 먹지 않았을 때 더 큰 문제가 생길지 몰라 밥을 먹이려고 한다는 건 이해가 가지만, 막상 밥을 억지로 먹이는 장면을 본다면 심히 고민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밥을 주는 게 정말 동물에게 도움이 되는 건가? 오히려 억지로 먹는 밥이 동물에게 독이 되지나 않을까? 보다 우아한 방법으로는 식욕촉진제를 먹이는 방법이 있지만, 식욕촉진제의 성분은 항우울제로 뇌의 신경 신호를 조작하여 억지로 밥을 먹인다는 점에서는 강제로 먹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뇌에 작용하는 약물인 만큼 부작용도 있다. 그 득실을 모두 따져 보았을 때, 인간이 동물에게 하는 치료는 과연 동물에게 고통을 덜어 주는 작업이 될 수 있을까? 만약 치료가 오히려 동물에게 고통을 주게 된다면, 치료-인간은 마땅히 치료를 그만두어야 하는 건 아닐까? 이제 겨우 경력 1년 차를 채우려는 인턴이 벌써부터 실직 위기에 처하게 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