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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인류 최고의 철학 앞 부분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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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목바람 작성일13-12-11 09:53 조회3,317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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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생활은 3만년 전 인류가 획득한 잠재 능력을 전면적으로 발휘함으로써 이루어져 왔다고 합니다.
후기 구석기 시대 뇌속에 서로 다른 인식 영역을 연결시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뉴런 네트워크가 형성되면서 인류가 체험한 가장 거대한 혁명인 신석기 혁명이 도래한 것입니다.
인간과 동물이 깊은 공생 관계였고 인간도 다른 모든 생물과 마찬가지로 이 지구를 임시 거주지로 삼고 있을 뿐으로 때가 되면 소멸해 버릴 수도 있는, 이 우주속에서 매우 연약한 존재 임을 알기에 신화는 인간들에게 적합한 장소를 제공하려 했던 철학입니다. 그러나  이런 관계가 공간과 시간 속으로 흩어져서 본래의 연관성을 잃어 버린 듯이 보이는 것에 대해 상실된 연관성을 회복시키고, 상호관계의 균형이 심하게 깨진 것에 대해 대칭성을 회복시키고자 노력하는 것이며, 현실 세계에서는 양립이 불가능해진 것에 대해 공생의 가능성을 논리적으로 찾아내는 것이 신화의 지향점입니다.
이런점에서 레비스트로스는 오늘날의 철학을 신화가 개척해서 선점해 둔 영토에서 자연아의 대담함을 잃은 신중한 걸음걸이로 뒤쫓아 가려는 시도에 불과하다며 신화를 철학의 선행자라고 해도 무방 하다 합니다.
 
신화를 '인류 최고의 철학' 이라는 표현을 쓴 레비스트로스는 신화는 오랜 기간 인간이 축적해 온 지혜와 지성이 보존 되어있고 신화를 배우지 않는 다는 것은 인간을 배우지 않는 다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 말이 마음에 와 닿지는 않지만, 나도 모르게 끌리고 있음을 알기에 이번 공부가 설레입니다.
같이 공부하시는 샘들 모두 그런 것 같아요.
그렇지만 너무 깊게 끌려서 우리 자신이 신화의 주인공이 되고 싶지는 않고, 그러면서도 신화가 내포한 상징과 비밀은 알아내고 싶은 속셈으로 들여다 보고 있지요. 왜냐하면 신화는 야생의 사고를 그대로 드러내고 역동적인 비틀림이나 반전, 터무니 없는 비약이 빈번한데, 현대의 교육으로 무장한 나름 합리적인 우리들의 의식이 거부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신화는 비합리적인 논리를 매우 좋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부로 깊숙이 들어가 보면 비합리적 경계선 바로 앞까지 접근하면서도 그 선을 넘지는 않고 아무리 환상적인 상황을 상상하고 있을때라 할 지라도, 현실세계에 대한 강렬한 관심과 현실세계를 지적으로 이해하고 싶어하는 욕구를 상실한 적이 없다네요.
이 점이 우리를 끌리게 하는 것 같아요. 신화는 또 현실세계를 희생시키면서까지 관념이나 환상의 세계에 몰두하려고 하는 비현실성에 빠지는 경우가 절대로 없다고 합니다. (레비스트로스의 말이긴 하지만)
그런고로 좀 더 깊게 빠져도 괜찮을 것도 같지요? 왠만큼 빠져도 융샘의 레드북 같은 책을 쓸 일은 없을거예요^^
 
신화에서는 우리가 쉽게 느낄 수 있는 감각의 논리를 많이 사용합니다.
일본 천왕의 선조중 한 사람이 벼를 생산하는 기술을 갖고 한반도에서 이주한 부족장의 둘째딸의 미모에 반해 청혼을 합니다. 그러자 부족장인 아버지는 기쁘게 언니와 함께 결혼을 하도록 허락합니다. 그 땐 결혼이 일종의 교환과 교섭의 수단이자 증여도 되는 것이기에 선심성 선물의 의미로 언니를 딸려보낸 셈이지요.
그러나 천왕의 선조는 언니의 용모가 매우 추했기에 여동생만 취하고 언니를 돌려 보내고 맙니다~~
모욕을 당한 아버지는
 '당신을 얼마나 어리석은 짓을 했는가? 여동생은 아름다운 꽃을 피게 하는 식물처럼, 태어나서 아름답게 꽃을 피췄다가 우수수 떨어져버리는 유한한 생명을 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암석처럼 절대로 썩지 않는 영원한 생명을 당신에게 부여하고자 언니도 주려고 했는데 당신은 그걸 거부했다. 앞으로 당신의 자손에게는 죽음이라는 것이 찾아와 무한한 생명을 즐길 수 없게 될 것이다'
여기서는 예쁨과 추함이 식물과 암석으로 대립되며 인간이 아름다운 것에 끌리는 본능으로 죽음 또한 피할 수 없음을 얘기합니다. 인도네시아의 포소족 신화에서는 이와 비슷한 논리로 바나나와 돌을,  썩는 것과 썩지 않는 것으로 대립시키고,
또 다른 신화에서는 딱딱함과 말랑말랑함으로  죽음의 기원을 얘기하고 있지만 신화의 메시지는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인간이 불사의 정령과 대립하는 것입니다.
신화는 이야기에 의해 전승되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과 지역에 따라 변형을 합니다. 그러나 오랜 세월 동안 여러 지역에서 변화와 발전의 과정을 거치면서도 공통의 핵에 해당하는 것만은 불변인 채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멋지게 변형된(제 생각이지만) 테네테하라족의 신화를 들려드리겠습니다.
" 젊은 인디언 여자가 숲에서 뱀을 만나 뱀의 아이를 낳았는데 그 아이는 태어날때부터 청년이었다. 청년은 매일 숲으로 가서 어머니를 위해 화살을 만들고 밤에 돌아오면 어머니의 자궁으로 기어들었다. 여자의 오빠가 이 비밀을 알게되어 여동생에게 몸을 숨기게 하여 청년은 어머니에게 돌아올 수 없었다. 뱀의 아들은 할아버지 뱀에게 방법을 물어보자 할아버지 뱀은 화살을 만들어서 그걸로 아버지를 쏴서 잡으라고 했다. 하지만 아들은 그런 짓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밤의 어슬푸레한 빛 속에서 변신을 해서 활과 화살을 갖고 하늘로 올라갔다. 하늘에 도착하자 무기를 산산조각을 냈는데 그것들이 모두 별이 되었다. ~~  "
이 이야기는 프로이트가 외디푸스로 해석하기에 딱 좋은 신화이지만 해석의 문제를 젖혀 놓고 이 아이가 할아버지의 제의를 거절하고 자신의 욕망을 단념했음이 독특하고 매력적입니다.
그렇습니다 신화적 사고를 한다고 해서 신화처럼 되는 것은 물론 아니고, 그것을 변형하고 넘어서서 새로운 나만의 이야기, 나의 신화를 창조할 수 있음이 우리 공부의 즐거움과 설레임을 가져다 주는 것 아닐까요?   
  
댓글목록

이진님의 댓글

이진 작성일

신화로의 끌림은 결핍된 것으로의 끌림 같아요. 끌리긴 끌리는데 당최 가까워지기는 어렵다는.....전 아직 목적지향적 사고 부류이니까요ㅠㅠ

일명님의 댓글

일명 작성일

경희샘, 잘 읽었습니다. 융과 신화읽기는 정말 매력적인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