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주역스쿨 3주차 후기 > 토요 감이당 주역스쿨

토요 감이당 주역스쿨

홈 > Tg스쿨 > 토요 감이당 주역스쿨

토요주역스쿨 3주차 후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개심 작성일23-08-19 21:34 조회201회 댓글1건

본문

토요주역스쿨 3주차 후기입니다.

 

방학뒤 첫 수업인데 무더위 때문에 줌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아침에 여유가 생겨서 좋았지만 역시 현장만큼 몰입이 안 되네요.

 

오늘 계사전 공부시간에 설괘전을 처음 만났습니다. 오늘 배운 문구 중 궁리진성 이지어명(窮理盡性 以至於命)이란 문구가 좋았습니다. 자연과 자연을 닮은 인간의 궁극적 성질/본성에 대해 계속 탐구하고 익혀 나가면 자연의 가장 아름다운 상태를 알 수 있다라고 풀이해 주셨는데요. 자연의 가장 아름다운 상태뿐만이겠습니까, 그 자연과 소통하는 인간의 아름다운 상태도 알 수 있겠지요. 멋집니다, 공부할 기분이 납니다.

계사전 공부시간에는 象의 중요성을 재차 확인했습니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 확인된 숫자로 설명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데 이것만으로는 앎이 충족되지 않고 세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주역공부를 계기로 상징성을 꾸준히 공부하면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혀 갈 수 있습니다. 계사전 3장은 이런 象의 중요성이 강조된 장입니다. 像에서 象으로, 掛에서 卦로 한자가 바뀐 이유도 주역을 좀 더 크게, 더 깊고 넓게 해석하기 위해서입니다.

 

빌헬름 주역강의는 한 페이지도 쉽게 넘기기 힘든 책이지만 읽을수록 묘한 매력이 느껴집니다.

옥숙샘께서 다섯번째 강의인 체세술의 정신, 지애샘께서 여섯번째 강의인 변화속의 불변에 대해 발제를 해 주셨습니다.  

체세술의 정신에서는 우선 처세술이 예술과 연결된다는 게 흥미로웠습니다. 물론 처세술이 예술까지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만. 창조라는 건 운명을 거부하는 몸부림일 것 같았는데, 운명을 받아들이는 데서 창조의 길이 열리는 것도, 호랑이 꼬리를 밟았는데도 호랑이에게 물리지 않는 이유는 지구상의 가장 큰 힘인 어린 아이의 웃음때문이라는 것도 아리송하면서 여운이 길게 남는 문구들입니다. 아무튼 이제까지는 처세를 잘하는 사람을 곱게 보지 않았는데 앞으론 달리 보려 한다는 옥숙샘의 마무리 멘트에 동의합니다.

지애샘은 인상깊었던 문구들을 차례차례 짚어 주셨는데요. 인상깊었던 내용은 154쪽 내용중 천재의 특성은 그가 자신의 존재와 일치해서 행동한다는 것이다.인데요. 지애샘께서 읽으신 무탄트 일기에서 읽은 흥미로운 사례를 인용해 주셨습니다. 사례의 주인공은 미국 여의사인데 학회 모임으로 호주에 갔다가 우연히 호주 원주민 마을에서 몇 달동안 체류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원주민들의 죽음의 풍습에 대해 알게 됩니다. 원주민들은 죽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홀로 사막에 들어가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고 합니다. 스스로 자신의 죽음을 선택합니다. 이들은 현대인들이 태어난 이유를 모를 뿐 아니라 자신의 죽음을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을 불쌍하게 생각한다고 합니다. 자신의 존재와 일치해서 행동하는 천재의 특성을 보며 이 사례가 떠오르셨다고 하네요. 그나저나 자신의 존재와 일치해서 행동한다는 게 뭘까요? 느닷없이 계사전 7장에 나오는 성성존존 도의지문이 떠오릅니다.

 

상헌샘의 코멘트도 소개해 드립니다. 빌헬름 주역강의 책을 볼 때 어려운 점중 하나는 아직 배우지 않는 괘가 나오는 것인데요. 배웠던 괘와 배우지 않은 괘는 확실히 느낌이 다르지요. 애먼 고생을 한다 생각하지 마시고 앞으로 안 배운 괘, 예를 들면 천택리, 수풍정 괘를 공부할 때 빌헬름 주역강의를 다시 한번 보면 공부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주역을 공부하는 방법도 조언해 주셨는데요. 빌헬름 주역강의와 같은 현대 철학책을 함께 공부하는 게 좋다고 하셨습니다. 136쪽에 있는 풍택중부괘의 ’, 즉 유부에 대해서는, 오늘날처럼 멍청한 대중들이 앞뒤없이 귀중한 정신적 유산을 파괴하려 들 때 지켜 나가야 할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탐구하는 것이 유부의 태도이고, 139쪽 내용중 신이 우리 안에 살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신이 우리 안에 살 수 있게 하려면 어떤 공부를 해야 할까? 하는 방향으로 생각을 해 보기를 바란다고 하셨죠. 변화속의 불변을 이야기하면서 불변을 찾아가는 마음을 부모의 마음에 비유하셨는데요. 부모의 최선의 길은 기다림이다. 재촉하면 생명을 망치게 된다고 하셨구요. 151, 나는 이 세상의 시작과 끝에 대한 이러한 물음들을 쓸데없는 물음이라고 믿고 있다.가 철학이 필요없다는 말이냐?는 의문에 대해서 현실을 도외시하고 궁극적인 실체만 찾아가는 그런 철학은 필요없다. 하나님을 절대시 하는 철학. 플라톤 궁극의 이데아 등등 존재와 일치시키려는 태도가 그렇다. 그러나, 현재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진지하게 해결해 나가려는 그런 철학은 필요하다. 이것이 주역이라고 하셨습니다.

 

오늘 배운 주역괘는 풍산점괘와 뇌산소과괘입니다.

풍산점괘는 지형샘이, 뇌산소과괘는 빌헬름 발제까지 공부복이 터진 옥숙샘께서 미니렉처를 진행하셨습니다.

풍산점괘는 순서대로 차례차례 나아간다는 의미를 담은 괘인데요. 결혼의 6단계 절차를 사례로 삼아 풍산점괘의 의미를 실감나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근데 6단계 절차가 뭔지는 기억이 안 나고 결혼 6단계 절차에 비추어 보면 자유연애가 풍기문란이며 법도에 어긋나는 행위라는 멘트만 기억나네요. 뇌산소과괘는 지나침에 대한 응원의 괘입니다. 올바름을 바로잡기 위한 지나침은 당연히 OK입니다. 지나침이 문제가 되기는커녕 뇌산소과괘가 형통한 이유가 됩니다. 대상전이 압권입니다. 행과호공, 상과호애, 용과호검!

 

세경샘의 강의내용중 저에게 인상깊었던 내용을 말씀드리면 풍산점괘의 경우 나아감은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나아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치에 맞게 나아간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거기에 물이 스며들듯이 나아가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나아감이 결혼에 비유되는 이유는 결혼이 당연히 인생에 있어 커다란 사건이기 때문인데 사는 곳이 달라지고, 사는 방식이 바뀌고, 혼인 당사자 서로는 물론 부모님과 집안이 서로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신중하고 이치에 맞는 나아감은 결혼뿐만이 아니라 왕과 신하와 같이 윗사람, 아랫 사람이 서로 알아가는 것, 친구사이와 같은 다른 인간관계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효사별로 보면 초육효에 대한 관대한 태도가 역시 압권이었습니다. 주역은 초효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거긴 원래 부족한 자리야. 걱정말고 한발 내디디면 돼!빽도 없고 배경도 없으면 잘 나가기 힘들거라고 제풀에 주저앉는 현대인들에게 격려가 되는 메시지입니다. 구오효의 해석도 기억에 남습니다. 중정의 자리를 확보한 강력하고 탁월한 군주에게도 순차적으로 나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랍니다. 이렇게 막강한 군주에게도 순차적인 나아감을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뇌산소과괘는 왜 주역에서 작은 과도함을 다룰까? 하는 의문으로 시작했습니다. 큰 일이 잘못됐을 때 뭔가 대단한 해결책을 찾기 보다는 자기가 할 수 있는 겸손하게 하는 것이 회복을 도모하는 방법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은 일을 잘 다루면 큰 일을 잘못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이죠. 작은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은 주역 여러 괘에서 포착됩니다. 소과가 형통한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주역에서는 큰 균형을 잡아가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 내가 해야 할 마땅한 일을 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음이 많은 가운데서 구삼효, 구사효 두 효가 중심을 잡고 형통함을 지켜내고 있습니다. 괘사중 불의상 의하 대길의 풀이도 재밌었습니다. 높이 올라가는 것은 좋지만 마냥 올라가는 것은 마땅치 않다. 자신이 굳건히 설수 있는 땅으로 돌아와라. 도올 선생님은 대지에 충실하라!는 멋진 문구로 풀이를 대신하셨습니다.

 

하루 세 시간인데 후기를 쓰다 보니 공부한 내용이 정말 많네요. 난이도도 만만치 않구요. 소화불량의 나날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자주 쓰는 것도 아닌데 글을 쓸 때마다 암탉의 배를 가르고 달걀을 꺼내는 참담함을 느끼는 데요. 후기 쓸 때도 마찬가집니다. 아무튼 너무 길어서 죄송합니다.

댓글목록

서경호님의 댓글

서경호 작성일

태희쌤, 암탉의 배를 갈라 어렵게 탈고한 후기 잘 읽었습니다. 태희쌤은 10년후 저의 롤모델이십니다. 열심히 뒤따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