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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일 4학기 9주차 수업후기-1조 금홍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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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작성일23-12-17 15:44 조회176회 댓글1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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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학기 때와 같이 후기와 에세이 작성이 겹쳤다. 중수감(重水坎)이다. 에세이초고도 얼기설기 휘갈겨놓고 손도 못대고 있는 판에 후기도 써야하니, ()히 급하다. 후기를 최대한 짧은 시간 안에 짧게 파박 쓰고 에세이작성에 집중하기로 잔머릴 굴려본다.

  9주차 수업은 조별단체암송과 개인암송이다. 1조는 주역 마지막 괘인 화수미제(火水未濟)를 주제로 소품으로 여우꼬리까지 준비하는 등 다양한 소품을 활용해 미제괘를 입체적으로 표현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으니 진경백리(震驚百里)로다. 2조는 왕양명의 생애에서 중요한 분수령이 되는 용장오도(龍場悟道)를 주제로 삼았다. 그는 37세 때 고산지대인 귀주의 용장에서 생활할 때, 사망체험을 하면서 생사불이(生死不二)를 깨닫게 된다. 이 때 왕양명은 모든 사물속에 천리(天理)가 있다는 주희의 성즉리(性卽理) 학설을 부정하고 모든 사물의 천리는 마음속에 있다는 심즉리(心卽理) 사상을 확립해 심학(心學)의 기초를 세우게 되는데, 2조는 이런 용장오도(龍場悟道)의 핵심을 훌륭하게 표현해 주었다. 3조는 왕양명이 16세 때 벌인 격죽(格竹)--주희의 격물치지론에 따라 천리를 깨달으려 대나무숲에서 일주일간이나 대나무와 마주하다 과로로 쓰러진--사건을 모티브로 삼아 왕양명 학설을 연극으로 꾸몄다. 3조는 왕양명 학설의 알짜를 재치있고 위트있게 꾸며 발표했는데 조장인 홍선화샘이 연극공부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조원들의 연기가 일품이었다. 3조샘들, 연극배우 해도 되겠다. 귀여운 양말로 통일한 드레스코드, 깜찍했고 신의 한 수였다.

  개인암송은 주역괘, 왕양명의 시 등 다양한 내용으로 이뤄졌는데, 나는 뭐 좀 짧으면서 의미있는 게 없을까 하고 찾다가 왕양명 학설의 핵심을 담고 있는 사구교(四句敎)’를 택해 암송했다. 같은 마음이었는지 나와 같은 조의 남궁진샘도 사구교를 암송했다. 개인암송의 백미는 김유경샘이었다. 왕양명의 찐팬이라는 유경샘은 특이하게도 왕양명의 일대기를 택해 술술 암송했다. 나도 찐팬이지만, 얼마나 찐팬이기에 일대기를 암송할 생각을 했을까. 얼마 전 발제할 때도 머릿속에 다 담아와 줄줄줄 발표하더니, 감탄이 절로 난다. 백미가 또 한 명 있었으니 바로 기연우샘이다. 고봉의 후손이라 그런가, 하경 34괘 중 16괘를 좔좔좔 암송하는 괴력을 또다시 선보였다. 두 분 모두 암송의 달인 되시겠다. 심사는 푸근한 인상을 가진 젊은 한도경샘이 해주었는데, 단체상은 3조가, 개인상은 김유경샘과 기연우샘이 받았다. 축하합니다^^

  다음주 4학기 에세이발표를 끝으로 1년에 가까운 주역대장정(周易大長征)이 끝난다. 꼴랑 1년 가까운 여정을 두고 대장정이라 하니 살짝 민망하긴 하지만 아직 현역인 나로서는 짧지 않은 시공간을 지나온 느낌이다. 21명 중 단 한명도 중도에 그만두지 않고 졸업하게 되었으니 이 또한 감사한 일이다. 1조샘들과는 토론도 많이 하고 술도 자주 먹고 하면서 정도 들고 돈독한 유대관계가 만들어졌으나 다른 조의 샘들과는 가깝게 지낼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1년여동안 목요주역반을 잘 이끌어준 담임 주란샘께 감사드린다. 같이 밥한끼, 술한잔 하지 못하고 졸업하게 되어 못못내내 아쉽다. 저에게 공부하는 내내 좋은기운(瑞氣)을 보내준 스무명의 샘들께 감사드린다우리는 모두 연인(緣人)’! 무초유종(無初有終), 종즉유시(終卽有始).

안아주기 / 나호열 

어디 쉬운 일인가

나무를, 책상을, 모르는 사람을

안아 준다는 것이

물컹하게 가슴과 가슴이 맞닿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그대, 어둠을 안아보았는가

무량한 허공을 안아보았는가

슬픔도 안으면 따뜻하다

마음도 안으면 따뜻하다

가슴이 없다면

우주는 우주가 아니다

 

 

댓글목록

레지나님의 댓글

레지나 작성일

1년의 마무리가 선생님의 후기를 통해 방점을 찍는 듯 합니다. 모든 선생님들께서 끝까지 공부에 정진 하신 모습에 감동하며 또 만날 기회가 있겠지요! 人生何处不相逢이라고 했던가요?

강산님의 댓글

강산 댓글의 댓글 작성일

맞습니다, 살다보면 만나게 되어 있지요. 그래서
경행록(景行錄)에서 그 구절 앞에 "은의광시(恩義廣施):은의를 너리 베풀며 살라"고 했지요

감사합니다, 현정샘^^

다호님의 댓글

다호 작성일

가슴이 없다면 우주는 우주가 아니다. 와우, 멋진 시구네요. 자꾸 사랑과 존재의 의미를 곱씹게 만드는~^^  샘의 후기를 읽으며 목감주 샘들과의 인연이 새삼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역시 올 한 해 좋은 기운 나눠준 샘들께, 물론 홍섭샘께도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네요.^^

강산님의 댓글

강산 댓글의 댓글 작성일

심외무물(心外無物);마음밖에는 사물이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의식에 들어오지 않는 사물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심불재언 시이불견 ( 心不在焉 視而不見); 마음에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詩의 마지막 구절은 양명의 사상과 일맥상통 합니다.

연숙샘,감사합니다^^

구구님의 댓글

구구 작성일

홍섭샘 후기를 읽다보니 처음 뵈었던 목요주역 샘들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호기심어리고 걱정이 함께 보였던 모습이 어느새부턴가 함께 웃고 울수 있을 정도로 편안해졌지요^^
올 한해도 즐겁게 감사하게 공부했습니다. 이제 정말 3일 후면 1년과정이 마무리 되네요. 마지막 에세이 화이팅하고 목요일에 뵈어요!! 홍섭샘~후기 쓰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강산님의 댓글

강산 댓글의 댓글 작성일

주역을 "세심경(洗心經)"이라 일컫는데,
사력을 다해 마음을 닦아온 샘.

본숙샘이 살아온 고난과 역경의 삶에 빛이 깃들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어둠이 깊은만큼 새벽빛이 밝은 법이니.

물극필반(物極必反).

보영님의 댓글

보영 작성일

홍섭샘 글을 읽으니 그날의 일들이 생생하게 떠오르네요~ 맛갈스러운 후기 잘 읽었습니다. 1년이 후딱 지나가서 넘 아쉽지만, 우리의 만남은 수화기제가 아니라 화수미제겠죠?  링크 걸어주신 노래와 마지막에 써주신 시 한편 음미하면서 지난 일년을 맘속에 담고 새해를 향해 나아가보렵니다^^

강산님의 댓글

강산 댓글의 댓글 작성일

유경샘의 글이나 발표내용을 보면  학이사(學而思), 사이학(思而學)이 느껴집니다. 내년에도 더 큰 성취 이루시길!

감사합니다^^

홍은선님의 댓글

홍은선 작성일

파박 쓰신 후기가 아니라 진심 가득으로 암송현장과 종강 아쉬움을 담으셨네요. 사정상 일찍 나와서 유경샘 암송이 궁금했는데 멋진 그림이 그려져요.^^ 후기를 보니 더욱더 지난 시간이  소중하고 헤어짐이 아쉽네요.우린 모두 적어도 한번씩은 마음으로 따뜻하게 안아준 인연임이 분명합니다~^^

강산님의 댓글

강산 댓글의 댓글 작성일

올해 은선샘이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보니 홍점우반(鴻漸于磐)에는 이미 당도했고 내년엔 홍점우규(鴻漸于逵)로 나아가리라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이성근님의 댓글

이성근 작성일

후기가 아주 산해진미 일품입니다!
맛깔스럽고 한눈에 읽히는 요약솜씨에
이에 어울리는 한편의 시까지
홍섭샘의 글솜씨와 미경샘의 답가에 오늘밤 에세이에 취해보렵니다^^

강산님의 댓글

강산 댓글의 댓글 작성일

예능기질이 풍부한 성근샘!
술 한잔 같이 못해 아쉽네요.
내년에, 비구혼구 왕우우 즉길
(匪寇婚媾  往遇雨 卽吉) 하시길 !

감사합니다^^

조미경님의 댓글

조미경 작성일

홍섭샘
후기가 또 하나의 주역강의인듯해?
감사해요
많은여성들속 홍섭샘 승택샘 성근샘이
음양의조화이루어주셔서 우리모두 졸업함에 또 감사해요
홍섭샘 시와 노래 좋아하시니 제가 좋아하는 시한편 보내며 댓글도 마무리요^^
한해 고생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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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해라 by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취해라
항상 취해 있어야 한다
모든 게 거기에 있다
그것이 유일한 문제다
당신의 어깨를 무너지게 하여
당신을 땅 쪽으로 꼬부라지게 하는
가증스러운 '시간'의 무게를 느끼지 않기 위해서
당신은 쉴 새 없이
취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에 취한다?
술이든, 시든, 덕이든,
그 어느 것이든 당신 마음대로다
그러나 어쨌든 취해라
그리고 때때로 궁궐의 계단 위에서
도랑가의 초록색 풀 위에서
혹은 당신 방의 음울한 고독 가운데서
당신이 깨어나게 되고,
취기가 감소되거나 사라져버리거든,
물어보아라

바람이든, 물결이든, 별이든, 새든, 시계든,
지나가는 모든 것,
슬퍼하는 모든 것,
달려가는 모든 것,
노래하는 모든 것,
말하는 모든 것에게
지금 몇 시인가를

그러면 바람도, 물결도, 별도, 새도, 시계도
당신에게 대답할 것이다
이제 취할 시간이다
********************************

강산님의 댓글

강산 댓글의 댓글 작성일

오~"악의 꽃" 보들레르!
우리는 주역에 취한다.
밤새 마시면 주역에 만취할수 있을까? ㅋ

나에게 신묘한 주역술이 있으니,
아유호작(我有好爵), 오여이미지(吾與爾靡之)! ㅇㅋ?

감사합니다,
'유쾌한 사람', 미경샘^^

남궁진님의 댓글

남궁진 작성일

일필휘지, 명랑상큼. 감동스런 시 한편까지 잘 읽었습니다. 에세이 마무리와 후기쓰기가 겹칠 때의 난감함이란 겪어본 사람은, 압니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획대로 빠르게 올려주셔서 비오는 날 암송대회의 즐거움과 감동을 다시 느껴봅니다. 연인 노래까지 링크로 걸어 잘 듣고 잘 읽었습니다.

강산님의 댓글

강산 댓글의 댓글 작성일

늘 번뜩이는 진샘, 일빠로 단 번개댓글 감사합니다!
복 많이 받으실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