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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3일 4학기 6주차 수업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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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Ziny 작성일23-11-25 00:16 조회112회 댓글9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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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기는 벌써 소설을 지났다. 감이당 오르는 길에 콧김이 서린다. 몸을 웅숭거리며 들어서니, 가지런히 책상을 펼쳐놓고 온기를 만들며 맑은 얼굴로 부지런쟁이 샘들이 반긴다. 이런 환대가 고맙고 좋다. 줌 수업 준비하시는 걸 보니, 누가 못 오시나 싶었는데, 인규샘이 감기로 화면으로 참석하셨다. 출석 부르는 사이, 책상 사이로 적당히 손질된 사과 꾸러미가 지나간다. 맛나게 보여 출처 확인 없이 덥석 베어 먹었다.^^ 꿀맛이다!! (고맙게 잘 먹었습니다^^)

 

 

  오늘 공부할 주역의 괘는 모두 물과 관련이 있다. 바람과 물, 연못과 물, 물은 지혜, 험난함을 상징한다. 험난함 속에서 지혜가 드러나는 법인가? 물과 바람의 만남을 그려본다. 일반적으로는 물 위에 바람이 있다. 잔잔한 바람에는 살랑이며, 거센 바람에는 성난 파도처럼 물이 요동치는 것이 풍수환(風水渙) 괘의 모습이다. ‘은 흩어짐, 떠나감, (눈이) 녹음의 뜻이 있다. 서괘전은 ()란 기뻐하는 것이니 기뻐한 뒤에는 이완되어 흩어지므로 환 괘로 받았다말한다. 기뻐 한바탕 웃어버리고 무장해제 된 모습 아닌가? 그런 의미라면 흩어짐 또는 해체는 나쁘지 않다. 집 안 공기를 환기하려 창문 여는 것처럼, 울결된 몸의 기운을 풀 듯이, 탁하고 막힌 기운은 진정으로 해체해야 할 것이기도 하다. 선생님은, 환의 시대, 진정으로 해체할 것은 무엇인지, 흩어지는 상황에서 어떻게 모을 것인지를 생각하면서 공부해나가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러고 보니 괘사는 물론이고 초효부터 마지막 효사까지 형통하고(괘사) 길하거나(초육효, 육사효) 허물이 없고(구오효, 상구효) 후회가 없어진다(구이효, 육삼효). 상전은, ‘선왕은 이를 본받아 상제에 제사를 드리고 종묘를 세우며 중정의 마음으로 흩어진 민심을 모으라 권한다. 흩어진 마음은 지극정성을 드리며 적극적으로 큰 강을 건너면서 모아야 한다는 것이리라. 그러고 보니 왕의 자리 구오효의 고군분투가 인상적이다. 몸에 땀이 스며들 듯이 크게 호령하며 흩어짐의 시대를 이끈다. 잠시, 우리 현대사의 어떤 장면에서 한 지도자의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프로파겐더가 생각났다. 흩어지는 민심을 협박하며 모으려던 것 아니었을까? 민주화 투쟁에서 불렸던 흩어지면 죽는다~ 흔들려도 우린 죽는다~’는 운동가(運動歌)의 절규도 생각났다. 그런 상황도 있을 것이지만 흩어짐을 피해야만 하는 일로 생각하게 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바람은 또한 주역에서 나무(陰木)를 상징하기도 한다. 그래서 험난함의 물을 나무로 만든 배로 건너 공을 세운다는 의미도 있다. 물 아래 바람, 수풍정(水風井) 괘에서는 나무는 두레박을 상징하며 생명의 물을 길어 올리는 의미가 있었다. 배든, 두레박이든, 나무(혹은 바람)는 물과 더불어 인류 문명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분명하다.^^

연못 위에 물은 용량을 초과하면 흘러넘칠 것이다. 대나무의 마디를 상징하는 수택절(水澤節) 괘의 모습이다. 상전에서는 군자는 이를 본받아 수()와 도()를 제정하여 덕()과 행위(行爲)를 의논하라권한다. 초과하지 않을 용량을 스스로 정해야 할 경우도 있고, 넘치지 않도록 외부에서 정해놓은 용량을 따라야 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 어떤 경우이든 억지로 하는 괴로운 절제는 올바를 수 없어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절제하고 절도를 지켜 기쁘게 마디를 넘어서는 과정이 성장의 과정이라는 의미도 다가온다. 마지막 학기 마지막 에세이를 과제로 남겨두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글쓰기는 넘어야 할 마디이다. 글 쓰는 과정에서 구오효의 감미로운 절제, 살아 있는 존재로서의 환희심을 맛볼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2교시에는 [칼과 책]의 주인공 왕양명 선생의 마지막 여정을 공부하며 책걸이를 했다. 서경, 그리고 공자님, 소동파, 주희, 왕양명 선생의 학문과 삶은 주역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라는 질문의, 대단원의 막이 내린 것이다. 그 질문은, 한마디로 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품고 가기로 했다.^^ 다만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은, 주역은 유학 경전 중 핵심이라는 것. 그러니 유학자들은 모두 주역을 공부했을 것이고 다양한 주역에 대한 해석이 있었을 것이지만, 가장 중요한 주역 원리를 마음으로 몸으로 체득하며 삶을 살지 않았을까 싶다는 것이다. 소동파, 주희, 왕양명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주역 점을 치고 즉각적으로 괘사나 효사의 지침에 따라 행동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시대와 상황과 여건은 달랐지만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 천지의 기미를 파악하며 동시대인들의 삶을 보살폈고, 삶을 마감할 때까지 공부와 강학을 게을리하지 않았으며 뜻을 버리지 않았다. 시기와 질투, 모함과 누명을 썼을 때도 무변명의 원칙을 고수하는 광명정대한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양명학은 인간의 마음(정신)과 몸이 행하는 실천을 양지, 치양지, 지행합일, 사구교로 설명한다.

  책을 읽고, 발제하고, 공부한 내용을 나누면서도 깨닫지 못하는 것을, 주란샘은 툭툭 던지며 알려줄 때가 있다. 이번에는, 위인의 삶은 나와 전혀 다른 이의 삶이라 생각하던 나에게 신선한 시선을 갖게 해주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나와는 다르네! 나는 절대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책을 읽어간다면, 그의 삶을 단지 스토리로만 읽어낸다면, 그 책은 나와 섞이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나와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도 있네, 어떤 지점에서 나와 다르지? 하며 읽을 수 있다면,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나에게 또 다른 선택지가 생길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병약한 몸으로 사상마련(事上磨鍊)’의 삶을 살면서 기개가 꺾이지 않았던 왕양명의 삶이 멋있다. 쾌할한 천재, 거침없이 자유로운 소동파의 삶이 좋다.

 

 

 

  오늘 발제하며 기이한 체험을 하신 정혜정샘, 양명학의 핵심을 짚어 설명해주신 홍선화샘, 본숙샘의 눈물샘을 자극한 왕양명의 최후를 이야기해주신 기연우샘 고생 많으셨어요.^^

댓글목록

조미경님의 댓글

조미경 작성일

아궁
저 외계인인거 티났어요?
어는별에서 왔는지는 모르겠어요
가고싶은별은 있어요
칭찬해주시니 앞으로도 댓글 쭉요
영순샘의 따뜻한 마음안고 굿밤요

우영순님의 댓글

우영순 작성일

그간 거의 1년을 지켜보며 진샘의 성실함에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혜숙샘이 그러셨지요 성실함은 깨달음의 다른 표현이라고~ 그리고 괘를 전체인 괘사와 각 부분인 효사를 자기것으로 소화하여 정리하시는 내공은 너무 존경스럽습니다. 완벽한 후기 감사합니다.

정혜정님의 댓글

정혜정 작성일

절제하고 절도를 지켜 기쁘게 마디를 넘어서는 과정이 성장의 과정이라는 의미도 다가온다. 마지막 학기 마지막 에세이를 과제로 남겨두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글쓰기는 넘어야 할 마디이다.
--- 정말 그렇네요. 기말 에세이를 쓰기 전인 우리에게 참 좋은 말씀이세요!!

레지나님의 댓글

레지나 작성일

11월의 끝자락에 아침에 보았던 후기를 다시 보면서 다시 한 번 느낍니다.
수택절의 모습을 설명한 구절 “ 군자는 이를 본받아 수(數)와 도(度)를 제정하여 덕(德)과 행위(行爲)를 의논하라”을 생각해 봅니다. 마디 마디, 그리고 구절 구절, 인생은 그렇게 한 구절마다 매듭짓고 가는 것 같습니다.~~

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상당한 공력이 들어간 글, 진샘의 내공이 느껴지는 글입니다!

"심즉리-지행합일-치양지"란 개념으로 요약할 수 있는 왕양명의 사상에 깊은 공감이 갑니다.

또 왕양명의 "심외무물(心外無物) "-마음밖에는 사물이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의식에 들어오지 않는 사물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사상은 양자물리학과 상통하는 놀라운 통찰이 아닐수 없습니다.

좋은글, 잘 보았습니다^^

구구님의 댓글

구구 작성일

샘~후기 너무 너무 잘 읽었습니다.!!
읽는 동안 진샘이 옆에서 말씀해주시는 듯 음성지원이 됐어요~ 주역을 공부하면서 덤으로 서경, 공자, 소동파, 주자, 왕양명이란 사람들까지 알게되다니 반갑고 뿌듯합니다ㅎㅎ
수고 많으셨습니다♡♡

써니홍님의 댓글

써니홍 작성일

요즘 다른 곳에 맘이 쏠려 공부가 어려웠는데 이리 알차게 풀어주고 정리해주시니 이해가 잘 되고 반성도 됩니다. 남은 수업과 에세이에 기꺼이 충실하여 감절을 맛보고 싶어요.^^ 수고많으셨어요. 감사합니다.~

조미경님의 댓글

조미경 작성일

진샘은
성실함이 지행합일 하시네요
감사합니~다~~
지난공부시간이 하나도 빠지지 않는 후기
너무 콕콕 찔립니다
저는 이번주 흩어짐에서는 흩어짐만
절도에서는 이젠 끝내야지만 봤는지
아주 비관적이고 비판적 며칠을 보냈네요
'요것도 그만하고 저 모임도 그만 흩어야겠다' 그럴수록 별거아닌 시비도 생기고
잘나가던 모임도 어제 빵구내고 오늘은 알람도 무시 푹 자버렸네요
에세이도 쓰기싫고...
주역초보로서 이런것이 변화의 조짐으로
알고 더 꼼꼼히 복습해볼게요
발제시간도 집중이 안되고 전 '병술'인디
가을겨울이라그런지 금의 판단이 막 생기더라구요 이기분도 새로운 기분였어요
이기분도 뭐지? 연구 해야겠어요
진샘의 바람을 느끼며 (사)
추운바람도 느끼며 (상)
제 변화의 바람도 느끼려 (마)
동네 한바퀴 돌러 갑니다 (련)
다음주 건강 잘 챙기다 뵈유


*책상은 일찍오신 은선샘?연유샘?홍섭샘?이실듯요 제가 그쯤 와있을때 이미 다 세팅 저도 몰랐던 감사 드려요
*얌전한 사과의 출처는 명희샘!
저도 잘먹었어요 샘 감사드려요

우영순님의 댓글

우영순 댓글의 댓글 작성일

미경샘은 어느별에서 오셨나요? 빠짐없이 후기에 젤 먼저 댓글을 맛갈나게 달아주시는 그 정성과 마음이 여기 사람 같지 않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