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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감주 3학기 6주차 수업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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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다호 작성일23-09-01 16:40 조회172회 댓글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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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부에게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자 결단의 계절이다. 봄, 여름내 익어가던 오곡백과가 드디어 열매를 맺는 계절, 가을. 하지만 농부는 마냥 기뻐할 수는 없다. 과감히 열매와 죽정이로 구분하고 죽정이를 골라내야 한다. 골라내는 과정에서 그간 심고 기른 정 따위에 흔들렸다가는 땀흘려지은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지 못한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가을 입구에 선 8월의 마지막 날, 공부하게 된 괘가 하필이면 척결을 뜻하는 '택천쾌'이다. 어떤 인연이 작용한 듯해서 괜히 흐뭇해하며 수업을 들었다.  

  택천쾌는 상괘에는 연못을 뜻하는 태괘, 하괘는 하늘을 뜻하는 건괘가 자리한다. 맨 상단에 하나 있는 음효가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괘이다. 음효는 개인으로 보면 자신만의 좋지 못한 습이겠고, 사회로 보면 소인이라 볼 수 있다. 안상현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귀퉁이가 썩은 과일이 떠올랐다. 썩은 부분을 도려내듯 과감히 척결해야 한다. 괘사에서 양우왕정, 고자읍이란 말이 인상적이었다. 양우왕정은, 척결하더라도 왕의 뜰, 즉 공개적인 곳에서 해야 한다는 말이며 고자읍은 자신의 마음에 고하다는 말인데, 이는 자신부터 수신해야 한다는 말이다. 내 힘만 믿고 척결하면 흉하고 음의 영향을 받더라도 노여워하는 마음을 갖고 척결하면 된다는 구삼효, 울부짖어도 소용이 없다는 상육효도 모두 기억에 남았다. 누구든 과감이 척결해야 하는 때, 그래야하는 대상을 만난다. 그럼에도 쉽게 내키지 않는 나는 과연 착한 사람이어서 일까? 그것이 관계에서 오는 이득이든, 나쁜 습관이 주는 즐거움이든 잃고 싶지 않아서일까? 여러 생각이 들게 하는 괘였다.

  천풍구는 만남의 괘이다. 하늘 아래 바람이 이는 양상인데 바람은 불때 무엇이든 스쳐갈수밖에 없다. 즉 무엇이든 만나게 된다. 만남을 떠올리면 행복, 기쁨 등이 떠오르지만 정작 괘사는 건장한 여자는 취하지 말라는 것이다. 안상현 선생님께서는 건장한 여자는 강한 음, 즉 소인배로 봐야 한다고 하셨다. 즉 잘못된 일이 일어날 확률이 높은 괘로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천풍구괘는 맨 하단에 음효가 하나 있다. 양효들의 힘을 모아 척결이 가능한 효가 아니라 차츰 세력을 키워갈 음이다. 그렇다면 각 효사들은 어떻게 음을 만나야 할까? 초육효는 아예 묶어놓고, 구이효는 꾸러미에 물고기를 잡아넣은 듯이, 그러니까 내가 완벽하게 통제해야 한다. 하지만 손님에게는 이롭지 않다고 했는데 문제없는 만남은 일대일의 만남이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구이효를 부러워하는 구삼효는 주위에서 머뭇거리고, 구사효는 원래 자기짝인 초육효를 빼앗긴 형상이지만 그렇다고 움직이면 흉하다. 구오효는 내적인 아름다움을 갖고 바깥에서 현자를 만난다. 포용력 없는 상육효는 유해야 만날 수 있다.

  오늘 배운 두 괘는 모두 강한 음, 소인을 다루고 있다. 올해 주역을 배우는 내내 군자와 소인을 구분하는 것이 조금 불편했다. 사적 이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대다수 사람들에게 가혹하다고 봤다. 이어진 조별 세미나에서 나는 군자는 현실가능한 목표라기보다는 그냥 이정표일 뿐이라고 말했다. 진실인양 자신에 차서 말했지만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나만의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정말 군자가 될 수 없을까? 되지 못할 근거도 없는데 지레 안 된다고 가정하는 건 아니었을까. 실은 내 안의 소인을 척결하기 싫어서, 이대로 살고 싶은 마음을 감추고 싶어서 지레 짐잔한 것은 아닐까? 이래저래 질문을 많이 하게 된 수업이었다.

  다음 시간에는 마지막 소동파 강의가 이어졌다. 생애 두 번째 박해를 받고 여러 곳을 전전하다 마침내 최후를 맞을 때까지의 여정을 홍은선, 최화정, 차현정 선생님이 차례로 발제해주셨다. 홍은선 선생님은 태후가 물러나고 어리석은 철종이 왕위에 오른 후 일어난 정치적 격동, 소동파가 유배를 가게 되는 과정, 유배 생활을 함께 한 조운과의 사랑 등을 말씀해주셨다. 최화정 선생님은 소동파가 삶의 질곡을 만났어도 어떻게 생을 즐겼는지, 어떤 선한 영향력을 주위에 발휘했는지 설명해주셨다. 특히 어떤 상황에서도 만족하면서 노년을 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소동파를 삶의 모델로 삼고 싶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차현정 선생님은 영토만 중국이지 문화나 사람은 외국과 다름없는 해남도로 유배간 뒤 상주에 자리 하기까지 여러 곳을 전전하는 과정, 상주에서 죽음을 맞기까지 일어난 여러 일들을 말씀해주셨다. 발제 끝에는 소동파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에 충실했고, 이웃에게 또 위정자로서 아랫사람들에게 정성을 다한 까닭을 소동파의 ‘호연지기’에서 찾으셨다. 우리는 다함께 호연지기에 대한 설명을 읽으며 책읽기를 마무리지었다.

 비록 책을 통해서지만 소동파의 생애를 옆에서 지켜본 같은 착각이 든다. 그리고 발제를 맡으신 선생님들처럼 나 역시 묻게 된다. 소동파는 굴곡과 역경을 겪으면서 어떻게 그리 유쾌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그곳이 어디든 삶을 향유할 수 있는 비결이 궁금했다. 모르긴 해도 그건 존재를 그 자체로 받아들일 때 가능하지 않을까?  존재를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것은 사람들의 기준과 질서에서 벗어나 자연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가능하다고 본다. 자연의 관점에서 보면 세상 만물에는 높고 낮음, 귀함과 천함, 아름다움과 추함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최화정 선생님이 인상깊게 읽으신 글귀 몇 구절이 마음에 남았다. 

“왜 나라고 낮은 곳에서 살지 말란 법이 있나. 이 세상에서 사람이 쉬지 못할 곳이 어디 있단 말인가? 이런 도리를 일단 깨달으면 어부의 낚시 바늘을 벗어난 물고기처럼 문득 자유로운 기분을 만끽할 수 있게 되는데.”

댓글목록

소리개님의 댓글

소리개 작성일

상세한 후기로 기억이 새록새록 하네요.
저는 소동파의 호연지기를 새기면서 , 조금 덜 소인스럽게 살아보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군자와 소인, 참 어려운 주제같아요.
여러기준이 있겠지만, 저는 行과 義를 군자와 소인을 가르는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欲訥於言 而敏於行
見義不爲 無勇也

좋은글 잘 보았어요^^

레지나님의 댓글

레지나 작성일

연숙샘의 성정이 그대로 드러난 후기였습니다.
그야마로 文质彬彬의 전형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지막 문구를 읽으면 살아온 날들이
겸손하지 않았는지?, 혹은 충분히 최선을 다했는지?
되짚어 보게 됩니다.*^^*

조미경님의 댓글

조미경 작성일

연숙샘
후기가 깊은사색하는 문학소녀 이십니다
고민을 많이하시는 흔적이 글에 흘러 감동입니다
역시 작가이셔요
존경해요

저는 택천쾌의 상육은 고약한 시엄니
천풍구의 초육은  Mz 며늘
뭐 여자들끼리 싸우는 걸 많은 남자들이 멍하니 보는 모습을 보는듯 했네요
엄니는 아무리 울어도 소용없고
며늘은 묶인채 날뛰려 하다니....
날뛰는 며르리도 해봤고
곧 울구불구하는 시어머니 되겠지요?
인생이 돌고돌아 우주도 돌고돌아
어제 슈퍼문도 돌고돌아 그마음 저마음
돌고돌아 조금씩 알아가는것에 감사하며요
소동파도 돌고돌아 예수님의 마굿간처럼 낮은곳에서 생을 마무리 함을보고
우리도 깨어나 낚시바늘에서 풀린 물고기처럼 지내다 만나요

주말도 좋은일 가득요♡♤◇♧☆

남궁진님의 댓글

남궁진 작성일

잘 읽었습니다. 마지막 인용문은, 저도 인상 깊은 글이었습니다. 빠르게 좋은 글로 소동파 마지막 후기를 읽으니, 소동파를 떠나보내야 하는 시간이라는 것이 새삼 아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