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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기 5주차 후기 '당신은 죽을 때 무엇을 가져갈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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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둑인문학자 작성일23-08-29 08:37 조회208회 댓글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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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상헌샘의 강의는 뭔가 고전을 깊이 사골국물 우려내는 듯한 맛이 있었다.  술에 물탄듯 물에 술탄듯 알쏭달쏭했던 2괘 '산택손' 과 '풍뢰익'이 점점 내 마음속에 스며들었다. 인상 깊었던 구절은 산택손괘에서 2번 반복되었던 '불손익지'였다. 덜어주지 않는데 어떻게 더해질 수 있지? 완전 모순아닌가? 상헌샘은 말씀하신다. 때론 안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무작정 순종하거나 충성을 다하면 오히려 윗 사람이 자만에 빠질 수 있고, 판단력이 흐려질 수도 있는 것이다. 

   내 인생을 복기해보니, 그 말이 가슴깊이 와닿았다. 해병대에서 무조건 순종하고, 잘하려다가  무리하게 되고, 오히려 실수가 많이 나와서 1년내내 맞고 살았다. 꼼속에서 미친듯이 안치환의 '자유'를 부르며 자유를 갈망했다. 제대 후에는 '경제적 자유'를 누려야 내가 해방될 줄 알고, 돈을 벌기 위해 노예처럼 일했다. 그래서 몸이 심하게 아픈 후에야 악순환을 멈출 수 있었다. 

    주역은 끊임없이 '중정'을 말한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인생의 처세술을 제시한다. 산택손에서 덜어낼때도 태과와 불급없이 '중'을 생각하고, 풍뢰익에서 더할때도 욕심없이 '중'을 행해야한다.  산택손(山澤損)은 아래 연못의 물을 덜어내어 높은 산을 촉촉히 적신다. 너무 많이 덜어내면 연못이 말라서 결국 산도 황폐해진다. 마치 송나라의 악덕한 집권자들이 가혹하게 백성들을 수탈하다가 결국 나라가 기울어진 것과 같다. 초구효에서는 '짐작하여 덜어내야한다'라고 중을 지키라고 했다.  풍뢰익(風雷益)은 이와 반대로 위를 덜어내어 아래를 더하는 것이다. 소동파는 새롭게 파견되될 때마다 나라의 곶간을 풀어 백성들을 살리고자 했다.    

   바둑에서도 중정의 한수를 추구한다. 세상 만물 시시각각 변화속에 조화로운 수를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 고수는 '형세판단'에 지극히 정성을 다한다. 높은 산에서 널리 내려다보고, 바다를 뚫고 깊이 파고들어 현재 상황을 살핀다. 불교에서는 이를 알아차림이라고 했다. 관찰자가 되어 나도 이롭고 세상만물도 이로운 방향으로 발을 내딛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나는 사람을 만나기전, 일을 하기전, 이동하기 전에 잠깐 멈추고 내 '몸'을 바라본다. 내 몸이 편안한지, 무리하는 것은 아닌지, 뭔가 마음이 찜찜해서 몸이 내키지는 않은지. 우리의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 끊임없이 신호를 보내고 있다. 

   산택손을 공부하며 나는 지나친 덜어냄을 주의하게 되었다. 그동안 부모님에게 상사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나의 능력을 지나치게 덜어내었다. '안되면 되게하라, 까라면 가라'가 내 머릿속에 박혀있었다. 그러니 어찌 몸과 마음 상하지 않았겠는가. 본래 나는 바둑의 지혜를 널리 알리고 싶었던 것인데, 돈과 명예욕에 사로잡혀 중정을 벗어나 초심을 잃었던 것이다. 사실 나와 세상을 살리다보면 내게 필요한 돈과 명예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인데 말이다. 

   소동파는 술, 음악, 미인과 더불어 여생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에게 우화를 빌어 묻는다. 

"당신은 죽을 때 무엇을 가져갈 수 있겠소? 자신의 일이란 죽을 때에도 가져갈 수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이오!"

댓글목록

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태과와 불급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살아가는 존재가 인간이 아닌가 합니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자기성찰(反身修德)이라는 무기가 있어 損과 益의 균형과 조화를 향해 익어갈수 있는 것이겠지요
좋은글 잘 보았습니다!

구구님의 댓글

구구 작성일

한편의 에세이를 읽는 듯한 후기 잘 읽었습니다. 덜어내지 못하면 채울 수 없어 나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어요. 후기 쓰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성근샘^^

다호님의 댓글

다호 작성일

덜어냄과 더함의 해석이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중정, 언뜻 보기엔 쉬운 듯하지만 정말 지키기 어려운 자세인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레지나님의 댓글

레지나 작성일

주역의 ‘中正’ 원리를 다시금 곱씹어보게 하는 후기였습니다. 그 마음을 유지하기란  知天命의 나이에도 여전히 어렵군요! 어렵고 괴로운 기억은 접어두시고, 주역 공부를  통하여 더불어 ‘중정의 길’로 나아가기로 해요!

유경님의 댓글

유경 작성일

잘 읽었습니다~ 성근샘의 중정으로 나아가는 여정 응원합니다^^ 덜어내거나 더함에 과함이 있어 번아웃된 몸과 맘을 주역의 지혜로 회복하길 바라는 맘 간절합니다.

조미경님의 댓글

조미경 작성일

성근샘의 한편의 독백연극을 보는듯합니다.
담담히 인생을 두괘와 소동파에 풀어내심이 입장료 내지 않고 (불손) 감동을 얻어가는 (익지) 관객이 되었네요.
땡큐 소 마치요.
인생의 파도속 출렁이나
중심을 잘 잡으실 역량이 되시니
마지막 바둑을 가지고 가시겠지만
파도속 지난 친구들 인연들은 보내버리시고 손괘 익괘의 십붕, 득신무가 생기시길
함께 응원할래요.

우리 때마다 일마다 몸을돌아보고
뭘가져갈지 고민하다
목요일 건강히 모두 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