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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주차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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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비빌언덕 작성일22-04-14 18:36 조회269회 댓글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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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주차  수업을 마치며 
멀고도 험난했던 1학기 수업이 이제 끝나간다. 
나에겐 생각지도 못했던 당황과 두려움의 시간이었고 낯 선 이들 사이에서 줌으로 하는 강의를 듣는 것은 정말 괴로움이었다. 강독을 하면서 나의 듣기 싫은 목소리를 들어야 하고 자신 없어 얼버무리는 내 자신을 목도하는 것만큼 괴로운 일이 또 있으랴싶다. 모르니 더 긴장되고 몸도 뇌도 딱딱하게 굳어짐이 느껴졌다. 
다른 분들은 책 내용을 읽으며 자신의 느낌을 서슴없이 말하는데 나는 느낌은 커녕 무슨 말을 해야할지 머리가 까매졌다. 난독증이 있나하는 의심까지 해야 했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작년에 수요대중지성을 해보았기에 그래도 잘 적응할거라고 생각했는데 여지없이 깨지는 시간들이었다. 
나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드러내지 못하는 나에게 이만저만 실망이 아니었다. 
그래도 정군샘의 강의는 재미있었다. 읽을 때는 하나도 모르던 맥락들이 하나둘씩 녹아들어온다. 
그 어렵다는 들뢰즈 철학사를 이렇게라도 만나게 된 건 감사한 일이다. 
이번 공부를 통해 내가 이제까지 얼마나 수동적인 공부를 해왔는지 여실히 깨달았고 내가 주체가 되는 공부가 이리도 힘들고 어렵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러므로 나에게 철학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건 당연한걸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뭔지도 모를 틀에 맞춰보려고 애를 쓰느라 힘들었던 시간을 뒤로하며 니체의 유목적 사유를 들여다본다. 
틀 속에 있는 것이 멋진 것이 되는 순간은 틀에 넣어진 운동 또는 선이 틀의 한계 속에서 시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느끼는 순간에서부터라 한다. 
틀 위, 틀 옆에서 시작하고 곧 틀을 가로지르는 것, 틀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 말자.  
이번 학기를 끝내며 칸트와 만나고 스피노자가 좋아지고 흄에게 관심이 생겼으며 니체 또한 더 알고 싶어졌다. 그 어떤 책들보다 철학책이 매력적임을 느낀다. 
들뢰즈가 정군쌤을 통해 나에게 접속하여 힘들게 변화시킨 성과랄까? 
아직은 여전히 딱딱하게 굳어진 몸과 마음이지만 나의 무지함을 인정하고 겸손한 자세로 그저 열심히 공부해야한다는 마음은 얻었으니 그것만으로 만족이다. 
"우리들 중 어느누구도 자신이 행할 수 있는 변용들을 미리 알지 못한다." 
들뢰즈의 이 말처럼 나의 변용은 이제부터 시작일지 모른다. 아니 이미 진행중이다.
실험을 바탕으로 하는 길고 긴 작업이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


댓글목록

박영주님의 댓글

박영주 작성일

낯선 이들과 낯선 내 모습과 낯선 책과의 만남은 매우 혼란 스럽고 힘든 경험이지요. 하지만 그를 통해 내가 확장되어지는 걸 경험했어요~ 이 시간이 선생님에게도 좋은 경험이 되리라 믿습니다.

윤원정님의 댓글

윤원정 작성일

어느새 철학의 매력에 흠뻑 빠져 변용하고 계시군요.
실험을 바탕으로 이미 시작된 멋진 변용에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설레임 담긴 후기 잘 읽었습니다.

금강지님의 댓글

금강지 작성일

우리 모두 들뢰즈를 읽으며 좌절하고, 그러면서도 조금씩 그를 알아가는 것이 신기했고, 그리고 철학이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한편으론 이런 공부를 하고 있는 스스로가 뿌듯해졌던 것 같습니다. 이제 겨우 한 학기가 끝났네요. 2학기, 3학기, 그리고 마지막 학기를 거치면서 우리가 얼마나 변용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