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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기 6주차 강독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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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라니 작성일22-03-31 10:45 조회588회 댓글1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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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뢰즈가 만든 철학사> 강독 6주차 후기/ 이혜란

  

  우리는 감탄의 순간을 찾는다. 책을 읽을 때, 남의 얘기를 들을 때, 채널을 이리저리 바꾸면서도...사실 매순간이 그렇다. 금요대중지성의 철학 수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낯선 철학이라는 주제를 들뢰즈라는 철학자를 통해 어렵게 통과하고 있지만 그런 순간에조차도 철학의 글들 사이사이에서 사금같은 이해와 깨달음들이 건져질때면 아- 하고 감탄이 터지고 만다. 정군선생님은 사금을 잘 건져 올리신다. 그런데 그 동작이 너무나 능숙하고 웃음이 가득해 재밌어 보이기까지 한다. 그것이 두 번째 감탄을 자아낸다.

 

  이 수업은 어렵다. 그렇지만 어려움은 뻔하지 않다. 어려움은 긴장을 만들어낸다. 그래서인지 강론을 듣는 우리들은 뿔뿔이 떨어져서 온라인상에서만 모여 있지만, 주어진 텍스트를 이해해내야 한다는 긴장과 동시에 이 어려운 걸 내가 하고 있다는 설렘이 공기 중에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텍스트가 쉬우면 그 지식은 그저 어디 써 먹기 위해 요약되고 암기되어 지기 마련이다. 스피노자는 범신론자고 흄은 경험론자이다는 요약처럼. 그러나 우리는 이 수업을 통해 두 번의 관계를 경험하게 되는데 쉽게 읽히지 않는 글을 어렵사리 읽는 변용을 하고, 또 정리문이라는 글을 써내면서 내 몸을 통과한 내가 아는스피노자, 흄을 각자 얻게 된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고 한 번의 관계가 더 있다. 수업에 참여하는 이들 앞에 나를 드러내는 순간, 바로 말하기의 시간이다. 글은 뭐 어떻게 미리 준비한다고 해도 말하기는 현장에서 바로 일어나는 일이라 철학적 지식이 전무하고, 읽어봐도 이해력이 부족하며, 질문을 할 용기도 없는 나로서는 두렵기만 하다. 신기하게도 다른 사람들은 나보다 이해도 잘하고 질문도 적절하게 잘하는 것 같다! 괴롭다! 지난 수업에서도 이 열등감이 주제가 되었다고 할 정도로 여러번 언급되었다. 심지어 2교시 낭독시간에도 열등감과 관련된 부분을 읽었다.

 

  마냥 괴로워만 하고 있을게 아니라 이쯤에서 스피노자와 흄의 철학을 한번 써먹어 봐야 하지 않을까. 흄에 따르면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못한다'는 관계는 라는 항에 대해 외적이다. 못한다는 속성은 나에게 내재하지 않고 이 관계에 있어서만 임시적이다. 나는 수많은 관계들의 집합일 뿐이며 못한다, 잘한다는 속성을 내재적으로 간직할 나라는 항구적인 어떤 게 없다. 또 스피노자에 따르면 열등감이라는 허구적이고 부정적인 정서로 인해 존재 역량이 감소된다면 긍정과 기쁨의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면에 깔린 진짜 마음 내가 정말 말하고 싶구나를 알고 그 마음을 긍정해주며 그 방법을 모색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내일 금요일은 지난 6주간과 마찬가지로 나는 긴장과 설레는 기분으로 노트북 앞에 앉아 이 수업을 들을 것이다. 강한 인과성의 법칙에 따라 어김없이 강독은 감탄을 자아낼 것이고 같이 수업을 듣는 이들은 알게 모르게 서로 관계를 주고 받을 것이며 모두는 긍정적인 변용을 할 것임을 확신한다. 진정한 가 인도를 떠나 아이슬란드로 갔다는 소문이 돌지만 우리는 감이당에 머물며 를 찾지 않고 가 맺는 관계를 늘려갈 예정이다.

 

댓글목록

아영님의 댓글

아영 작성일

강독 공부를 제대로하고 계신 감탄이 나오는 후기네요!!
읽기,정리문, 말하기 등등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지만 후기는 "나를 들어낸다는 것"에서 무척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선생님 글에 빗대어 감이당에 머물며 저는 나를 알아가며 내재적 평면위에 변용되는 관계를 지켜보는 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감응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니님의 댓글

라니 댓글의 댓글 작성일

감탄이라니~~너무 황송하고 기뻐요^^ 좌절말고 내 나름의 변용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려구요.~
감응해주시는 댓글 감사드려요!

시크릿쥬쥬님의 댓글

시크릿쥬쥬 작성일

강독 후기를 이렇게 재미있게 쓰시다니 탁월하십니다. 거기다가 적절히 수업내용을 섞어서 수업을 잘 들었음이 드러납니다.
어렵지만 수업의 재미를 느끼고 계시는게 느껴집니다. 더욱이 수업이 설레신다는 부분에선 부럽기까지 합니다. 전혀 열등감가지실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선생님의 열정이 저 한테까지 전달됩니다~~~

라니님의 댓글

라니 댓글의 댓글 작성일

후기를  잘 읽어주신 게 드러나는 댓글입니다! 감사해요^^  그런데 사실 설렘보다는 긴장 쪽이 좀더...ㅋㅋ

오!늘~님의 댓글

오!늘~ 작성일

흄을 통해 '열등감'도 '우월감'도 모두 나에게 내재된 본질이 아니고, 외적 관계에서 나온다는 것을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글이 잘 정리되어 있어 더 명확해지네요. 감사합니다.

라니님의 댓글

라니 댓글의 댓글 작성일

제가 후기를 쓰고보니 댓글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었어요. 한분 한분 잊지 않고 댓글을 달아주시는 오늘님의 정성을  이번에 제가 따뜻하게 느껴볼 수 있게 되었네요. 감사해요~~

잘견디자님의 댓글

잘견디자 작성일

글을 정말 잘 쓰시네요. 맨날 자신없어 하시더니 정작 가장 귀한 보석을 숨기고 계셨네요. 말 하나 하나가 둥 떠 있지 않고 란님 감정의 조각들을 알알이 실은 채 반짝거리네요. 멋져요. 그리고 아래 문장도 너무 사랑스러워서 옮겨 봅니다.^^

진정한 ‘나’가 인도를 떠나 아이슬란드로 갔다는 소문이 돌지만 우리는 감이당에 머물러 ‘나’를 찾지 않고 ‘나’가 맺는 관계를 늘려갈 예정이다.

라니님의 댓글

라니 댓글의 댓글 작성일

크으~ 제가 바라던 바로 그 댓글이에요 ㅎㅎ 특히나 저의 사랑스런 문장들을 알아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여여한일상님의 댓글

여여한일상 작성일

'어김없이 강독은 감탄을 자아낼 것이고 같이 수업을 듣는 이들은 알게 모르게 서로 관계를 주고 받을 것이며
모두는 긍정적인 변용을 할 것임을 확신한다.'
공감가는 후기 잘 읽었습니다.
스피노자와 흄에 촉촉히 감응되어 가고 있음이 느껴지네요.
이번주 들뢰즈-니체와의 만남도 기대됩니다...

라니님의 댓글

라니 댓글의 댓글 작성일

일빠로 올려주신 귀한 댓글 감사합니다^^
재밌게 쓰고 싶었는데 진지해져 버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