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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기 5주차 수업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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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영 작성일22-03-24 14:29 조회912회 댓글1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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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기 5주차 수업후기]_송수명

 

 

                                                                         들뢰즈와 도깨비

         


시작은 창대했다

 

 드디어 나의 로망을 이루었다. 직장생활 중에 수시로 감이당 홈페이지에 들어가 대중지성 프로그램을 보며 참여하고 싶었었다. 그러나 시간적 제약으로 실현하지 못하다 백수가 되어 그 꿈을 이루었다.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랭귀지스쿨] 기초탄탄 읽기,말하기,쓰기 제목이 나를 위한 맞춤 강의라 여겨졌다. 기초부터 탄탄히 다지리라. 새롭게 새마음으로! 책을 주문하고 받으며 그 두근거리는 설레임은 마치 내가 '이 금성을 만나려고 백수가 되었던가?' 하는 온 우주가 나를 이곳으로 이끈 운명이란 마음까지 들었다.

 

 1교시 교재인 [들뢰즈가 만든 철학사]"플라톤주의를 뒤집다"를 읽으며 나의 설레임은 공포로 변해갔다. 나의 운명은 우주가 쳐놓은 보이지 않는 거미줄에 걸린 기분이 들었다. 같은 문장을 계속 읽고 있으나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더 공포스러운 건 책장이 쌓여가는데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거였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나는 거대벽에 부딪혔고 자연스레 핸드폰을 뒤적이다 엉뚱하게 넷플릭스의 도깨비를 정주행하기 시작했다. 도깨비 열풍에도 보지 않았던 그 도깨비를, 들뢰즈가 나를 도깨비로 이끌었다. 저승사자같은 플라톤도 함께...

OT시간에 '다른 요일 선생님들이 낚였다.”고 했던 말이 이거였구나' 싶었다. 랭귀지스쿨이었으나 박사과정같은 느낌이다. 낚여야지 알고는 시작하지 못할 금요대중지성이다.

 

 1학기도 5강이 끝이났다. 워밍업만하다 수업이 끝나지 않을까?했던 염려는 현실처럼 다가왔고 4강이 끝나는 조별 나눔에서 정신이 번쩍들었다. 이러면 안된다고, 집중하자고.

다행히도 "플라톤주의를 뒤집다"의 거대벽을 대충, 술렁 넘고나니 스피노자와 흄은 그래도 친근하게 다가온다는 거다. 7시간을 꼬박 수업에 참여하는 것도 힘들었으나 어느새 조별 나눔을 하며 수업을 마친다. 어느 주는 감응과 변용이 안되는 나에 대해 좌절하며 어느 주는 공부가 주는 기쁨과 환희에, 한주한주 적응해가고 있다. 정선생님께서 철학책을 읽으며 뉘앙스와 미시적인 걸 알아야한다고 하셨는데 나는 여전히 거시적인 어떤 걸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다. 그럼에도 남의 나라 얘기같은 '철학책을 읽고 있다'에 의미를 둔다.

 

끝은 그저 할 뿐이다

 

 친구와 얘기를 하다 난 앞으로도 공부를 할 것 같다.”고 했다. 한참 생각을 하던 친구는 자기는 미숙한 상태의 학생 신분이 싫어서 그러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친구는 업무로써의 새로운 지식의 습득에 대한 상태를 얘기했고 나는 "내 삶의 동반자"로써의 공부를 얘기했기에 길이 다른 공부라는 생각을 했다. 삶으로써 공부에 성숙함이 있을까 싶다. 오늘보다 조금더 나아지는 한 인간으로 "그저 할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처럼 거짓된 주장자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 또 있을까? 그래서 더 책을 읽게 되는 것 같다. 책을보며 금성의 공부를 하며 낯선 세계에서의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있다. 그게 공부의 묘미리라. 얼마전 도올선생님께서 공부를 했어! 뭘을 했어! 인간적인 깊이가 없고 배운게 없고 무엇보다 자기 반성을 할 줄 모른다.는 말씀이 나에게 하는 것처럼 들려 뜨끔했었다.

 해인사 원당암 앞에 공부하다 죽어라는 나무기둥이 있다. 공부의 시작과 끝이 어디있으랴. 나는 죽을 때까지 공부를 하고 싶다. 그 시작이 금성이다.

 

댓글목록

잘견디자님의 댓글

잘견디자 작성일

정신니 번쩍드셨다니 저보다 성공하셨네요. ^^ 저는 그저 감았던 눈을 겨우 뜨고 다시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정도만으로도 감사하네요. 들뢰즈에 대해선 아직은 크게 감응이 느껴지지 않지만, 그 고약한 텍스트 덕분에 다른 모든 책들을 감사히 읽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저 엄한 회초리든 선생님이려니 해요.

아영님의 댓글

아영 댓글의 댓글 작성일

에고~ 정신이 번쩍들었다 했으나 생각처럼 실행이 안되는건, 정신을 못차린 걸까요?^^;:
첫술에 배부를 수 없기에 익숙치않은 책을 한문장씩 읽어내는 것으로 저의 힘을 키우고 있습니다.
매수업 열심히하는 모습에 함께 공부하는 학인으로 자극되고 멋지십니다!

여여한일상님의 댓글

여여한일상 작성일

격하게 공감하며 잘 읽었어요...
감응과 변용이 1학기 아니 공부 전 과정의 화두가 될 듯하네요!
마음 조율하며 한 걸음 한 걸음 '그저 할 뿐'의 마음으로 나아가보아요.
함께 할 수 있어 기쁘고 힘이 되네요!

수명님의 댓글

수명 댓글의 댓글 작성일

저도 공부내내 대상에 감응과 변용하는 저를 계속 지켜볼 것 같습니다.
죽을때까지 공부하고 싶다는 더 큰 로망을 위해
지치지 않고 뚜벅뚜벅 가고 싶다는 마음까지요.
저도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고요한걷기님의 댓글

고요한걷기 작성일

죽을때까지 하고싶은 공부를 시작하신게 금성이로군요. 편안하고 솔직하게 써주신 글 잘 읽었어요. 낼 뵐게요~^^

수명님의 댓글

수명 댓글의 댓글 작성일

직장생활중에 감이당의 단과?수업들을 들어왔었는데, 정규직의 삶을 내려놓았으니
이제는 자유롭고 긴호흡으로 공부공동체인 감이당의 수업을 깊이있게 공부하고 싶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승화니님의 댓글

승화니 작성일

찰떡처럼 찰싹 달라붙는 후기 넘 공감하며 잘 읽었습니다. 도깨비가 달라붙으셨네요. 전 '뭉쳐야 찬다'가 도망 갔답니다. 우리들은 그렇게 공부할 인연인가 봅니다. 감사합니다. ~^^

수명님의 댓글

수명 댓글의 댓글 작성일

드라마에서 도깨비와 저승사자가 주인공을 구하러 올때는 세상 설레이더라고요~ㅎ
저는 시험기간 중의 학생마냥 공부빼고 다양한 것들을 하고 있어서 요즘 집이 반짝반짝 광이 납니다^^;;;
그럼에도 어려운 철학책을 읽으며 고민하는 게 싫지는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NowHere님의 댓글

오늘NowHere 작성일

엄청난 결단과 로망이 숨어있었군요. 대단!
철학 텍스트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변용할 준비(마음, 관련 공부 등)가 안되서 그랬구나..하고 저도 배웠네요.
감사합니다.

수명님의 댓글

수명 댓글의 댓글 작성일

글에서처럼 시작만 거창했어요^^;;;
읽기조차 안되는 저를 보며 굳어있던 모든 세포를 깨우고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수경님의 댓글

박수경 작성일

길지는 않은 시간이지만 함께 공부하면서 느꼈던 마음, 삶의 동반자로서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 저도 많이 공감이 갑니다.
감이당문을 두드리며 이 곳에 들어 온 우리들은 그래도 삶을 위한 공부를 하고 싶어서 이지 않을까 합니다. 그 길이 혼자가 아니기에 외롭지 않고 더 행복할거라 생각합니다. 죽을때까지 공부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죽을때까지 공부는 해야 할거 같습나다. 함께 공부해요. 글 쓰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수명님의 댓글

수명 댓글의 댓글 작성일

마음만큼 열공하지 못해 조바심이 나지만 평생공부라 생각하며 마음을 다독입니다. 함께 공부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