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 1학기 4주차 후기 > 금요 감이당 대중지성

금요 감이당 대중지성

홈 > Tg스쿨 > 금요 감이당 대중지성

서브배너_금성.png

금성 1학기 4주차 후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우선먼춤 작성일24-03-10 21:57 조회72회 댓글1건

본문

요즘 나의 시간표는 금요 대중지성을 기준으로 돌아가고 있다. 은퇴 이후의 생활을 연착륙시키기 위해서 선택한 공부인데, 머뭇거릴 틈도 없이 주어진 과업을 수행하느라 정신이 없다. 직장에서 벗어난 해방감을 느낄 겨를도 없이 이미 몸과 마음이 새로운 관계의 장으로 옮겨져 있는 상태이다.

 

1교시, 금성의 아침은 국가낭송으로 시작된다. 일주일 동안 서로 다른 호흡으로 살았던 학인들이 기운을 가다듬는 시간이다. 다음 주에 익히게 될 교재를 미리 읽어와서 각자가 고른 문장을 함께 읽다 보면 혼자 읽었을 때와 달리 새로운 의미로 문장이 다가오기도 한다. 함께 낭송하는 목소리의 울림이 공간을 가득 채우며 본격적으로 공부의 분위기가 예열된다. 마치 오케스트라가 본 연주를 앞두고 악기들의 소리를 조율하는 것과 같다. 낭송 시간이 끝나고 수업에 들어오신 정승연 선생님도 우리들의 낭송 소리가 매우 듣기 좋았다고 하시니 낭송이 좋은 기운을 만들어내는 것은 분명한가 보다.

 

2교시 수업에서 정승연선생님은 자기 서사를 지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정리해 주었다. “서사를 짓는 것은 내가 나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내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에요.”, “이야기의 대화 속에서 타자가 등장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바꾸는 것은 나를 해석하는 다른 해석 틀을 만들어내는 계기가 되고, 그런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공부입니다.”라고 했다. 은퇴 이후에 감이당에서 공부를 하는 삶을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한 마음을 다시금 들여다본다. 어쩌면 나의 이야기를 제대로 말하고, 쓸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3교시는 주역읽기 시간이다. 아침에는 금성에서의 첫 번째 발제를 맡아 긴장이 되었던지 다른 날보다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30년 이상 학생들을 가르쳤지만 너무나도 익숙했던 학교와는 다른 낯선 공간에서 서투른 인문학 공부를 시작하자마자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하는 상황이 조금 당황스러웠다. 더 솔직히 말한다면 전직 선생이었던 사람으로서 체면을 구기지 않을만한 내용과 전달력이어야 한다는 부담이 작용한 것도 사실이다. 내용이 잘 들어오지 않고 겉돌며 정리가 잘되지 않자 괜히 전직을 밝혔나?, 나이는 좀 많아?...’ 이런저런 생각이 들며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래서 뭔가 장황하게 준비를 했고, 중언부언했지만 발표는 무사히? 마쳤다. 발표 후에 이한주 선생님이 해 준 피드백은 내용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나의 서사와 연결 지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작 해야 할 이야기를 놓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금성의 목표 읽고’, ‘말하고’, ‘쓰기는 결국 나의 서사를 만들어내기 위한 것임을 되새겨보게 되었다.

진실하면 망령됨이 없다.’ 무망(无妄) 괘에 대해 발제를 하면서도 그저 책에 있는 내용을 익혀서 그대로 전달하기에 바빴지 내 마음을 진실하게 들여다보는 도구로 활용하지는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나의 상황에서 무망(无妄)한 자세는 어떤 것일까? 2024년에 금요일 대중지성에서 하는 공부는 처음이라는 점을 받아들이고, 초보의 자세로 마음을 다해 뜻을 익히고, 내가 익힌 만큼만 과장됨 없이 나를 드러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마음이 아닐까? 그러기 위해 우선, 무망괘의 初九, 无妄, 往吉(‘경거망동 하지 않고 가면 길하다.’)를 붙잡고 우직하고 진득하게 정성을 다하여 한 걸음씩 공부해 보려고 한다. 이것은 함께 공부하는 학인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댓글목록

콩이2024님의 댓글

콩이2024 작성일

글에서 선생님의 공부에대한 마음이 느껴지네요~그 진심을 배우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