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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 4학기 3주 고미숙 선생님 강의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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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영 작성일23-11-07 15:21 조회189회 댓글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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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3일 금요일 수업 후기  1조 강나영


가을치고는 조금 덜 시원하고 다소 습한 금요일 오전, 금성 학인샘들은 밝은 얼굴로 곰샘의 강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주에는 황망한 젊은이들의 돌연사들과, 그것을 담담하면서도 처연하게 써 내려간 연암의 묘비명을 읽고 곰샘을 비롯해 몇몇 샘들도 눈물을 글썽였는데 오늘은 또 어던 죽음과 마주하게 되려나… 싶었던 때,


최근 체력이 떨어지셨다며 떨어진 체력을 어떻게 올리냐는 질문을 뜬금없이 (상태가 좋아보인다며) 나에게 날리시는 곰샘 !  아 당황스러워라,,, 요즘 체력이 좋아지긴 했는데 노하우? 라면, 워낙 음주를 즐기다 급! 간과 신장의 상태가 나빠져 금주하고 침/뜸/한약 3종세트, 운동 + 건강식, 최소한의 할일만 하며 하루 8-9시간 꼬박 잔것…누구나 다 아는 이런것 이긴 한데 곰샘의 물음은 답을 원한다기보다 그저 수사적인 것이었던 듯. ㅎ


기품있는 애도


토픽은 건강에 이어 다시 죽음으로 리턴~  연암의 편지글을 낭독하시며 부모의 3년상을 치르는 유교 문화에 대해 이야기 하셨다.  3년을 부모품에서 자랐으니 부모 묘지 곁의 움막에서 꼬박 3년을 부모를 애도하는 시간을 보내는, 고품격의 죽음을 대하는 형식이라고. 오호라?! 교과서에서 배운 그 3년상, 뭔지는 알았지만 나는 그저 형식에 얽매인 유교 꼰대들의 답답한 문화 라고만 생각했다.  잘 알지도 못했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이 어리석음이라니. =.= 


“삼년상을 마치고" (p.325)에서 인생이 한바탕 꿈이라 느껴진다는 부분을 읽어 주시며.  그와같이 시간과 세상은 꿈처럼 잡으려고 하면 멀어지고, 그 원리는 아름다운 낭만적 심리가 아니라 물리적 원리이다.  시공간은 팽창하기 때문에, 그래서 그런 시간을 잡으려 하면, 여기에 빠져 버리면 현실을 지탱할 수가 없다고 하셨는데...  오!  엄청난 통찰이다.  가는 세월 야속하다며 과거만 회상하는 사람은 현실이 불행하기 때문이지~ 라고만 여겼는데 그런 마음상태가 현실을 온전히 살아갈 수 없게 한다는?!!  모든것은 vise versa ! (그 반대도 성립한다)


장자 부인의 장례식에서 장자가 질장구를 치며 노래한 것, 그것은 부인이 죽어서 속 시원하다고 치는것이 아니라 고인의 죽음에 ‘자기연민' 을 하지 않는 진짜 애도, 곧 깊은 통찰의 결과이다.  부인의 죽음은 비극이 아니라 몸의 구속에서 벗어나 편안히 쉴 수 있는, 다시 태어난 곳으로 돌아간 것이므로,  자신의 상실을 극복하고 부인을 진정 애도하는 축하의 메세지를 보내는 행동이라고 한다.  그런 진리를 깨닫기도 힘들 테지만 깨달았다고 한들, 과연 배우자의 장례식에서 대놓고 그리하다 장자처럼 욕먹는 것조차 무시할 수 있는 강한 멘탈을 가지는 것이 더 어렵게 느껴지는 건 나는 아직도 공부가 되려면 아아주 멀~었기 때문일 것이다.


평범의 비범함


평범함에 대한 기쁨이 없는 현대인.  그것이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비극이다.  도대체 왜 무엇을 하든 너 좋은걸 하든 나 좋은걸 하든 돋보여야 한다는 강박, 도대체 왜 가지게 된 것일까?

비범했지만 “뜨지" 못한 사람의 불행.  뜨고 싶은 마음은 그 자체로 공허함과 우울감을 낳는다.  그 예로 곰샘이 목격하신 서울역에서 10여년간 1인 시위를 해온 80년대 운동권 스타의 스토리를 들려 주셨다.  그 사람은 미쳐버린 것이지만 그 정도가 아니더라도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허함과 우울감을 가지고 살고 평범한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않는다.  평범함은 과연 아무것도 아닌가?  곰샘은 네트워크를 할 수 있는 정도로 경제적 독립을 이루는 것 외에는 평범하게 최!소! ㅋㅋㅋ 의 노동을 하며 살고자 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 그 꿈을 이루며 살고 계셔서 아주 흡족하신듯 하다.  나의 시선에서야 평범해 보이진 않지만 여러 번 말씀하신 대로 매일을 즐겁게 보내시는 듯 하니 나도 곰샘의 꿈을 벤치마킹 하면서 살아볼까? 싶다.


뜬다는 것(성공)은 현실에서 최선을 다했을 때의 결과로 오는 것이지 그것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  하루하루, 평범한 삶의 맛을 충만히 느끼며 ‘양생' 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성공을 향해 달려가다 보면 제명에 못죽고 비명횡사 하는 수가 있다하니 우리 모두 둥둥 뜨고싶은 마음일랑 고이 접어 날려버리자. 유후~! 


가족의 죽음, 그리고 애도


상을 당한 벗에게 쓴, “나는 아버지가 있는데 아버지는 왜 유독 아버지가 없나요? 우리 아버지의 어머니는 어디 있나요? 아버지도 예전에 젖을 먹고 컸나요?”  라는 네살 자식의 물음에 나도 모르게 그 애를 무릎에서 밀쳐내고 엉겁결에 목놓아 한참 울었다는 연암의 편지글,  그런 글은 연암이 아니면 쓸 수가 없다고 한다.  곰샘역시 이러한 경험을 했는데 아버님께서 돌아가셨을때  과거 친구들의 부모상이 환기되며 그것이 얼마나 슬픈것인지를 가늠하지 못했던 자신이 부끄러우셨다고… 


소중한 이를 잃었을 때 친구들과 슬픔을 나누고 진정한 애도를 한다면 더욱더 성숙해지고 몸과 마음도 상하지 않지만 현대인은 진짜 애도를 하는 문화를 잃었기에 그 슬픔에 압도되고 나의 죽음역시 엄청난 공포로 인식된다고 한다. 사실 나는 누군가의 죽음을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다. 그래서 죽음이라는 주제가 나오면 그저 막막하다.  모르니까.  겪기 전에 이런 공부를 하고 있으니 실제로 직면했을 때 어떠할 지는 미지수일 지라도 적어도 나의 죽음은 덜 공포스러워 지고 있는 듯 하다.  


이 다음으로는 누님, 형수님의 비문에 대해서 강의해 주셨다.  여기에서는 연암의 여성에 대한 공감력이 지극히 드러난다.  연암의 모든 글과 묘지명 중에서도 최고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박씨묘지명이라 한다.  형님의 죽음에 대한 시 역시 연암의 생사에 대한 통찰을 잘 보여준다.  이 묘지명 글들을 보면 연암은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슬픔의 정서를 충분히 표현하고 있는데, 이러한 정서를 가지고 있었기에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는 정계진출을 하지 않았던 것.  연암의 다른 글들은 지극히 명랑하다.  그 유머와 역설에 대해 일각에서는 인생을 편하게 산 이의 경박하고 철없는 글로 평가절하 하기도 하는데 실은 생사를 꿰뚫는 지혜가 없으면 나올수가 없는 명랑함이다. 


쓰다보니 후기가 너무 길어진 듯 해 핵심만 짧게 ^^;;;


  • 절망

절망이란 굉장한 자의식이 있어서 느끼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서.


  • 열하일기가 엄청난 글이 된 이유

죽음에 대한 통찰, 생활에 대한 자유, 마이너(여성)에 대한 공감능력을 이미 그 전에 마스터 했기 때문.

 

  • 연암의 자유로움 ? 살림을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과 우정을 나누는 지혜를 가졌기 때문. 

욕망이 앞서면 남자/여자를 도구화 한다.

도덕에 앞서는 생리의 문제.  왜 알려고 하지 않는가? 

내가 원하는 사랑이 진실한 인간적 교감인지 아닌지 잘 살펴보아야 한다.  


소유와 애착을 넘어선 우정의 관계를 만들면 욕망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다.


연암의 명 재상 친구들은 글을 남기지 않았지만 연암은 글을 남겨 후세에도 전해짐.

대대손손 뜨고 싶으면 명문장을 쓰거나 권력다툼을 하라 ! 


연암의 담백한 슬픔의 글은 지금 우리도 공감할 수 있다.

공자의 애이불비 - 슬퍼하되 비탄에 빠지지 마라 - 이것이 유학적인 영성이다.

현대인은 슬픔을 슬픔이 아닌 비장함, 절규로 배출한다.  이것은 다 내상이 되곤 한다.


평범함 삶의 맛을 느끼려면 온갖 감정의 “흐름”을 온전히 느껴야 한다.  

 

애도를 잘 하면 자신의 치유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강의를 듣고 나서 진짜 애도가 무엇인지, 또 진짜 자유가 무엇인지 명쾌한 답을 얻은 듯 해서 마음에 시원함을 느꼈다.

물론 어리석은 중생이라 잊고 환기하고를 반복하겠지만,

그래도 적어도 이 시점은, 나는 그런대로 자유롭다 ^^


댓글목록

애도국가님의 댓글

애도국가 작성일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비빌언덕님의 댓글

비빌언덕 작성일

예전에 읽은 '아버지의 해방일지' 라는 책이 생각나네요. 아버지의 삼일장을 치르면서 생전의 아버지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고 그의 인생을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내용인데....죽음이란 키워드로 인해 어둡고 슬플거라 생각했지만 슬픔보다 오히려 마음이 유쾌해졌달까...이유를 잘 몰랐는데..진정한 애도란 무엇인가 좀더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후기 잘 읽었습니다.^^

라다크님의 댓글

라다크 작성일

'평범함이 기쁨을 주지 못하는 현대인'에 공감합니다.
공동체가 무너지고 이웃이 없으니~
대면이 귀찮고 비대면이 편하니~
페이스북이나 인스타에 올리려면
평범은 인싸가 되지 못하니~
ㅠㅠ

김굿바이님의 댓글

김굿바이 작성일

"나는 그런대로 자유롭다"니 참으로 부럽소~~~많이 부럽소~~~

나도 이제는 '부럽소'대신 그런대로 좋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