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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금성 4학기] 글쓰기 2주차 오후 세미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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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연 작성일23-10-29 21:43 조회162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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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금요랭귀지스쿨의 마지막은 삶을 위한 죽음 탐구의 글쓰기 과정으로, 자신의 묘비명을 써야 한다. 오후, 세미나 교재인 다산과 연암 라이벌 평전 두개의 별 두개의 지도, 네 분의 발제문을(p126-244) 중심으로 나눴다.

 

연암과 다산, 정조의 삼중주

저자인 고미숙 선생님은 세 사람의 관계를 고정된 삼각형이 아닌 시절에 따라 꼭지점도 바뀌고 모습도 변하며 변주를 만들어 내는 삼중주로 봤다. 어떤 텍스트를 읽거나 쓸 때 어떻게 재구성 하는가에 따라 새로운 해석과 남다른 통찰을 전할 수 있음을 알아간다. 연애사보다 더 쫄깃하게 정조와 다산의 만남과 엇갈림,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곁에 두고자 서로를 지켜내고자 했던 일화들이 그려진다. 연암과는 알 듯 모를 듯 안테나는 서로를 향하지만 몸은 거리 유지했던 밀당의 고수들로 나온다. 정조와의 관계에서 걸림돌로 다가온 것이 있으니, 다산에겐 후일 긴 유배 생활을 야기한 서학’, 연암에겐 불순한 문체의 근원이라고 본 열하일기.

장금샘은 주류와 비주류, 중심 등에 대한 고민이 두리뭉실한 해석이 아닌 디테일한 접근이어야 함을 강조하며, 세 사람이 주어진 상황 안에서 자신의 최선을 다했다는 점, 그들의 관계망과 스파크를 우리 삶으로 가져오면서 어떻게 상상력을 넓히느냐가 핵심이라고 했다.

 

정조의 문체반정

정조는 명말청초의 패관소품이 인기를 끌고, 사대부들조차 이 문체에 물들어감을 경계해, 문체를 순정한 고문으로 되돌리려 했다. 서적 수입도 금지하고, 과거시험의 문체 검열도 강화해 가는 과정에서 억울한 희생자도 생긴다. 나랏일을 고민해야 할 관리가 연애소설을 읽다 들켰을 때, 정조의 마음을 떠올려본다. 한참 공부해야 할 고3 수험생 자녀가 밤새 웹툰을 보는 것에 화나고 속 터지는 부모의 마음으로 보면 무리일까. 더욱이 서양의 학문과 기술, 신앙까지 더해져 서학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지는데, 이것이 모두 중국에서 전해진 책을 통해서였던 것이다.

기질을 바꾸는 글쓰기, 법고창신, 근대성, 챗지피티가 나온 지금과 300년 전 문체반정의 거리감, 내용인지 형식인지 등 풍성한 얘기가 오갔다. 사방으로 길이 열렸다지만, 길을 찾기도 쉽지 않고, 잃기도 쉬워 보인다. 뭔가 새로운 것을 해볼 수 있는 변용력과 독창성은 인식의 전환에서 오는데, 결국 인식은 문체로 표현된다고, 이것을 알아차린 정조는 굉장한 지성의 소유자라고이 시간, 개인적으로 챗지피티와 글쓰기가 계속 맴돌았다. 챗지피티 자소서 강의와 작성으로 기업 입사 성공 사례부터, 대학생들의 학업에도 유용하게 쓰인다. 동네 도서관에선 시와 동화를 창작해 전자책으로 만드는 ‘Chat GPT와 함께 하는 나도작가다란 초등학생 대상 진로독서프로그램도 열리고, 내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활용 강좌들이 있을 것이다. 글을 쓰시는 샘들의 여러 생각이 진심 궁금하다.

 

 서학의 도래

서학이 종교적인 색채가 짙어지며 제사를 금지하는 등 유교 질서를 어지럽히게 되자 많은 사대부는 배교한다. 다산 또한 정계 입문 후 서교로 인한 비방이 끊이지 않았기에, 동부승지를 제수받고, 천주교와의 관계를 미혹되었다고 세상에 밝히며, 지난 과거로 선을 긋는다. 그러나 정조 죽음 이듬해 일어난 신유박해에 연루되어, 18년간의 긴 유배 생활을 하며 다산학을 활짝 꽃피워낸다연암은 서학을 사상적 말류요, 요사스러운 패설로 보고 발본색원을 주장했다.

이 장의 마지막 시대적 균열 위에서 각자에게 주어진 길을 최선을 다해 갔다의 울림을 나누며 세미나를 마쳤다이 책을 통해, 두 별의 글을 읽게 되고, , 주위에서 다산과 연암, 곰샘에 대한 찬사를 두루 듣는 요즘, 우리가 훌륭한 안내자와 지도를 만났음을 확인하는 시간 같다. 거기에 장소와 사람도 만나게 해준다. 여름에 찾은 강진, 다산초당과 백련사 오솔길을 더위에 조금밖에 못 걸었지만, 혜장 스님과 다산의 애틋한 정을 떠올리고, 천일각에서의 시원한 바람과 바다 풍경까지 받은 선물이 크다.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커도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주어질 때 누리고 싶다다산의 시 가운데, 이번 학기 죽음의 주제와 닿아 있는 한 편을 정민 선생님이 풀어 쓴 글로 옮겨본다.

 

탐욕 憂來

 

늙음이야 어찌해볼 도리가 없고

無可奈何老

죽음도 어찌해볼 도리가 없네.

無可奈何死

죽으면 되살아날 수 없는데

一死不復生

인간을 천상처럼 여기는구나.

人間天上視

한세상 사는 일이 늙어 죽고 병들어 죽는다. 잠깐 들렀다가는 삶이 아닌가. 죽어 흙에 묻히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살아 부귀영화를 누린들 죽고 나면 그뿐이다. ! 무섭다. 저들은 대체 어떤 사람인가? 잠시 묵었다 떠나는 여인숙같은 인간 세상을 마치 영원무궁한 천상 세계라도 되는 듯이 여기고 있구나 그 탐욕이 끝없고, 그 사치가 끝없다.

 

댓글목록

나영님의 댓글

나영 작성일

세미나 시간을 글로 정갈하게 정리해 주셔서 감사해요~ 궁금하시다길래…챗 gpt로 급히 해야하던 번역을 맡겨보니 예상보다 훌륭하여 즐거웠다는 경험이 있는데요 ㅎ  사진기가 처음 나왔을때 화가들이 패닉했지만 그림시장은 오히려 더 팽창하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나 싶기도 해요.  결국은 도구일 뿐, 사용하는건 인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