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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화성 8주차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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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고함니 작성일23-09-13 09:43 조회99회 댓글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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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여차저차 4부까지 마무리했다. 문탁 선생님이 4부의 주요 문장을 선택하여 읽고 해석해주어 맥락을 잡는 데 도움이 되었다. 강의가 끝난 후 토론 시간에 학인들은 혼자서는 언감생심 읽을 엄두도 못냈을 니체의 책을 통독으로라도 끝까지 완독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연령대별로 이 책을 받아들이는 느낌이 달랐다. 50대 학인은 뒤로 갈수록 재미를 붙여 읽는데 무리는 없었지만 니체 철학이 와닿진 않았다고 하시고, 30~40 학인들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능동적 힘에의 의지를 강조하는 니체의 책을 수동적 방식으로 읽고 있는 자신이 조금 아쉬웠다고 자평하는 학인도 있었다. 반어적으로 커리큘럼의 긍정적 효과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미 표면이란 표면은 다 앉아보았으며, 지쳐 있는 먼지처럼 거울과 유리창 위에서 잠을 자보기도 했다. 모두가 내게서 앗아가기만 할 뿐 주는 것은 없었다. 그리하여 나 아주 얇게, 거의 그림자처럼 되고 만 것이다. 

오, 차라투스트라여, 나 그대를 뒤쫓아 더없이 오랫동안 날기도 하고 옮겨도 다녔지. 그리고 그대 눈에 띄지 않도록 나 자신을 숨겨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 그대의 최선의 그림자였다. 그대가 앉아 있는 곳, 나 또한 어김없이 앉아 있었으니. 

 

애써 그대와 함께 온갖 금지된 것, 더없이 고약한 것, 더없이 먼 것 속으로 파고들어가도 보았고. 내게 어떤 미덕이 있다면, 그것은 나 금지된 그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것이리라. p.447

 

'내가 바라는 삶을 살자. 아니면 더 이상 살지를 말든가.' 그러기를 나 원하는바, 더없이 거룩한 자 또한 그러기를 원하고 있으렷다. 그러나 슬픈일이로다! 나 어찌 아직 바람이란 것을 가질 수 있으리오?

 

내게는 있는가, 아직도 목적지가? 나의 돛배가 달려갈 항구가? 

순풍이? 아, 그 자신이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를 아는 자만이 알 것이다. 어떤 바람이 순풍인지, 그리고 항해에 적당한 바람인지를.

내게 아직 무엇이 남아 있지? 지쳐 있는, 그러면서도 뻔뻔스러운 마음,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의지, 푸드덕거리는 날개, 부러진 척추 정도가 아닌가. p.448

-'그림자'의 통탄-

 

조용! 조용! 방금 세계가 완전해지지 않았는가?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 것일까?

보드라운 바람이 잔잔한 바다 위에서 보이지 않게 가볍게, 깃털처럼 가볍게 춤추듯 잠은 내 위에서 춤추고 있구나.

잠은 내 눈을 감겨주지는 않고, 나의 영혼으로 하여금 깨어 있도록 하는구나. 잠은 가볍다. 진정! 깃털처럼 가볍다. p.452

 

더없이 조용한 포구에 정박해 있는, 이처럼 지칠 대로 지친 배가 그리하듯 나 또한 더없이 무른 실로 묶인 채 뭍 가까이에서 신실하고 믿음직하게 기다리면서 쉬고 있는 것이다.

 

삼가라! 뜨거운 정오가 초원위에서 잠들어 있으니. 노래 부르지 말라! 조용히! 세계는 완전한다.

 

더없이 적은 것, 더없이 조용한 것, 더없이 가벼운 것, 도마뱀의 바스락거림, 숨결 하나, 휙하는 소리, 한순간. 적은 것이 최상의 행복의 특성을 만들어낸다. 그러니 조용히 하라! p.453

-'정오에' 차라투스트라의 행복한 노래-

 

'그림자'를 의식화하여 전체성으로 나아가는 시간 '정오'에 다다른 차라투스트라는 '세계는 완전하다.'하고 탄성을 지른다. '그림자'의 근원을 향한 욕구, 통탄, 절규를 억압하지 않고 힘에의 의지를 작동시켜 의식화 시킨다. 실천 매뉴얼은 작은 것에서 차이를 발견하고 행복을 누리라는 것. 그건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돈보다 시간이 많아지면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천천히 관찰하고 느끼고 생각하면서 차이를 만들어내고 충만함을 느끼는 순간들을 많이 가질수록 우리는 허무와 권태를 극복하고 귀족 정신을 갖는 '지체 높은 자들'이 되어 위버멘쉬로 가는 다리 위에 서 있을 것이다.

 

 

 

 

댓글목록

당신뜻대로님의 댓글

당신뜻대로 작성일

후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여차저차 두 번 연속 후기를 쓰시게 된 데는 뭔가 착오가 있는 것이었을까요?  - 진행병 있는 이가

마고함니님의 댓글

마고함니 댓글의 댓글 작성일

제가 낭송 후기를 쓰고 혜란샘이 이번주 후기 작성자인데 순서를 바꿔 썼습니다.
혜란샘이 낭송 후기를 쓰기로 했고요.^^

쇠지나님의 댓글

쇠지나 작성일

'그림자'를 샘의 목소리로 들려주시니 와 닿네요. (혹시 5부 아닌가요? 제가 읽은 적이 없는 듯 ㅎㅎ) 작은 것에서 차이를 발견하고 행복해지라는 말씀도 너무 소중하구요, 감사합니다. -감동에 무딘 이 그러나 다리 방향을 알려주는 친구의 소중함은 아는 이가

마고함니님의 댓글

마고함니 댓글의 댓글 작성일

각자의 방식으로 일상의 돌을 굴리면서,
사자정신으로 허무를 극복하는게 우리의 과제네요.
가끔 관계를 소거시키고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어
'그림자'를 어르고 달래어 보기도 하고요.~~^^

당신뜻대로님의 댓글

당신뜻대로 댓글의 댓글 작성일

감동에 무딘 이 그러나 다리 방향을 알려주는 친구의 소중함은 아는 이님, 감동에 안 무디신 거 같으십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