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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성 3학기 1주차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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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우영순 작성일22-07-26 17:28 조회829회 댓글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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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반 기대반으로 시작한 대중지성이 반환점을 돌아 3학기가 시작되었다. 지난 시간을 잠깐 돌아보면 세미나와 글쓰기라는 낯설고 불편했던 방식에 적응해 나가는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지금도 글쓰기는 여전히 돌덩이 마냥 부담스럽지만 왜 써야하는지를 이젠 알기에 친해지려 노력해본다. 3학기 첫시간은 법구경 강의로 시작됐다. 강사이신 안혜숙샘은 처음 뵈었다. 첫인상은 안경을 쓰시고 마른 체구이셔서 그런지 조선시대 깐깐한 선비가 연상되었는데 강의를 들으며 조용하면서도 힘있는 목소리와 환하게 웃으시는 얼굴에 나도 웃음이 지어졌고, 물 흐르듯 진행하시는 모습에서는 “진짜가 오셨구나” 느껴졌다. 샘은 2학기까지 무사히 마친 것을 축하해 주시고 목성 선생님들이 진지하고 열심히 한다고 들으셨다며 열심히 하지 말라고 하신다. 열심히 하면 빨리 지치니 내 깜냥만큼 끝까지 가겠다는 마음으로 편하게 하라고 조언해주신다. 3학기부터는 열심히 해야지 했던 마음을 해제시켜 주셨다.

 법구경 첫강의는 법구경의 형식과 내용 그리고 법구경을 대하는 걸림돌에 대해 말씀하신다. 지난 1~2학기를 거치며 불교의 개념을 공부했고 불교의 가장 중요한 개념은 인연법이라고도 하는 연기법이다. 우리의 만남도 인연이다. 우리가 있음으로 선생님이 있고, 감이당 3층이라는 공간이 있고, 지금이라는 예정되어 있는 시간이 있고, 이외에 많은 변수들, 비오는 날씨, 각 개인의 나름의 변수 등 연기법 속에서 생각할 때 외부적으로 주어지는 조건을 만나야 작용하게 된다. 즉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고 저것이 있으면 이것이 있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 지금 우리에게는 연기 조건은 비슷하게 주어졌으나 생성하는 것은 다르다. 그것은 마음 즉 인(因)의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즉 인연(因緣)에서 인은 원인이 되는 나의 마음이요 연은 인을 드러나게 하는 외부의 조건이다. 지금 같은 공간에서 같은 공부를 하고 있지만 각자가 얻어가는(생성하는) 것은 다른 이유다. 연기법은 매순간 삶에 적용될 수 있다. 부처님은 45년간 깨달으신 것(연기법 사성제 팔정도 등)을 쉼없이 전파하셨다. 법구경은 그 인연법의 결과 찾아온 수행승과 대중들과의 만남의 소산이다. 당시의 생생한 인연담이 구전되어 오다가 부처님 사후 1,2,3차 결집을 통해 언어(빠알리어)로 기록되었다. 26장 423편의 초기경전으로 주로 4행시(길면 8행시)이며 일대일로 당사자의 삶의 고뇌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우리의 교재는 게송과 인연담을 나누어 편성해 4구의 게송만으로는 너무나 짧고 의미가 잘 와닿지 않는다. 인연담을 통해 봐야 새롭게 와닿고 의미가 와닿는다. 게송 하나에 인연담이 모두 있는 것은 독보적이다. 그런데 이 인연담이 법구경을 읽는 걸림돌이라고 한다. 현대의 우리의 의식으로는 서걱 거리는 느낌이 있다. 예를 들어 1품 쌍의 품에서는 큰 수행승이 전생의 업으로 눈이 멀게 되는데 이에 대해 우리는 열심히 수행하여 깨닫게 되면 행복할 거라고 믿기 때문에 눈 먼 수행승의 인연담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깨달은 수행승도 전생의 업을 피해 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도 시절인연으로 공부를 하게 되면 공부가 재미있고 내가 달라지는 느낌에 고무 되다가 어느 순간 답보 상태에 빠진다. 그것이 안주하려는 우리의 업이고 그것을 넘어서야 한다. 2,500년전 당시는 문자가 없었고 업과 윤회가 부각되었던 힌두시대였기에 부처님은 각자의 업속에서 문제를 해결해주셨다. 법구경이 인연담이 주인 이유다. 법구경은 개인의 업처에 따른 말씀이며 업은 나의 몸과 습관, 내가 꽂히는 것들로 나타나며 사람마다 업처가 다르다. 이중 우리가 집착이 가장 심한 것은 몸이다. 몸은 태어나면서 탐진치를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에 탐진치에 끄달리게 되어있다. 그래서 법구경은 수행의 방법으로 명상수행을 강조한다. 당시 주로 젊은 남자들이 출가를 했으므로 그들에겐 주된 업처가 성욕이라 수행승들에게 부정관이 많이 쓰였다. 명상과 부정관을 통해 무상을 알게 했다. 명상수행에 대한 오해가 있다. 명상으로 깨달음에 갈 수 있다는. 그러나 명상만으로 깨달음에 갈 수 없다. 공부와 통찰이 있어야 한다. 코앞에 닥친 문제 해결이 아닌 근원에 대한 질문을 통해야 한다. 즉 화두를 붙들어야 한다. 체득을 통해야 앎에 인식의 변화가 오고 무상을 터득할 수 있다.
현대의 우리는 전생담과 인연담에 어색하다. 하지만 당시 시체나 죽음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던 인도의 환경과 죽음이 일상과 격리되고 있고 관념도 죽음과는 멀어지고 있는 현대의 괴리를 염두에 두며 법구경을 읽으면 인연담이 걸림돌이 되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자기의 업장, 업처, 습에서 벗어나는 길은 자신이 부딪히는 상황들(업처)을 들여다 봐야한다. 그렇지 않은 지식은 나를 공고히만 할 뿐이다. 오늘 강의는 “법구경은 우리들의 이야기다. 나의 것(이야기)을 가져오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로 요약할 수 있겠다.

 두번째 강의는 홍루몽이다.
홍루몽은 이름만 들어본 기억이 있을 뿐 낯선 소설이다. 중국 청나라때 조설근이 쓴 장편소설로 중국인들에게 엄청 사랑받는 소설이고 중국 4대 명저 중 (서유기, 삼국지, 수호지, 홍루몽) 하나다. 하지만 잔잔하고 반복적으로 흐르는 줄거리가 한국사람 기질과는 안맞아 잘모른다고 한다. 문체와 전개 자체가 섬세, 세밀하고 작은 것에 공감한다. 제일 특이한 것은 성공 신화가 없고, 싸우지도 않고 주인공은 잘하는게 없다. 주인공인 보옥은 여자를 좋아하지만 책임지지 않고 권력욕도 없고, 출세욕도 없다. 몸은 여성보다 더 여성적이다. 황제의 비호 아래 귀비의 명으로 만들어진 대관원에서 일어나는 부귀영화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모든 배경은 집안, 여자들의 규방이고 여자아이들이 주인공이며 모두 병을 가지고 있다. 규방의 최대 스캔들인 보옥/대옥/보차의 삼각관계, 가문의 총애를 한 몸에 받으며 권력을 휘두르다가 비참한 몰락을 맞이한 왕희봉이 주요 인물이다.
 이번 강의는 홍루몽의 방대한 내용중 사람들의 병증에 대해 살펴본다. 홍루몽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병을 가지고 있다. 병은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며 발현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병은 삶의 일부이고 오히려 색채를 더해주는 요소로 본다. 서사는 병을 통해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게 해준다. 희봉의 딸 교조는 꽃놀이 후에 감기에 걸려 점을 치니 꽃신에게 당했다고 한다. 온 세상의 부가 대갓집에 집중되어 대갓집 자제를 질투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꽃신을 달래기 위해 가난한 사람에게 기부하고 병이 나았다는 서사, 또 보옥이 전생에 돌이었는데 인간세상을 경험하고 싶어서 사람으로 태어났고 많은 시녀들을 사랑하였으나 마음의 병을 얻게 되고 인생무상을 깨닫고 다시 돌로 돌아가는 간다는 서사, 소설의 결론이기도 하다. 소설의 서사가 보여주듯이 우리도 자기 병의 서사를 가지고 살아야 한다고 한다. 병의 서사를 꾸미는 것은 자기 삶의 윤리를 세우는 것이다. 
이번 법구경과 홍루몽 강의는 몸에 대한 관찰을 통해 나의 업처를 바로 보고, 병을 삶의 서사로 만들어 무상을 체득하도록 인도하는 시간이었다.
댓글목록

햇살가득님의 댓글

햇살가득 작성일

영순샘
후기를 이렇게 꼼꼼하게 정리해주시다니
놀랍습니다. 그리고 작은 글씨 인연담을 대하는 태도가 샘 덕분에 달라질 것 같아요. ㅎ

강미숙님의 댓글

강미숙 작성일

영순샘 후기글  잘 읽었습니다.그때 그시간의 가물거림이 확  와닿아 좋은 후기라 생각 합니다,  감사합니다,

정은이님의 댓글

정은이 작성일

후기 잘 읽었습니다. ~
잘 정리해 주셔서 다시 한 번 공부가 되는 것 같습니다. 
"몸에 대한 관찰을 통해 나의 업처를 바로 보고, 병을 삶의 서사로 만들어 무상을 체득"할 수 있도록
정진하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

우영순님의 댓글

우영순 작성일

붙여쓰기를 했더니 줄과 단락이 모두 없어지네요. 패스워드가 틀려 삭제가 안되어 그냥 게시합니다.
보시기에 많이 불편하시겠지만 양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