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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을' 의 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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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갑순이 작성일13-04-22 11:43 조회5,195회 댓글1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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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쓴 에세이가 1등이라니  실감이 잘 안났습니다. 글을 잘 쓰시는 분들이 워낙 많은데 말이예요.
어젯밤 꿈자리도 뒤숭숭했구요. 아마 이건 의역학적으로 보자면 기쁨, 놀람, 가슴떨림 등 모두 발산하는 기운만 있어서 그랬을까요?
초등학교 5학년 때 받은 글짓기상 이후로 글을 써서 받은 상은 처음이거든요.
아직도 저에겐 글쓰기의 세계가 낯설게만 느껴집니다.
그러면서도 어제 집에 와서는 남편과 아이들에게 잘난 척을 해댔습니다.
'어머, 엄마가 원래 글쓰는 재주가 있었는데 지금까지 모르고 살았나봐?'
가족들은 '뭐 이번 글은 좀 잘 쓴거 같긴 하더라' 인정하면서도, 제가 오바하는 게 재수없다는 표정입니다. ^^
하지만 그런 마음과 동시에 다음 학기 에세이 발표날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겁니다.
곰샘께서는  ' 아니 지난번 에세이를 썼던 그 자세는 다 어디가고 이런 걸 글이라고 썼어?!' 하시며 흥분하실 거고, 저의 에세이는 탁자의 먼지를 털겠지요? ㅎ 아마 90% 이상은 그럴 확률이 높습니다.
이렇게 기쁨과 두려움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헤매는 저에게 구원의 손길이 내려왔습니다.
어제 어느 쌤께서, 자기는 안그래도 불덩어리 사주인데, 불덩어리 가득한 시간에 발표를 하게 됐으니 어쩜 좋으냐고.
그 순간에 확 불타오르면 어떡하지 걱정 하시는데, 저야 뭐, 물바다인 사람이라 별 생각 없었거든요.
근데, 오늘 아침에 갑자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드는 겁니다.
저는 아직도 제 사주를 정확히 기억 못하는데, 갑자기 巳자가 저한테 무슨 의미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제 사주를 찾아봤더니 글쎄 놀랍게도 巳자가 저한테 '천을'인거예요.
제 사주 지지에도 巳가 하나 있긴 하지만, 어제 제가 발표했던 그 시각이 우연히 巳해, 巳일, 巳시였다는 것!!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그럼 제가 그 글을 쓴 기운도 모두 저와 우주의 오묘한 교감이 만들었다는 걸까요? 
더 과거로 거슬러 가서 글의 소재가 됐던, 남편의 병이나 등산까지도 모두? 이렇게 따지면 아마 우주와 제가 만났던 태초의 어느 시작점까지 가야 될 듯합니다.
그리고, 작년 4학기부터 왠지 글쓰기가 재밌어지고, 그렇게 글쓰기 싫어했던 제가 소소한 일상들을 기록하게 했던 것까지도, 다 어제의 그 시간을 위한 거였을까요?
이것이 바로 천지인이 같이 맞물려 돌아가는 원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공부하면서 매번 듣는 얘기지만, 다시 한번 체험하게 됩니다.
나 혼자서 하는 일은 이 세상에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을. 이것이 한없이 저를 겸손하게 만드네요. 
게다가 더 좋은 건 다음 글쓰기가 그렇게 두렵지만은 않겠다는 편안함도 생깁니다.
그저 담담히 일상을 살고 있으면, 또 그때의 우주와 만나는 기운으로 글을 쓰겠지요. 그것이 공망의 기운이든, 천을의 기운이든 관계없이.. 
또 하나, 우주와 잘 교감하기 위해서는 삶의 방식이나 욕망을 산만하게 하는 건 치명적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와 교감해야 할 우주가, 내가 산만하게 살고 있으면 아마 같이 산만해져야 할테니까요.^^
다시 한번 단순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됩니다.
몇 십년만에 처음 들어보는 1등인지라 벌렁거리던 마음이, 이 글을 쓰는 동안 편안해지네요. 이게 바로 글쓰기의 힘이겠지요?
 
혹시 '천을'의 의미를 아시는 분~~?
뭔가 좋다는 얘기는 들었던 것 같은데, 궁금해지네요^^
아침에 갑자기 구원의 손길이 내려온 시간도 巳시더라구요 ㅋㅋ 
 
 
 
 
 
 
 
 
 
댓글목록

phin님의 댓글

phin 작성일

마지막에 발표셨는데 역시 술술술술 잘 읽히고 재밌었어요
이렇게 쓰는거구나 싶기도 했구요, 축하드립니다~^^
발표날을 함께 보내며 돌이켜 생각도 해보고 배우는 중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곰샘님께서는 기운 좀 회복하셨을까요?

푸훗님의 댓글

푸훗 작성일

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 (무슨 말이 더 필요있겠습니까! ^^)  문탁샘께서 책도 미리 알려주셨겠다 책 선물도 골라보셔야죠^^ㅎㅎㅎㅎ

시연님의 댓글

시연 작성일

연실샘~이렇게 대놓고 기뻐하시다니 저도 유쾌하네요. 담번 글 절~~대 기대안할께요. 편안히 등산하시어요.^^444를 선생님의 숫자로~ 그 힘으로 수욜날 김치도 맛나게 담궈봅시다요~~

갑순이님의 댓글

갑순이 댓글의 댓글 작성일

ㅋㅋ 넘 오랜만에 받아보는 상이라..
그러고보니 아마 그분이 내려오셔서 소제목에도 살아있네 살아있어 사~사사~사 를 넣으라고 했나봐요 ㅎ
김장 100포기 경력이 있긴 한데..제 입에만 맛있더라는..^^

무을계님의 댓글

무을계 작성일

저도 한때는 미토천을이 든 날 유의미한 일들이 이어졌었습니다. 그런데 항상 그렇진 않은지 한동안 잊고 지냈었내요. 샘께 사화가 천을로서 샘의 사유에 들어왔다는 것만으로도 효력이 발휘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반면 저는 지난 4학기부터 제 사주의 말썽장이 진토를 붙들고 있었드랬는데( 별칭도 (진)무을계로  에세이 올리고 바꿈), 그러고 보니 제 발표날은 辰월 辰일, 시간은 다행히 빗겨갔지만 보기 좋게 한방 먹었습니다. 운명은 도둑처럼 오네요. ㅎㅎ.

갑순이님의 댓글

갑순이 댓글의 댓글 작성일

정말 신기하네요^^ 어쩐지 요즘 느낌이 요상하더라구요~ 왠지 글도 술술 나오고, 다른 일들도 잘 풀리구..
어제 일이 있고나서 갑자기 사주생각이 났거든요.
정말 운명은 몰래 들어오는거 맞네요 ㅋㅋ

무을계님의 댓글

무을계 작성일

다시 한번 축하해요. 어제 잠깐 말씀드렸지만 샘 발표 마치자 마자 느낌으로 오더라니, 샘글에서 받은 느낌을 지침삼아 저도 다음에는 차이를 만들어 가도록 할께요. 고마와용.

갑순이님의 댓글

갑순이 댓글의 댓글 작성일

이런게 바로 글이 공명을 일으키는 건가봐요^^
감사합니다~~

오우님의 댓글

오우 작성일

축하합니다.^^ 샘 글을 읽으면서 아주 즐거웠습니다. 글쓰기로 일상이 바뀌는 경험을 이렇게 경쾌하게 표현하시다니~~ 다니신 산의 정기도 한 몫 한 듯합니다. ㅋㅋ

갑순이님의 댓글

갑순이 댓글의 댓글 작성일

샘~감사해요^^ 작년에 같은 조에서 공부하면서 많이 도움됐거든요.
ㅋㅋ 북한산의 그 분이 오셨었다는 걸 오늘 알았어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