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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후기를 기다리셨나요? (3학기 10강 렉쳐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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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Ziny 작성일22-10-15 04:12 조회1,286회 댓글17건

본문

후기가 늦어진 이유

그날의 기억은 향연 같았습니다. 새벽에 출발해서 아주 밤에 집에 돌아왔는데,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까무룩 잠이 들었어요. 깨고 나니 한바탕 흥겨운 잔치집 다녀온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거나하게 한 잔 한 기분 말입니다. 그렇다고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은 아니라는 거, 다 아시죠? 그냥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그 기운 속에서 평안하게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생각만 하면 기분이 좋아져서 후기가 있는 것인지조차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방학 지나고 월요일, 제가 문자를 받습니다. ‘10주 렉쳐 총평 후기가 아직 안 올라왔는데, 3조 차례이니 확인 부탁합니다알아보니, 저의 차례였습니다!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이럴수가.... 아무 방비 없이 무언가 들이닥친 기분이랄까. 멍하니 며칠 지났습니다.

후기를 기다리실수도 있는 선생님들을 생각하며, 저는 샘들의 렉쳐 초안을 다시 읽어봅니다. 잔치집 분위기 글은,,, 없었습니다. 지산샘이, 그날 새벽, 초안들을 읽고 목욕재계하고 오셨다는 말씀을 웃으며 하셨는데, 그래서 저도 마주 웃었거든요. 그때는 잘 몰랐는데, 선생님의 마음이 무엇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목욕재계하고 가고 싶었을 어떤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저는 어째서 잔치집 분위기로 그날을 기억하게 된 것일까요?

 

줄탁동시:학인들의 글을 목욕재계하고 마주하는 선생님

저의 렉쳐가 성공적이어서 그랬냐구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저의 렉쳐를 생각하면, 불쑥불쑥 무언가 올라옵니다. 노자의 언어가 내 안에서 익어 나의 말로 소화되어 렉쳐로 피어나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거든요. 렉쳐를 끝내고 자책 모드로 내 마음은 즐겁지 않았습니다. 그날을 향연처럼 만들어준 것 중의 하나는, 지산샘의 강평입니다. 좀 더 세밀하게 말하면 저는 선생님이 겐지즈 강가에서 모래 한 알의 희망을 발견하는 심정으로우리의 렉쳐를 보고 듣고 말씀하신다는 것을, 그 힘이 목욕재계하고 그 자리에 나오게 된 마음이었다는 것이 어느 순간 느껴지면서 마음이 풀어졌습니다. 그것은 알에서 나오려는 병아리가 덜 자란 부리로 껍질을 쪼는 일을, 어미 닭이 밖에서 알아차리고 동시에 알을 쪼아 나오게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우리의 공부는 도달해야 할 뚜렷한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알에서 빠져나오는 작업이겠구나. 밖에서 함께 알을 깨뜨려주려는 학인들과 선생님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기분 좋은 어떤 향연에 참여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했습니다.

노자의 개념 하나라도 자신의 삶 속에서 실용적으로 적용해보려는 우리들의 시도들은, 뜻밖의 문제와 마주치기도 하고 깊이 숨겨진 상처를 드러내기도 하고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하기도 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든지 드러낼 수 있는 장이 있다는 것은, 또 다른 의미에서 향연입니다.

 

뒷풀이

아마도 잔칫집 분위기는 여기서 확실해진 것 같습니다. 우선, 박운섭 샘이 백수입문을 자축하며 맛있는 떡과 따뜻한 차, 그리고 점심 김밥을 마련해주셨습니다. 덕분에 에너지가 고갈될 때마다 충전하면서 렉쳐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지선샘은, 마지막으로 여러분들의 모든 강의는 옥의 티 조차 감동이었다고 강평을 마치셨습니다. 이후 감이당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그 자리가 진짜 잔칫집으로 바뀐 것입니다! 김주란 담임샘의 접혀진 혹은 숨겨진 계획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너무 신이 났습니다. 짜장면과 기타 등등, 건강에 좋은 포도주, 정말 잔칫집처럼 왁자했습니다. 음식도 겁나 맛있었구요. 그러다, 노래 잘하고 싶어서 오래전부터 깊이 탐구해온 발성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 권혁샘의 노래는 꼭 들어봐야 한다는 요청이 있어, 무반주로 두 곡의 노래 가락이 울려 퍼졌습니다. 앵콜곡은 모나리자였는데 너무 흥겨워서, 하마터면 나도 모르게 노래방 이어부르기 처럼 흥얼거리기 좋아하는 봄날은 간다노래가 내 입에서 나올 뻔했습니다.^^ 막 차 시간이 있는 저는 거기서 퇴장하였으니 그 뒷이야기가 궁금하기는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공부한 내용을 파일로 정리해 학인들에게 나눔 보시하면서 공부 근육이 더욱 단단해진 양미연샘의 글은 깊이와 울림이 있었습니다. 작은도서관이라는 현장에서 노자의 무위, 무사를 적용하여 실험해본 김자영샘의 렉쳐는 짜임새 있었지요. 두 분이 3학기 장원입니다. 부득이를 강의해준 김한수샘, 총욕이 왜 몸의 문제인가를 주제로 어원을 중심으로 강의를 이끈 강수영샘, 통나무의 비유로 도를 설명해준 고지영샘, 아름드리나무에서 씨앗으로부터 시작되는 시공간의 관계성을 이끌어내어 강의한 구본숙샘의 강의도 좋았다고 지선샘이 말씀하셨지요. 노자 도덕경을 총정리하는 강의를 진행하고, 퀴즈로 청중의 집중력을 점검하면서 사은품(?)을 수여한 박운섭샘의 사은품은 제가 득템했습니다.^^ 하지만 지선샘 총평처럼 우리 모두의 강의는 옥의 티 조차도 감동이었습니다.

댓글목록

멍뚱깽님의 댓글

멍뚱깽 작성일

목욕재계에서 줄탁동시까지 연결하신, 온마음을 다해 쓰신 유려한 후기에 감동받았습니다. 그날의 잔치 혹은 지혜의 향연을 다시금 환기시켜주는 진샘 또한, 어미새와 같은 넉넉함을 지니셨네요. 4학기에도 함께 알을 깨며 나아가 보아요.

이형은님의 댓글

이형은 작성일

읽다보니 그 날 제가 느꼈던 따듯함이 다시 느껴지네요. 저는 줌에 있었는데도 제가 렉쳐를 하고 지산씨가 강평을 해 주실 때 모든 일성 선생님들이 저의 아픔을 함께하고 위로해 주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떨어져 있어 눈빛조차 확인할 수 없었지만 모든 분들이 저를 토닥여주시는 듯한 그 공기와 기운…역시 우리는 모두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나 봅니다. 저의 소중한 도반 여러분, 감사합니다.

Ziny님의 댓글

Ziny 댓글의 댓글 작성일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정말 맞습니다!!  지산씨가 이야기가 생각나는데요, 아픔도 슬픔도 억울함도 나눔 하는 용기야 말로, 건강하게 거기를 통과하는 길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샘, 댓글로 답해주셔서 참 고마워요. 곧 현장에서 만나요!!

목도리님의 댓글

목도리 작성일

저는 당일 날 돌 집이 있어 오전에 이대중 샘의 강의까지만 듣고 구로에 돐집에  갔습니다. 진샘의 후기를 보니 오후에 참석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네요. 진샘의 글 중에서 옥의 티가 보이네 지산씨 (지선샘)

Ziny님의 댓글

Ziny 댓글의 댓글 작성일

ㅎㅎ  옥의 티를 발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지산샘, 지선샘 막 혼용해서 썼네요. 수정하려 했는데,,,, 댓글이 달리면 수정이 안된다하니, 그냥 옥의 티로 남게 되었네요. 지산샘, 죄송합니다~

강적님의 댓글

강적 작성일

후기에 지난 학기 렉처 시간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듯해 저 역시 후기에서도 감동을 받았습니다. 학기 말의 에세이나 렉처가 하나의 잔치 같은 것이라는 얘기는 들어왔었지만, 이번처럼 실제로 그렇게 느낀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언제나 어쨌든 또 한 고비를 넘겼다 라는 안도감이 컸었어요. 줄탁동시란 고사성어가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알에서 깨어나고자 하는 우리 모두에게 선생님들, 그리고 도반님들은 정말 어미새 같다는 생각입니다. 좋은 후기 감사해요.

Ziny님의 댓글

Ziny 댓글의 댓글 작성일

맞아요. 저는 마디를 넘는 것이 넘 힘들구나 했었어요. 마쳤다는 것에 다행이다 싶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어요.^^

권영필님의 댓글

권영필 작성일

진샘 말씀처럼 렉처는 지혜의 "향연"이 맞습니다.
한 학기동안 혼란스럽던 지식의 파편들이 다양한 결정체를 이루어 빛을 발하는 향연이었습니다.
그만한 개달음을 이 향연이 아닌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요.  모든 도반님들께 감사드립니다~~~

Ziny님의 댓글

Ziny 댓글의 댓글 작성일

렉처를 지혜의 향연으로 동의해주시니, 4학기 마디도 렉처로 넘으면서 '향연'을 한 번 더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셈인가요? 댓글 감사합니다.

엇박님의 댓글

엇박 작성일

방학 때문인지 환절기 때문인지 후기의 기억이 까무룩한 때 진샘의 유장한 글이 도착했네요.
4학기에 임하는 자세를 점검하라는 듯이...
이렇게 쓴 후기에 다들 예쁜 마음을 담아 댓글을 올리니 이 아니 기쁜가요?
하여야 하는 일상에 할 수 있는 일상을 보태니 공부의 풍경이 다 담겼네요. 반갑습니다.

Ziny님의 댓글

Ziny 댓글의 댓글 작성일

흥겹게 쓰고 싶었는데, 유장하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댓글로 호응해주셔서 더욱 고맙습니다.

구본숙님의 댓글

구본숙 작성일

샘~후기 넘넘 잘 읽었습니다. 뒷풀이를 같이 하지 못해 많이 아쉬웠는데 샘께서 이렇게 전해주시니 넘 좋네요. 그날의 옥의티 조차 감동이었다는 지산씨샘의 말씀이 샘의 후기까지 이어집니당!!  후기마저도 감동 그 자체에요^^

Ziny님의 댓글

Ziny 댓글의 댓글 작성일

ㅎㅎ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면이님의 댓글

면이 작성일

후기 기다렸습니다.^^ 진샘의 따땃한 후기를 읽고 있으니, 그 날의 향연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잔칫날 같았다는 말씀 공감되구요~~ 함께 공부해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고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Ziny님의 댓글

Ziny 댓글의 댓글 작성일

학교에서 갖지 못했던 배움에 대한 경험을 하면서, 학교 현장에서의 어려움을 다시 생각하게도 되었습니다. 어느 현장이든, 어려움이 있겠지만, 학교는 배우고 가르치는 현장이면서도 그것이 참말로 어려운 곳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들판님의 댓글

들판 작성일

방학이 1주 밖에 안되는데도 10주차 렉쳐시간이 먼 기억 같네요. 샘 글을 보며 다시금 그날 마음에 와닿았던 렉쳐들이 상기됩니다. 무엇보다 감이당에서 처음 있었던 잔치분위기가 아련히 기분좋은 추억으로 오래 남겨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모두가 만들어낸 축제이며, 준비해주고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Ziny님의 댓글

Ziny 댓글의 댓글 작성일

감이당 학기는 4계절 같은 느낌입니다. 계절을 넘으려면 절기를 지나야 하는데, 감이당 학기의 마지막 시간은 마디를 넘는 기분이었습니다. 1,2학기의 마디에 비하여 이번 학기는 왠지 풍성하고 한가위 잔치 같은 흥겨움과, 그 모든 수확이 가능했던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