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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80 고전학교 시즌3] 2학기 8주차 에세이쓰기 2023.12.28/문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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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문영순 작성일23-12-27 12:08 조회5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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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80 강감찬 고전학교 시즌 3 2학기 글쓰기 23.12.28. () 문영순

죽음도 좋다

죽고 사는 것은 운명입니다. 밤낮이 간단없이 이어지듯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사람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것이 세상의 현실입니다.(중략) 자연은 나에게 몸을 주어 태어나게 하고 삶을 주어 애쓰며 살게 하고 늙음을 주어 편안하게 하고 죽음을 주어 살게 합니다. 그러므로 삶을 좋다고 여기면 죽음도 좋다고 여기는 셈입니다.

낭송낭자장자 지음, 이희경 풀어 읽음,북드라망 ,181-182

 

낭송장자를 읽다가 위의 씨앗 문장에서 눈길이 멈추어졌다. 비유나 상징이 없이 평이한 서술이어서 내가 가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슬그머니 잊게 하는 글이었기 때문이었다. 장자는 밤과 낮이 이어지듯 삶과 죽음이 자연스런 변화이어서 애쓰며 살고 늙어서는 편안하게 살다가 죽으면 쉬게 된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이 순조로운 자연의 이치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불편함이 있다. 불편함이 무엇일까?

2021년 여름 함께 살던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 30대 후반에 앓던 간염이 간경화로 악화되었다. 2000년 봄에 서울 살림을 정리하고 시골로 이사했다. 그의 건강관리에 집중된 전원생활덕분에 20여 년을 더 살 수 있었던 것 같다.. 그의 나이 77세 되던 해 소화불량이 지속되더니 복수가 차오르는 증세가 나타났다. 서둘러 간 병원의 진단은 치료불가였다. 진단사실을 조심스레 남편에게 알렸다.

월남전에서 죽을 뻔한 순간에 극적으로 살아났었어. 난 이미 죽었던 사람이야.”

라고 말하는 남편은 매우 담담했다. 오히려 남겨지는 내 삶을 걱정하며, 미안하고 고마웠다고 말했다. 진통제로 통증만 다스렸다. 고교 야구 중계도 보고 즐겨 듣던 음악도 들었다. 돌아가기 마지막 전 날 진통제가 듣질 않고 극심한 고통이 시작되었다. 간난아이 같은 울부짖음이 계속되었다. 평화롭던 모습이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처절하고 참담한 고통의 시간이 이어지더니 서서히 혈압이 떨어졌다. 입원한 지 30일 만에 그는 숨을 거두었다.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나는 이 처절한 고통의 광경을 한 번도 누구에게 말 할 수 없었다. 그가 떠난 후 내게 남겨진 것은 50여 년 함께 살았던 시간 만큼의 슬픔과 상실감이었다. 일상의 무너짐으로 생긴 허탈감과 우울함도 컸다. 가끔씩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하는 말들이 울림처럼 들려오기도 했다. 그래도 슬픔의 눈물은 여전히 그칠 줄 몰랐다. 남편의 49재 올린 절에도 가고, 쉼 없이 법문도 줄곧 들었다. 마당에 있는 나무와 꽃들이 여전히 눈에 들어오질 않았다.

2년 후 매물로 내놓았던 집이 팔렸다. 새로운 땅으로 이사를 했다.

이젠 즐겁게 사세요.”

절에서 만난 스님의 말씀도 들려 왔다. ‘내게 주어진 삶을 잘 살아 가야지하는 생각이 뚜렷하게 떠올랐다.

남편에게 향했던 애도의 시간이 마무리 되어야 할 듯했다. 고통의 참담한 모습이 죽음을 조용한 자연의 변화로 받아들일 수 없는 불편함으로 작용했 것 같다. 지금은 그의 고통을 자연의 변화로 받아들일 수 있을 듯하다. 그에게 집중 되었던 시선을 남겨진 나의 삶으로 돌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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