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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80고전학교 시즌3] 2학기 글쓰기 / 2023. 12. 20. (수요일) 문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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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문영순 작성일23-12-19 12:56 조회10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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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80 고전학교 시즌 3 2학기 글쓰기 23.12.20.() 문영순

 

 

밤낮이 간단없이 이어지듯

 

 

죽고 사는 것은 운명입니다. 밤낮이 간단없이 이어지듯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사람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것이 세상의 현실입니다.∼∼∼∼자연은 몸을 주어 태어나게 하고, 삶을 주어 애쓰며 살게 하고, 늙음을 주어 편안하게 하고 죽음을 주어 쉬게 합니다. 그러므로 삶을 좋다고 여기면 죽음도 좋다고 여기는 셈입니다. 낭송 장자 6-3 . 천하를 천하

의 도 속에 감추기 181-182

 

 

낭송 장자를 읽다가 위의 씨앗 문장에서 눈길이 멈추었다. 표현된 문장이 비유나 상징이 없이 평이한 평서문이었고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까지 슬그머니 사라지게 하는 글이었기 때문이다. 장자는 낮과 밤이 이어지듯 태어남 살아감 늙음 죽음의 어쩔 수 없는 변화를 담담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늙어서 편안하다’‘ 삶이 좋다면 죽음도 좋다는 가르침을 쉽게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이 깊은 불편함의 이유는 무엇일까?

2021년 여름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 거의 50 여년을 함께 살았었다. 30대에 병이 빌견되어서울 집을 정리하고 시골로 이사 했다. 20년 남짓 섭생을 잘 관리하고, 일과 관련된 스트레스 줄이기를 힘쓰며 살았었다. 그의 나이 77 세 되던 해 몸이 붓고 소화불량의 증세가 나타났다. 여러 검사를 끝낸 의사의 진단은 치료 불가였다. 붓는 증세만 잡히면 집으로 돌아가리라는 우리의 바램은 여지없이 깨어졌다. 닥쳐오는 가슴의 통증을 다스리며 병원에 있어야 했다. 남편에게 치료가 어렵다는 진단 사실을 조심스레 알렸다.

나는 이미 죽었던 사람이야. 죽음은 마지막 축제래.”

그의 대답은 너무나 의외였다. 그는 월남 참전 시 죽을 뻔 했다가 요행히 살아났다고 말했다. ‘죽음은 인간의 마지막 축제다.’라는 어느 철학자의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그후 아침에는 좋아하는 음악을 들었고, 저녁에는 고교 야구 중계를 보았다. 통증이 심해질 때는 얼굴 찡그리는 순간이 자주 나타났지만 마음은 평온해 보였다. 그는 어린시절부터 늘 책을 끼고 살았다. 아마 장자의 가르침을 알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는 입원한 지 30일 만에 떠났다.

그 후 내게 찾아온 것은 슬픔과 고독과 혼란이었다. 거의 일년 동안은 깊은 슬픔 탓으로 우울한 날을 보냈다. 오랜 시간을 함께 살면서 의지했던 안도감이 사라진 것이 매우 힘들었다.‘어쩔 수 없는 일이야.’ ‘누구나 다 죽잖아!’ 하는 생각으로 마음을 추스르려고 노력을 했다. 그리고 남편이 수목장을 치른 절에도 자주 갔다. 어느 날 스님께서 이젠 즐겁게 사세요.”라고 말씀하셨다. 슬픔은 고요한 마음이 아니다. 고요한 마음을 찾아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라고도 하셨다.

남편의 죽음은 내게 붓다의 가르침을 만나게 했고 또한 장자의 글을 읽게 되는 기회까지 선물로 남겨 주고 갔다.

 

오늘 창밖에는 온종일 세찬 눈보라가 불었다. 자연은 따뜻한 햇살과 맑고 고요한 공기만 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우쳐 주는 것 같다. 이젠 삶은 좋다.’고 말하고, ‘죽음도 좋다.’고 편안하게 말 할 수 있는 장자의 삶 가까이 조금씩 다가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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