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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좋다고 여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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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문영순 작성일23-12-10 11:38 조회3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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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사는 것은 운명입니다. 밤낮으로 간단없이 이어지듯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사람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것이 세상의 현실이다. 자연은 나에게 몸을 주어 태어나게 하고 삶을 주어 애쓰며 살게 하고 늙음을 주어 편안하게 하고 죽음을 주어 쉬게 합니다. 그러므로 삶을 좋다고 여기면 죽음도 좋다고 여기는 셈입니다.

 

낭송장자를 읽다가 위의 씨앗 문장에서 눈길이 멈추어졌다. 우리도 흔히 운명이라는 말을 주고 받는다. 어쩔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죽음에 대해 편안한 서술로 담담하게 표현된 글이어서 더 눈길이 끌렸다. 붓다의 열반 과정은 너무나 숭고하고 높은 경지여서 다가설 수 없다는 느낌이 있었다. 장자는 친근하고 쉽게 표현했다. 그런데 죽음을 좋다고 여기려면 삶도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전제가 성립되어야 한다. ‘나는 삶을 좋게 살고 있나?’ 를 반문해 보게 되었다.

2021년 여름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 50여 년을 함께 살아왔다. 남편은 글도 많이 쓰고, 작가도 많이 키워내고, 시골로 와서는 마을의 큰 일에 앞장 서서 도왔던 사람이다. 나는 남편 건강을 위해 시골로 이사 와 집도 짓고, 음식도 만들고 그의 일이 잘 되기만 바라며 살았다. 남편의 성공이 나의 기쁨으로 여기며 행복한 나의 집을 꿈꾸며 살았다. 크고 작은 어려움도 묵묵히 견디며 살았다. 함께 산다는 안도감과 그가 하는 일이 잘 되리라는 기대 속에서만 살았던 것 같다. 그저 남들처럼 결혼하고 양육하고 남펀을 충실히 돕고 살아가면 되리라는 생각 속에서 살았다. 남편의 그늘 속에 안주하고 있었던 것이다.

남편을 사별한 후 남겨진 것은 슬픔과 고독과 혼자 살아갈 막막함 뿐이었다. 49재 의논을 위해 스님을 뵙던 날 스님의 첫말씀은 즐겁게 사세요!’ 장례를 방금 마치고 온 내게 주신 말씀이었다. 첫 제사를 지낼 때까지 거의 슬픔 속에서 살았다. 그래도 절에는 법회에 빠지지 않고 갔다. 다른 스님의 법문도 찾아서 들었다.

슬픔과 외로움은 고요한 마음이 아니다. 평상심을 찾아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가르침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붓다는 수련의 과정을 섬세하게 가르친다. 탐진치의 소멸을 통해 무아를 알고 수행과 성찰을 통해 지혜와 자비를 얻을 수 있다. 지혜와 자비는 보살행으로 실천해야 한다. 이타심은 지혜와 자비를 키우고 이기심은 무아를 찾을 수 없게 하고 우리를 고통 속에 머무르게 한다. 스님들의 말씀이 크게 마음을 울려 왔다. 스님께서 들려주신 즐겁게 사세요!’라는 말씀도 이해할 수 있었다. 앞으로 내가 살아가야 할 방향을 들려주신 것이라는 것을…….

절에 가기 시작한 어느 날 문 앞에 놓인 신발 돌려놓기를 신도들에게 가르치셨다. 다른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실천하라는 뜻이었다. 나의 외롭고 막막한 삶은 조금씩 다시 살아갈 방도를 조금씩 찾아가는 듯했다. 남편과 함께 살았던 의존적이고 그늘진, 결속의 안도감 속에서 살던 습관도 서서히 해체되어 갔다. 남편은 내게 붓다의 가르침을 만나게 했고 다시 고전을 통해 지혜를 넓히는 기회도 주었다. 남편이 내게 준 훌륭한 선물이다.

며칠 전 달라이라마존자의 법문을 들었다.

나는 86세다. 앞으로 1020 년을 더 살아서 붓다의 가르침을 전할 것이다. 나는 평정심을 늘 갖고 있다.”

이런 당당한 말씀이 놀라웠다. 장자가 말한 좋은 삶의 방향을 알리는 말씀으로 들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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