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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80고전학교시즌2]1학기 에세이 / 온정현 <시간의 계절에 밀도(密度)있게 살아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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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estia 작성일23-04-23 15:24 조회29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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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계절에 밀도(密度)있게 살아내기>

 

 

     『강밀도는 각각의 리듬에 변화와 개성을 부여하는 진동 혹은 임팩트다. 그 기준은 청정함이다. 청정하다는 건 말과 행동, 명분과 실상, 앎과 삶 사이의 간극이 없음 을 의미한다. 간극이 없어야 다음 스텝으로 경쾌하게 넘어 갈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곧 자율성이다.

 

작년, 봄 순천 예수회 910일 침묵 피정에서 내게 다가온 마지막 대단원은 그냥 일상의 삶을 충실하게 잘 살아내는 것이었다.

텅빈 충만 같은 힘으로 그래서 현실에서 일어나는 고민을 덜게 되었고 견디어 올 수 있었다.

아마도 내 시간의 가을에 해당하는 시기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초가을에서 늦가을 시간 범주를 넘어 인성의 시간들과 더불어 오행의 금 기운 수렴시간 때를 맞아 다시 무언가 박차고 일어선 느낌, 고미숙 선생님의 표현대로 라면 대혁명이고 기존의 것들을 벗어내고 다른존재되는 과정으로 보아 가을임에는 맞는 것 같다.

가을의 낮 햇살은 짧고 해가 지면 서늘하다. 그래서 초가을에 만나는 강렬한 더위 햇살 인디언 썸머에 대한 지각 느낌은 그 온도차 뿐 아니라 기분(mood)적으로도 조금 남달리 강렬하게 스친다.

이는 계절의 틈(gap)이 벌어지는 간극작용으로 다음 차서에 대한 준비된 정서, 연결성을 갖게 한다.

  잠시, 인디언 썸머 지각 인식으로, Quadro Nuevo(콰드로 누에보)인디언썸머제목을 가진 음악을 들어보면 아직 가시지 않은 묘한 여름 냄새가 난다. 약간은 한낮의 늘어진 또는 술기운이 가시지 않은 붙들어두고 싶은 여름 저녁노을의 와인 잔처럼! 그러한 여유로운 미련을 떨치고 현재 생의 가을 순서 차서를 지켜감으로써 현존에 깨어 있기를 그래서 나의 존재가 자신과의 몸 이별이 오기 전까지 반복, 순환해서 살아내야 함은 모든 사람의 공통분모일 것이다.

애써 생각의 갈등이나 마음의 짐도 현재 나에겐 없다. 없는 짐을 일부러 만들 이유도 없다. 구태여 이제 상처니, 아픔이니 등등 이렇다 저렇다 할 것에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도 않다, 이번에 다시 느낀 것이지만 새로운 확장된 시선으로 잘 흘러 보내도록해야 할 것이다.

  다만, ‘성숙이란 어떤 사건들을 더 큰 좌표 속에서 볼 수 있는 힘이라는 말속에서 목마름을 적셔 본다. 생의 순환 전진을 위한 더 큰 좌표를 찾지 못한 것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인데 일상은 부대낌으로 다가와 텅 빈 충만은 잔득 안개와 먼지들로 그리고 일상을 위한 현실, 현실을 위한 일상의 살아내기 과정은 수면을 간간이 방해하였다.

  오래도록 수도공동체 관련 아픈 사건과 기억에도 남아 있지 않은 무수한 스침 들은 결국 동전의 양면처럼 하나로 그 의미가 넓이와 깊이가 비슷해지는 시간 경험. 그럼에도 봄, 여름의 탐색 집고 가기 과정은 다른 변형을 이루기 위한 해산의 진통으로 격상해도 좋을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아직 흐르지 못하는 상처에게 미숙함에게 부탁하고 알리고 싶은 것은, 이정표는 있되, 목적지는 어디인지 모르지만 길은 이미 떠나왔음을 말하고 싶다.

또 기억 지각의 냄새를 따라가 보자. 아직, 해는 남아 있고 강렬한 햇살은 초가을의 길지 않은 곧 퇴장을 아는 햇살이어서 슬프지만 뚜렷하고 명료한 햇살 슬픔이 된다.  그 슬픔의 정의 중에 가장 와닿는 구절을 소개해보자면, 슬픔은‘sad’ 말의 어원인 full, satisfied ‘만족한다는 말과 연관되어 슬픔 속에는 가슴의 충만함 즉, 달콤하나 덧없고 붙잡을 수 없는 인간 실존의 본질을 만났을 때 느끼는 감정의 충만함이이라고 John Welwood는 말해주고 있다.

그러하다면 역설적이게도 슬픔의 감정은 충만의 의미를 다시 열어 주게 되어있다.

 

  약 6년 전 나는 월세 잘 나오는 서울집을 팔아서 현재 서평택에다 토지를 사게 되었는데 이건 순전히 화풀이 욕심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모하고 겁이 없었다. 그리고 이번이 처음도 아니지만 그만 이것이 나의 발목을 붙잡히는 꼴이 되고 말았다.

여기는 온통 사방팔방 공사판이다. 묘하게 신도시의 탄생 준비와 70, 80년대 도시 건물이 한 귀퉁이씩 남아 있고 시골 변방이 어우러진 곳, 그리고 무엇보다 쉽사리 맞는 일자리가 나오지 않아 마음 실컷 고생한 것 등 그간의 한탄은 앞서 4년치를 더해 내생의 최고치였다. 10년을 마음고생 했다.

사실 적절한 일들이 있었지만 스스로 퇴짜를 놓고서는 방황을 했었다.

20대 중반부터 40대 후반까지 하나의 직장에서 비교적 어린 나이에 중책(?)을 맡아 살다 48세에 조기퇴직을 하고 그 이후 50대에서 벌어지는 사회생활은 나의 입장에서는 거의 밑바닥 다지기 수순이었다.

그러한 반복의 순환을 겪으면서 팔뚝과 허벅지만 굵어 진게 아니고 단단해진 멘탈도 있었다. 제자리인 것만 같으나 마디가 생겼다.

그 마디 내의 활동을 나는 어둠의 현장이라고 부르는데 그 어둠은 십자가 성요한이 말한 어둠으로 은총이고 자비의 근간이 되어야 하는 자살시도 실패자, 그 자살에 성공 당한 유가족, 고독사, 폭력 가해자, 청소년, 성인, 노인 등 다양한 분들을 만나고 헤어지는 활동 현장이다. 이분들 안에는 중독, 정신증의 출현, 가난, 가족 붕괴 등은 말할 것도 없다.

 

 

  이제 육십갑자 전 그 순서(次序)의 차이점이라면 내가 하고 싶은 것, 더 늦기 전에 나의 중심 기둥을 더 바르게 세우는 것이다.

그 방법 수단으로 글쓰기앞에 아직 분별 되지 못한 잔영들이 슬픔으로 나올 수 있다. 그 슬픔을 옮겨놓으면 그것이 때로는 아침 빛이 되었다가 어제의 자신과는 또 다른 존재였다가 의미를 만들어가는 자신(Self)으로 돌아감을 인내하게 될 것이다.

  덧붙여, Carl Gustav Jung말처럼 삶은 사건들에서 오지 않고 우리들에게서 온다. 그래서 사건을 바깥쪽에서 보는 사람은 언제나 이미 일어난 사건만을 보게 되며, 사건이 언제나 똑같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안쪽에서부터 보는 사람은 누구나 모든 것이 새롭다는 것을 안다.’라는 것의 의미는 우리 즉, 자신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내 안의 의미적 창조가 성숙으로 가는 길이 될 것으로 보여 지는 까닭이다.

  그 성숙함으로 다시 평범한 일상을 충실히 살아낼 수 있다면, 그것이 다음 삶의 차서 겨울과 노년의 사계절을 기다리며 맞이할 수 있는 밀도 높은 여유로움으로 변환 되어지기를 대상 없는 너와 나 자신에게 소식을 전해 본다.

<>

 

 

 

 

 < 글을 나가기 전 >

글을 전문적으로 써보고 배운 바는 없어서 여러모로 부족하고 기술적인 부분이 서툰 바가 있을 것으로 압니다. 그리고 그러한 것들을 배우기 위해서 왕복 5시간을 할애하고 일을 제쳐두고 옵니다. 물론 글쓰기의 내용 꺼냄에 대한 진실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글을 위한 자신의 감정을 속이거나 글을 부풀리거나 하는 그런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습니다, Never !

글 내용물이 부족하고 잘못되었다면 그 가르침 뒤에 오는 전달을 잘 받아 내고 싶습니다. 그런데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이해를 못 하겠다, 인디언 썸어 애기는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 등 더 나아가 정직하게 써야 한다등의 내용은 가르침 이전에 내가 무언가 대단히 잘못된 사람, 정직하게 쓰지 않은 사람처럼 느껴졌고 폄하되어 마음이 참으로 아프고 소모적인 감정과 무게가 적잖이 생채기가 남았습니다.

저는 둔감한 사람은 아닙니다. 계절의 사이사이를 잘 느끼고 음미했던 터라 평상시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교재, 군더더기 없는 글들을 가지고 이미 결론이 나 있는 내용에서 수업 중 오가는 말(), ......

흥미와 집중도를 높이기란 개인적으로 쉽지 않은 2개월이었습니다.

그래서 씨앗문장선택하기가 어려웠고, 자신의 스토리를 펼칠 만한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글은 방만하게 나아갔습니다.

그럼에도, 방만을 방지하고 짜임새를 위한 지적을 통해서 다시 부족하나마 서둘러 정리하여 마감합니다.

감사합니다.

 

 

2023. 4辛亥, Hest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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