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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화성] 내마음, 감옥을 넘어
 글쓴이 : 점박이 | 작성일 : 20-06-05 20:30
조회 : 683  


                       

 

                                                내 마음, 감옥을 넘어

 

                                                                                                                    최정우(화요 대중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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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집을 나와 갈 데가 없다. 출근 할 회사가 없고, 코로나사태에 도서관도 다 문을 닫았다. 일 전에 지인 사무실에 책 읽을 자리 하나 얻었지만 주말과 복사 프린터 출력도 마땅치 않아 이틀 만에 없던 걸로 했다. 천하의 최정우가 갈 데가 없다니, 이건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나에게도 이런 날이 오다니. 어쩌면 죽음도 이렇게 문득 느닷없이 오겠구나 싶어 겁이 난다. 몇 개월 전에 그만 둔 회사지만 사무실은 그대로 쓰고 있었고, 늘 그랬듯이 금방 다른 일이 연결될 거라 생각해 별 걱정 없이 지냈는데, 막상 그 방도 비워주고 나니, 일 없는 서러움이 새삼 더 절절하다. 더 이상 남에게 신세지기 싫어, 궁리 끝에 1.4평짜리 공유오피스 한 칸을 얻었다. 시간제한 없고 인터넷·복사·출력도 무료라 이정도면 책보고 글쓰기 할 만한 공간이다. 그러나 3일째 되는 날부터 갑갑하고 답답해 숨이 막혀온다. 머리도 아파 책상에 앉아 있질 못하겠다. 창문을 열면 소음이 골을 때리고, 닫으면 숨이 막힌다. 감옥 같다 싶어 찾아보니 법무부기준 죄수 1인 최소 면적이다. 꼭 감옥에 갇힌 기분이다.


  견디기 힘들게 밀려오는 이 괴로움의 본질은 도대체 나의 무엇인가. 공간 좁음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40년 넘게 하던 직장생활, 그 일이 이제 다 끝나간다는, 그 상실감이 내 병의 본질이다. 증상이 공간 답답함으로 나타났다. 최근에 다시 새로운 일 모색하다가 그 일마저 안 되는 것으로 결론이 나 더 막막해졌다. 아니라고, 괜찮다고 마음먹어도 상실과 공허가 크다. 나는 남들보다 회사 일을 훨씬 더 오래했다. 그런데 아직도 더 하고 싶어 이렇게 힘들어한다. 욕심인줄 아는데도 마음이 마음대로 안 된다. 인정욕과 자본에 취해 긴 세월 어리석게 살아온 내 마음의 병, 이 병 고치는 길 찾고자 장자를 읽고 또 읽는다.


  달생편(13), 노력 할 만큼 했는데도 풀리지 않고 인정받지 못하는 자신의 운명에 하늘을 원망하며 찾아온 손휴에게 편경자가 일러준 말 지인은 본성에 따르면서 그 능력에 의지하지 않고, 만물을 성장시켜도 그 공에 머물지 않는다.... 그대가 몸을 온전하게 가진 채, 아홉 구멍을 다 갖추고 도중에 귀머거리나 장님이나 절름발이가 되는 불행한 일도 없이 사람 축에 들 수 있게 된 것만도 다행인데, 어찌 네가 한 일에 정당한 대가를 못 받았다고 하늘을 원망 한단 말인가!” 편경자의 깨우침, 가슴 뜨끔하고 정신이 번쩍한다. 내색하지 않았지만 나는 늘 남보다 뛰어나다고 자부했다, 나이 들어 회사 오래 다니는 것, 당연하고 자랑스럽고 내가 받을 마땅한 대가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아 내 욕심이 하늘을 찔렀구나. 내가 세상에 한 일에 비해 내가 이미 받은 것만으로 차고 넘치는데, 아직도 더 갖겠다고 괴로워했다니. 머리 뜯고 한탄한다.


  이 글 고치고 쓰는 공부 중에 고요히 마음 갈 길 하나 붙잡았다. 평가 받는 사장자리 한 번 더 얻는 것 보다, 작은 몸짓 하나 바꾸는 공부기회 얻는 일이 더 깊고 높은 길임을 말이다. ! 이제야 일 욕심을 내려놓겠다. 여기 화성으로 인연된 공부 길 멈추지 말고 끝까지 목말라하자. 장자가 마다했던 비단옷 입지 않아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부끄럽지 않는 나의 길을 찾았다, 노자의 세 가지 보물 자애로움, 검소함, 감히 천하를 위해 나서지 않음도 닦아야 할 공부 길이다. 고마운 도반들 함께 있으니, 이 길 가노라면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되든, 내 마음 다시는 감옥에 가는 일 없을 것이다. 남이 알아주지 않는 고독과 외로움이 가장 견디기 어려운 감옥이었음을, 그리고 거기서 벗어나는 길 있음을 고전은 일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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