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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궁금하다!] 마음을 고쳐 살아남은 호모 사피엔스
 글쓴이 : 감이당 | 작성일 : 21-11-24 12:00
조회 : 109  
이윤하(남산강학원)

호미닌이 진화과정에서 침팬지와 분화한 것은 600만 년 전. 이후 다양한 환경을 거치면서 이곳저곳을 변형하고 고쳐 침팬지와 다른 방식의 신체와 마음을 구성해왔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 갖고 있는 것과 같은 ‘호모 사피엔스’의 마음이 출현한 것은 불과 6만 년 전이다. 이 흐름을 타서 우리가 ‘인간’의 활동이라고 생각하고, 그러면서도 동시에 이걸 우리가 왜 만들었는지 잘 이해되지는 않는^^, 예술과 종교, 철학과 과학이라는 것들이 탄생한다. 인간의 마음은 이 마지막 6만 년 동안, 이전의 594만 년과 비교했을 때, 너무 빠르게 많은 것을 낳았다. 갑자기 농사를 짓지 않나, 국가를 세우지 않나, ‘손수레는 자동차’, ‘서판은 워드프로세서’로 바꿔놓지 않나. 스티븐 미슨은 이 시기를 ‘열에 들떴다’고 말할 정도다. 어떻게 이런 폭발적인 변화가 가능했을까? 그것은 호모 사피엔스만의 마음 구조와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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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마음은 이 마지막 6만 년 동안, 이전의 594만 년과 비교했을 때, 너무 빠르게 많은 것을 낳았다.

1. 모듈로 이루어진 마음

사피엔스의 마음 구조가 어떠한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그럼에도 많은 분야의 마음 전문가들이 대체로 동의하는 바는 우리 마음이 ‘모듈’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특히 발달 심리학 분야에서는 아동이 직관적으로 네 가지 지적 모듈을 쓸 수 있다고 명확하게 제시한다. 타자의 마음을 읽고 행동을 예측하는 지능인 ‘사회적 지능’, 동물·식물·지리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자연사 지능’, 물질을 다루는 ‘기술 지능’, 그리고 언어를 담당하는 ‘언어 지능’이 그것이다. 각 모듈은 대상에 맞춰 다른 해석방식을 사용한다. 이는 조금만 생각해보면 수긍할 수 있는데, 우리는 우리와 비슷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리라고 생각되는 존재를 대할 때와, 식물을 대할 때, 돌멩이를 대할 때를 구분하고, 다르게 행동하기 때문이다.

이 네 가지 모듈은 길고 긴 진화과정 속에서 만들어지고, 발달해왔다. 그 이전 호미닌이 가지고 있던 것은 어느 분야에 특화된 지능이 아니라 다목적적 지능인 ‘일반적 지능’ 한 가지였다. 이 ‘일반적 지능’은 여러 가지 정보를 혼자 처리할 수 있었지만, 경험을 토대로 행동을 수정하는 되먹임 과정은 수행할 수 없었고, 따라서 단순한 행동만 산출할 수 있었으며 오류도 많았다. 이 일반적 지능만 가지고도 요리조리 살아남아오던 호미닌은 자연선택압 속에서 지능 모듈을 하나씩 장착해간다. 위에 쓴 네 가지 모듈은 과거(몇 백만 년 전) 호미닌들이 살던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절실히 필요했던 모듈이다. 미슨은 이 모듈이 하나씩 만들어져 가는 과정을 드라마처럼 복원했으나 여기에서는 생략하겠다.

어쨌든 (‘어떻게’인지는 알 수 없으나) 각 분야를 담당하는 모듈의 생성과 함께 호미닌들의 삶도 복잡도를 높여가게 되었다. 집단의 크기가 커질 필요로 인해 사회적 지능이 발달했고, 사회적 지능이 발달한 개체들은 집단생활을 잘 해나갈 수 있었다. 기술 지능의 발달로 돌을 정교하게 깨서 석기를 만들 수 있었고, 자연사 지능의 발달로 머릿속에 사냥과 채집에 필요한 지도를 그릴 수 있었다. 예측하기 어려운 자연환경 속에서 매일의 밥을 구해야 하고, 또 같이 사는 이들과의 관계도 우호적이고 협력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호미닌의 삶! 다른 동물들이 각자의 생존방식을 진화시킬 때, 호미닌들은 지성을 발달시키는 것으로, 마음을 ‘고쳐먹는’ 것으로 생존의 길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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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닌들은 지성을 발달시키는 것으로, 마음을 ‘고쳐먹는’ 것으로 생존의 길을 찾았다.

2. 호모 사피엔스, 유동하는 인식을 얻다

하지만 ‘호모 사피엔스’, 현생인류의 마음을 특징 짓는 것은 모듈이 아니다. 6만 년의 ‘열에 들뜬’ 활동은 한 번의 획기적인 변화를 더 필요로 한다. 바로 각 분야의 전문가이던 네 모듈들을 연결시켜버리는 것! 그것이 바로 6만 년 전 일어난 인식계의 ‘빅뱅’이다. 호모 사피엔스의 마음을 특징 짓는 것은 이 영역끼리의 매끄럽고 활발한 소통, ‘인식의 유동성’이다.

이전까지 네 모듈은 각자 자기 영역에서 열심히 작업했고, 서로의 작업을 공유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과거 호미닌들에게는 지금 우리의 마음으로는 잘 이해되지 않는 재밌는 일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도구’는 오직 물질들-나무, 돌 등-로만 만들 수 있지, ‘자연사 지능’에 속하는 동물의 뼈로는 만들 수 없었다는 것,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물질’인 장신구라는 개념은 상상할 수 없었다는 것 등이 그렇다. 이제 모듈들 사이의 벽이 허물어지고, 실질적으로는 각 영역이 별개의 활동 단위가 아니게 되었다. 진화의 흐름 속에서 하나씩 정교하게 발달해온 모듈들이 합작하여 호모 사피엔스의 세계를 해석하기 시작한 것이다.

 

발달과 진화 모두에서인류의 마음은 일련의 비교적 독립된 인식 영역들로 이루어진 것으로부터그 속에서 생각·사고방법·지식 등이 그런 영역들 사이를 자유로이 흐르면서 하나가 되는 변형을 거친다또는 거쳤다는 것이다(스티븐 미슨, 『마음의 역사』, 영림카디널, p225)

동물 뼈로 만든 바늘(자연사 지능+기술 지능), 조개껍데기로 만든 장신구(기술 지능+사회적 지능), 동굴 벽화(자연사 지능+기술 지능+언어 지능)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호모 사피엔스의 행동은 단순히 적응의 문제에만 국한되어 나타나는 반응이 아니라 동시에그리고 의도적으로 모든 문제들과 연관(p70)되어 있다. 예술, 종교, 과학은 사피엔스가 세계를 종합적으로 해석하기 위해 벼린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앞에 인간이 이런 것들을 ‘왜 만들었는지 잘 이해되지는 않는’다고 썼지만, 그것은 사피엔스의 행동-마음을 ‘적응’의 차원에서만 읽으려 했기 때문이다. 인식의 유동성을 얻게 된 사피엔스는 세계를 ‘하나’의 전체로서 종합해 인식하고 해석하려는 지적 욕구가 가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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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종교, 과학은 사피엔스가 세계를 종합적으로 해석하기 위해 벼린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3. 오직 연결할 뿐!

마음의 진화에 따라 ‘인류’가 인식하는 세상도 달라져왔다. 21세기 호모 사피엔스들은 ‘신’은 허구고, 과학이 실재를 말하고 있으며, 예술은 상품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들 모두 우리의 유동적인 마음이 세상을 해석하는 방식을 보여줄 뿐이다. 무엇이 ‘있고’, ‘실재하고’, ‘허구이고’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의 문제다. 우리의 의식은 세계를 이렇게 밖에 볼 수 없지만, 또 세계를 이렇게 해석하게 된지는 겨우 6만 년 밖에 안 됐다. 우리의 인식은 역사적이고, 그렇기에 우리가 만나는 세계도 역사적이다.

인식의 유동성을 발휘하게 된 6만 년 동안 인간은 유례없이 과열된 시기를 보냈다. 호모 사피엔스의 마음은 필연적으로(구조적으로) 연결하고 창조하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끊임없이! 농사, 도시, 국가, 제도, 워드프로세서 등등, 사냥한 동물과의 관계에 자연사 지능이 아니라 사회적 지능을 개입시키면서 의례와 신화, 윤리를 생산해내기도 한 반면, 다른 사람을 대할 때 사회적 지능이 아니라 기술적 지능을 개입시키면서 인종차별과 노예제를 생산해내기도 했다. 이런 것들 모두 호모 사피엔스적인, ‘인간’적인 것이다. 사피엔스의 마음은 오직 연결할 뿐! 사고할 뿐!

신기하게도 우리의 ‘이렇게’ 생긴 마음은 자연선택압에서 잘 살아남았다. 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인을 비롯한 다른 호모 종들을 멸종시키고, 지구 위 유일한 ‘인류’로 (슬픈 일이지만) 우뚝 서있다. 지구 곳곳 온갖 환경에 널리 퍼져 살고 있는 단일 종이기도 하다. 우리의 유동적 인식, 연결하고 창조하고, 전체를 사고하고자 하는 마음이 우리 자신을 해치는 것들을 창조하기도 했지만, 사피엔스가 이렇게까지 이 지구에서 성공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이 마음이야말로 언제, 어디서든, 누구와도 살아갈 수 있는 토대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전자와 후자의 차이는 ‘전체’를 사고하려고 하느냐에 달려있는 것 같다).

호모 사피엔스의 지구 진화기는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까? 이대로 멸종을 향해 나아갈까? 아니면 세계를 하나로 종합하고 연결하려는 마음을 회복하고 새로운 길을 뚫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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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가 이렇게까지 이 지구에서 성공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이 마음이야말로 언제, 어디서든, 누구와도 살아갈 수 있는 토대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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