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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클래식] 마음이 이치다 – 심행합일(心行合一), 바보야, 문제는 앎이 아니라니깐!(3)
 글쓴이 : 감이당 | 작성일 : 21-11-05 21:57
조회 : 156  

왕양명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 슬기로운 유배생활

3. 슬기로운 유배 생활(2) - 용장대오? 용장생활백서

 

3-3. 마음이 이치다 - 심행합일(心行合一), 바보야, 문제는 앎이 아니라니깐!

문리스(남산강학원)

3-3-3. 나는 마음이다 - 천하 사람들의 마음이 모두 나의 마음이다

<전습록>을 읽다보면 ‘마음은 하나다’라는 말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제 경우엔, 처음에 이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마음이 하나지?’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저는 종종 이런 저런 마음들에 갈팡질팡하곤 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우리 안에 여러 마음이 있어서 이 마음과 저 마음이 서로 갈등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여 어떤 마음을 가지고 어떤 결정을 했더라도, 이내 그 결정과는 다른 결정의 마음이 있는 거라고 말입니다.

자신의 부모나 자식 혹은 형제 등이 깊은 연못에 빠진 것을 본 사람은 당연히 소리쳐 부르짖으며 기어 들어가고, 옷과 신발을 벗어던지고 엎어지고 자빠지면서 벼랑을 잡고 매달려 내려가서 구하려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때 마침 그 옆에서 누군가와 서로 예의를 갖추어 인사하고 담소를 나누고 있던 선비는 예의와 체모, 의관 등을 내팽개친 채 소리쳐 부르고 엎어져 자빠져 이와 같은 상태인 것에 대해 정신줄 놓친 미친 병증이 난 것이라고 여깁니다. 그러므로 무릇 물에 빠진 사람 옆에 있으면서도 예의를 갖추어 인사하고 담소를 나누면서 (물에 빠진 이를) 구제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은 오직 길에서 지나쳐가는 사람이며 골육친척의 정이 없는 사람만이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찍이 측은지심이 없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만약 부모나 자식 혹은 형제 등에게 사랑이 있는 사람이라면 진실로 마음이 아프고 머리가 아파서 온힘을 다해 미친 듯이 달려가서는 기어들어가 구하려들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 사람은 곧 물에 빠지는 화가 닥치게 되는 것도 돌아보지 않거늘 하물며 정신줄 놓친 미친 병증이 났다는 비난 따위에 어찌되겠습니까? 또 하물며 남이 나를 믿어줄지 않을지 따위를 따지고 있겠습니까? 오호라! 요즘 사람들이 비록 나를 정신줄 놓친 미친 병증의 사람이라고 일컫는다 해도 상관없습니다. 천하 사람들의 마음은 모두 나의 마음입니다. 천하 사람 중에 미친 병증을 가진 이가 있는데 내가 어찌 미친 병증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 정신줄 놓친 사람이 있는데 내가 어찌 정신줄을 놓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181조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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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부모나 자식 혹은 형제 등에게 사랑이 있는 사람이라면 진실로 마음이 아프고 머리가 아파서 온힘을 다해 미친 듯이 달려가서는 기어들어가 구하려들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위에 인용한 181조목은 ‘마음은 하나’라는 말이 의미하는 중요한 측면을 보여줍니다. 단순하게 말하면 그것은 이 마음과 그 마음이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즉 나의 마음과 너의 마음이, 그리고 천하의 마음이 다르지 않다, 즉 ‘하나’라는 것입니다. ‘나는 너다!’(feat. 황지우 시인). 스케일이 갑자기 확 커져버린 느낌입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마음이 하나라는 거냐, 라는 물음은 잠시 괄호 안에 넣어두겠습니다. 이 대목에서 정말로 중요한 건 마음이 하나냐 둘이냐 혹은 여럿이냐 등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하나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는 데 있습니다. 마음은 하나라는 것은 간단히 말해 마음은 모든 것이면서 아무 것도 아닌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더 헷갈려 합니다.(^^) 양명 선생의 어려운 말을 쉽게 풀어주지는 못할 망정, 양명 선생의 쉽고 간명한 말을 오히려 어렵게 푼 셈입니다.

또한 마음이 하나라는 말에는 마음에는 안과 밖이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금 어떤 결정을 후회하는 마음의 내가 또 다른 결정의 마음을 바라보는 그런 것은 있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조금 다른 얘기로 비유를 해보면, 저는 양명학에서 말하는 양지(良知)를 설명할 때 종종 양심(良心)과 비교하곤 합니다. 양심이 서로 다른 두 개의 마음 앞에서 더 옳은 마음을 선택하는 문제라면, 양지는 어떤 마음이든 그 한 마음일 뿐입니다. 양지가 가려졌는가 아닌가의 문제는 있을 수 있지만, 양지를 떠나 마음을 논할 수 없기 때문이고 마음은 하나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인용된 181조목을 살펴보겠습니다. 양명의 문장은 비록 번역된 글로 읽더라도 통쾌하고 유장하고 가슴이 벅차고 신나고 등등 정말 다이내믹합니다. 이 문장도 역시 그러한 문장중 하나인데, 맹자의 측은지심을 해석하는 대학자의 멋진 솜씨를 보는 것 같습니다. 결국 핵심은 마음은 하나이고, 천하의 마음은 곧 나의 마음이라는 것.

이는 곧 부모나 자식 형제 등이 위태로운 상황에 놓이면 차마 외면할 수 없어 정신없이 구하려드는 것처럼 천하사람들이 위태로운 상황에 빠진 것을 차마 외면할 수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훗날 만년의 양명 선생은 이것을 이렇게 말합니다. “대인은 천지 만물을 한몸으로 여기는 사람이다. 천하를 한 집안으로 보고, 중국을 한 사람을 여긴다”(feat.<대학문>). 대인이 천지만물과 한몸이라는 것은, 대인의 인(仁)이 천지 만물의 인과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는 그가 대인이어서 그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천지만물의 인과 하나일 수 있어서(/하나일 수 있는 사람이) 대인인 것입니다. 다시 말해 부모나 자식 형제 등의 위태로움을 차마 외면할 수 없는 우리의 측은지심은 우리가 대인이어서 그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본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마음이 본래 하나라고 해도, 마음의 그러함을 우리가 잃지 않고 놓치지 않으면, 즉 우리가 측은지심을 발휘하여 부모나 자식 형제 등의 위태로움에 하나가 될 때 그 순간 나의 인은 그들의 인이 하나가 된 것입니다. 양지를 제대로 발휘한 것입니다.(치양지!)

이 대목에 이르면 자연스럽게 대승불교의 ‘보살’이 떠오릅니다. <유마경>에는 중병 때문에 병이 난 유마거사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문병을 온 문수사리보살이 유마거사에게 어째서 병이 났는지 묻자, 유마거사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중생이 병들었는데 어떻게 보살이 아프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중생이 아프지 않으면 보살의 병이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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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이 병들었는데 어떻게 보살이 아프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중생이 아프지 않으면 보살의 병이 낫습니다.’

그럼 처음에 괄호에 넣어두었던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서! 어떻게 마음이 하나일까요? 제 생각에 그것은 우리가 마음으로밖에 세계를 만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니 마음으로 세계를 만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없다면 세계가 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만나는 모든 외물(세계)은 전부 마음을 통한 것입니다. 저 산 속에 홀로 피고지는 꽃에 관해 양명이 했던 말을 다시 떠올려봐도 좋습니다. 우리의 마음이 산속의 그 꽃과 만나지 않았을 때, 그 산의 꽃은 적막한 곳으로 돌아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존재적 무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마음에 대해 비현재적이라는 의미였습니다. 결국 모든 것은 이 마음일 뿐입니다. 너라고 말하는 누군가도, 그것이라고 가리키는 사물도 모두 이 마음의 너이고 그 사물입니다. 이 대목에서 혹자들은 양명학을 주관적 유심론이라고 딱지 붙입니다. 하지만 주관/객관 등의 구분은 동아시아 전근대학문에 대해 사실상 무용한 범주이자 척도일 뿐입니다.  

양명이 문명의 외부이자 야만의 중심인 귀주성 용장에서 심즉리(心卽理; 마음이 곧 이치다)를 외쳤을 때, 나아가 모든 것은 이 마음으로 이미 충분하다고 했던 것은 소아(小我)적이고 주관적인 이 한 몸(마음)의 문제로 정신 승리를 얘기했던 것이 아닙니다. 세계(우주)의 중심이 나라는 식의 주체(ego)의 자각을 깨달았던 것도 아닙니다. 양명이 고민했던 것, 그리고 깨달은 것은 이 세계 안에서 하나의 존재로서 유일하면서도 지고한 의미이자 가치로서의 마음이었습니다. 그 결론이자 출발로서 마음은 곧 우주이고 세계인 것입니다.

나는 마음이다!(=나는 마음으로 존재한다). 나는 우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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