雷風恒(뇌풍항) ䷟
恒 亨 无咎 利貞 利有攸往
항은 형통하여 허물이 없으니 올바름을 굳게 지키는 것이 이롭고 가는 바를 두는 것이 이롭다.
初六 浚恒 貞 凶 无攸利
초육효, 깊이 파고들어 오래 지속하는 것이다. 고수하는 것이라 흉하니 이로울 바가 없다.
九二 悔亡
구이효, 후회가 없어진다.
九三 不恒其德 或承之羞 貞 吝
구삼효, 덕을 오래 지속시키지 못한다. 간혹 수치로 이어질 것이니 그런 자신을 고수하면 부끄럽다.
九四 田无禽
구사효, 사냥하는데 짐승을 잡지 못하는 것이다.
九五 恒其德 貞 婦人吉 夫子凶
육오효, 그 덕을 오래 지속하여 행하면 올바르다. 부인의 경우는 길하고 장부의 경우는 흉하다.
上六 振恒 凶
상육효, 오래 지속함이 흔들리는 것이니 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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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괘에서 항(恒)이란 오래도록 지속함(久)을 말한다. 뭔가를 오래도록 지속한다고 하면 어떤 것을 목표로 두고 마음을 내어 꾸준히 노력한다든가, 변하지 않고 한결같이 뭔가를 지키며 고수하는 게 떠오른다. 그런데 주역의 항괘가 말하는 항상함이란 이런 상식적인 생각과 매우 다르다.
단전에 의하면 강함과 유함이 만나 서로 호응하고(剛柔皆應) 우레와 바람이 만나 함께 작용하듯이(雷風相與) 끊임없는 운동성과 관계 속에서 상호 교류하며 지속적으로 나아가는 상태, 그것이 항이다. 마치 태양과 달, 사계절이 지속하는 운동 속에 변화하며 무심하게 만물을 돌보고, 성인이 매 순간의 변화 속에서 도에 충실하지만 애써 어떤 공을 세우려고 하지 않듯이 말이다. (日月得天而能久照 四時變化而能久成 聖人久於其道而天下化成) 즉, 천지자연과 성인이 보여주는 항상함의 도란 다름 아닌 변화, 그 자체인 것이다. 무상함이 항상함이 되는 역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