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가족이란 무엇일까? 가족은 나를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주고, 키워주는 고마운 관계이자 공간이었다. 내가 어른이 되면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자식을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키우는 역할을 하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여기에 조금 더 좋고 덜 좋은 것이야 있겠지만 그리 특별할 것은 없었다. 우리는 이것을 일러 흔히 ‘삶의 짐’라 부른다. 나에게도 이러한 삶의 짐이 당연히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나는 이런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 가족은 친구다!” 정확한 시기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 시기쯤으로 기억한다. 나에게도 언제나 승승장구하는 아빠, 아이에게 자랑스러운 아빠, 아내에게 자상하고 건강하게 오래 안정적으로 돈 잘 벌어주는 아빠 등등의 요구가 있었다. 동시에 돈도 벌고 살림도 잘하고 아이도 잘 키우는 엄마도 있어야 한다. 아이도 이젠 건강하고 잘 노는 것만이 아니라, 공부도 잘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갖추어져야 온전한 가정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나를 압박하고 있을 때였다. 그때 나는 가정이라는 것을 다시 정의하고 싶었고, 그래서 ‘가족은 친구’라는 새로운 이름 붙이기를 시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