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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 동의보감]진흙에서 뒹구는 아이
 글쓴이 : 감이당 | 작성일 : 20-07-15 19:58
조회 : 168  





진흙에서 뒹구는 아이



박정복

어떤 어린이가 손발에 경련이 일었다이에 대인(戴人張子和)이 말하기를 심화(心火)가 승()하여 그런 것이니 그 손을 붙잡지 말고 경련이 이는 대로 그대로 두어라이것은 유모가 너무 지나치게 아이를 보호하여 생긴 것이다.”라고 하였다그리고 땅을 깨끗이 쓸게 하고 물을 뿌려 아주 축축하게 한 다음 아이를 땅 위에 눕히고 한참 두었는데 마구 뒹굴어서 온몸이 진흙투성이가 되었을 때 이내 우물물로 씻어주었더니 곧 나았다.

(잡병편」, 소아’ , 1725)

8년 전 외손주가 태어났다. 아기는 무럭무럭 잘 컸지만, 산모가 몸이 안 좋아 병원에서 백일을 맞이하게 되었다. 우리는 팥 시루떡 한 접시와 오색 송편 한 접시, 한라봉 몇 개를 고여서 소박하게 백일상을 차려주고 사진을 찍었다. 아직 몸을 가누지 못하는지라 아기를 방석에 대어서 살짝 벽에 기대게 하고 찍었는데 아기가 옆으로 기울여는 찰나 핸드폰을 눌러서 아슬하게 백일사진이 나왔다. 기울어지는 아가 앞에 놓인 조그마한 백일 상. 더없이 예쁘고 사랑스런 사진이었다. 우리는 며칠 동안 감상하며 예뻐했다.

산모의 몸조리가 끝나고 몇 달 후에 딸네 집에 가보니 웬 낯선 백일 사진들이 여러 액자에 담겨 벽에 쭈욱 걸려 있었다. 아무래도 백일 사진이 초라한 게 마음에 걸려서 스튜디오에 가서 다시 촬영했다고 한다. 아이가 크면 실망하지 않을까 염려가 돼서였다고. 사진 속 손주는 고급스런 패션의 옷을 다양하게 입고 여러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오로지 어른에게 보여주기 위한 생동감 없는 사진. 아기가 얼마나 불편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 무겁고 번쩍거리는 옷을 여러 번 입고 벗어야 했으니. 어른도 아이도 땀이 났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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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 되자 아기에겐 고급스런 옷들이 선물로 당도했다. 값나가는 옷들이다. 첫애라 그러는 모양이었다. 이는 『동의보감』에 따르면 아기를 병들게 하는 행위다. “갓난아이의 피부는 아직 실하지 못하므로 옷을 두껍게 입혀 너무 덥게 해주면 피부와 혈맥을 손상시켜 창양(瘡瘍)이 생기고땀이 난 다음에는 땀구멍이 닫히지 않아서 풍사가 쉽게 침입하게 된다.(같은 책, 1709)

예부터 어른들은 아기는 박하게 키우라고 했다. 너무 싸지 말고 서늘하게 키우라고 했다. 과잉보호하지 말라는 뜻이다. 아기는 양기가 충만할 때라 열이 있는 데다 옷까지 두껍게 입히면 아직은 여물지 않은 살을 더 여리게 하고 혈액순환이 안된다. 옷은 얇게 입히고 새 옷보다 헌 옷, 그것도 노인이 입던 옷으로 만들면 더 좋다. “70~80세의 노인이 입던 헌 바지나 흰 저고리를 뜯어서 아이의 의복을 해 입히면 진기가 전해져서 어린이가 수를 누리게 된다부잣집이라고 하여 절대 새 모시나 비단같은 것으로 어린아이의 옷을 만들어 입혀서는 안 되는데이렇게 하지 않으면 병이 생길 뿐만 아니라 복이 깎인다.(같은 책, 1711)

노인은 음기가 응축되어 있다. 노인의 오래된 옷은 섬유가 빡빡하지 않고 느슨해졌기 때문에 공기가 잘 통할 뿐 아니라 노인의 축적된 지혜와 연륜도 배어 있다. 고로 노인의 옷으로 아이의 옷을 만들어 입히면 그 진기를 물려받을 수 있다는 것. 그러니 요즘 사람들은 돈 주고 아이의 복을 깎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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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 노인의 옷으로 아이의 옷을 만들어 입히면 그 진기를 물려받을 수 있다는 것.

아이를 키울 때 가장 흔하면서도 어려운 것은 경기(驚氣)다. 깜짝깜짝 놀라는 것. 동물이나 새소리만 들어도 놀라고 자면서도 흠칫 놀라거나 울 때가 있어 가만히 달래주기도 한다. 심하면 몸과 손발을 비틀 때가 있다. 경련을 일으키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경련을 어린아이의 병중에서 가장 무서운 병으로 여긴다. 순식간에 흉증으로 변하여 잠깐 사이에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같은 책, 1731)

이 경풍의 원인이 바로 열(熱)이다. 어린아이가 열()이 그득하면 담()이 생기고 담이 성하면 놀라고몹시 놀라면 경련을 일으키고 경련이 심하면 이를 악물면서 팔후(八候)가 나타난다.(같은 책, 1722)” 아이들 자체가 양기인 데다 옷을 두껍게 입히거나 해서 열이 심해지면 담(痰)이 생긴다. 담이란 몸의 수분이 열 때문에 졸여져서 뭉친 것이다. 그러면 혈액이 담에 막혀서 길을 찾지 못하고 막히기 때문에 몸이 저리거나 꼬이게 되는 것이다. 이게 경련이다. 이때 꼬이는 손이나 발을 잡아주면 ‘손발이 오그라들’ 수가 있고 ‘반신불수가 된다.’ 그러잖아도 막힌 곳을 잡았으니 더 막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장 시급한 것은 열을 내리는 것이다. 위에서 땅에 물을 뿌려 축축하게 한 것은 땅이 음기이고 물 또한 찬 성질이기 때문이다. 열이 내리면 담이 풀어진다. 이렇게 열을 내려 막힌 곳을 뚫으면서 마음껏 구르게 하면 쭉쭉 빵빵 기가 온몸의 경락으로 고루 퍼져 꼬이던 것이 풀어진다. 깊은 우물물도 음기 가득한 찬 성질. 그것으로 씻어주면 치료 끝.

얼마나 쉬운가. 약 한 방울 안 먹고 침 한 대 안 맞고 축축한 땅에 구르게 했을 뿐인데 고쳤으니. 예방 또한 얼마나 쉬운가. 노인이 입던 옷이 없으면 남이 입던 헐렁한 옷을 입혀도 되고 얇게 입혀서 내버리면 지대로 마구 구르면서 클 터이니. 요즘은 희한한 세상이다. 힘들여 과잉보호하고 돈 주고 병을 사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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