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울 때 가장 흔하면서도 어려운 것은 경기(驚氣)다. 깜짝깜짝 놀라는 것. 동물이나 새소리만 들어도 놀라고 자면서도 흠칫 놀라거나 울 때가 있어 가만히 달래주기도 한다. 심하면 몸과 손발을 비틀 때가 있다. 경련을 일으키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경련을 어린아이의 병중에서 가장 무서운 병으로 여긴다. “순식간에 흉증으로 변하여 잠깐 사이에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같은 책, 1731쪽)”
이 경풍의 원인이 바로 열(熱)이다. “어린아이가 열(熱)이 그득하면 담(痰)이 생기고 담이 성하면 놀라고, 몹시 놀라면 경련을 일으키고 경련이 심하면 이를 악물면서 팔후(八候)가 나타난다.(같은 책, 1722쪽)” 아이들 자체가 양기인 데다 옷을 두껍게 입히거나 해서 열이 심해지면 담(痰)이 생긴다. 담이란 몸의 수분이 열 때문에 졸여져서 뭉친 것이다. 그러면 혈액이 담에 막혀서 길을 찾지 못하고 막히기 때문에 몸이 저리거나 꼬이게 되는 것이다. 이게 경련이다. 이때 꼬이는 손이나 발을 잡아주면 ‘손발이 오그라들’ 수가 있고 ‘반신불수가 된다.’ 그러잖아도 막힌 곳을 잡았으니 더 막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장 시급한 것은 열을 내리는 것이다. 위에서 땅에 물을 뿌려 축축하게 한 것은 땅이 음기이고 물 또한 찬 성질이기 때문이다. 열이 내리면 담이 풀어진다. 이렇게 열을 내려 막힌 곳을 뚫으면서 마음껏 구르게 하면 쭉쭉 빵빵 기가 온몸의 경락으로 고루 퍼져 꼬이던 것이 풀어진다. 깊은 우물물도 음기 가득한 찬 성질. 그것으로 씻어주면 치료 끝.
얼마나 쉬운가. 약 한 방울 안 먹고 침 한 대 안 맞고 축축한 땅에 구르게 했을 뿐인데 고쳤으니. 예방 또한 얼마나 쉬운가. 노인이 입던 옷이 없으면 남이 입던 헐렁한 옷을 입혀도 되고 얇게 입혀서 내버리면 지대로 마구 구르면서 클 터이니. 요즘은 희한한 세상이다. 힘들여 과잉보호하고 돈 주고 병을 사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