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밥을 먹고 발을 씻고 가부좌를 튼 다음에 부처님이 하는 것은 제자들과 강학하는 것이었다. 『금강경』 구절구절마다 ‘수보리, 어의운하’라는 말이 반복되는데, 이는 ‘수보리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뜻이다. 부처님이 수보리에게 질문하면, 수보리는 그 질문에 답을 한다. 물론 때로는 수보리가 묻고, 부처님이 답하기도 한다. 가끔 수보리가 하는 대답이 마음에 들면, 착하구나, 착하구나 하며 크게 칭찬을 한다. 필사를 하며, 부처님과 수보리가 주고받는 얘기는 무슨 외계의 일이라도 되는 모양 하나도 이해되지 않았지만, 질문을 통해 제자를 끌어주려는 스승의 마음과 최선을 다해 자신이 생각한 바를 얘기하는 제자의 모습이 참 보기 좋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아주 잠시, 질문 많은 스승 밑에서 수보리는 참 힘들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렇게 첫 사경은 신화 속 금박 입혀진 부처님을 내가 사는 익숙한 세상 속으로 급 소환하고, 질문 많은 스승 밑의 수보리를 연민하며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