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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주역]삶이 꽉 막히는 순간을 헤쳐 나가는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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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이당 작성일20-02-05 16:11 조회2,0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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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꽉 막히는 순간을 헤쳐 나가는 무기



안상헌 (감이당 금요대중지성)

䷋   天地否

否之匪人 不利君子貞 大往小來.

初六 拔茅茹 以其彙 貞 吉 亨.

六二 包承 小人 吉 大人 否 亨.

六三 包羞.

九四 有命 无咎 疇離祉.

九五 休否 大人吉 其亡其亡 繫于苞桑.

上九 傾否 先否後喜.

삶을 살다 보면 ‘그동안 열심히 한다고 했고, 그 과정에서 일도 나름 잘 풀렸고, 성과도 있어 감사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갑자기 내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생에서 한두 번은 경험한 사례일 것이다. 나 역시 직장을 남들보다 조금 일찍 그만두게 된 과정을 돌아보면 이런 패턴과 일치한다. 세상에서의 일뿐만 아니라 감이당에서 공부를 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공부의 과정에서도 비슷하게 이 과정을 겪는 것을 보게 된다. 공부의 과정에서든 일의 과정에서든 갑작스럽게 꽉 막히는 때가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이 누구에게는 이를 잘 견뎌내서 성장하는 계기가 되면 반면, 누군가에게는 한번 꼬이기 시작한 일과 공부가 그 사람의 인생을 계속 꼬이게 만든다. 무엇이 이 차이를 만드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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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비 괘로 이 상황을 한번 설명해보자. 천지비 괘는 ‘정체와 단절’을 상징하는 괘이다. 삶이 갑자기 꽉 막히는 상황을 이해하고 이를 헤쳐나갈 지혜를 찾아보기에 좋은 괘이다. 천지비 괘는 ‘소통과 안정’을 상징하는 지천태 괘 바로 다음의 괘이다. 천지가 교류하여 ‘소통과 안정’이 이루어진 후 이것이 영원히 지속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우리의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우리가 경험한 인생도 그렇지 않고 주역의 괘 역시 그렇지 않다. ‘승승장구’하는 삶은 곧 ‘정체와 단절’의 상황을 직면한다. ‘소통과 안정’을 상징하는 지천태 괘는 땅이 위에 있고, 하늘이 아래에 있는 상이고, ‘정체와 단절’을 상징하는 천지비 괘는 하늘은 위에 있고 땅은 아래에 있는 상이다. 이처럼 괘 상(象)의 배치에서부터 우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좋고 안정되었다고 생각하는 것과 주역이 가르치는 삶의 이치와는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주역이 가르치는 삶의 이치는 하늘과 땅이 원래의 위치와 어긋나 있기에 이를 회복하기 위해 ‘양과 음’, ‘강과 유’, ‘높음과 낮음’, ‘귀함과 천함’ 등이 언제나 소통하려 한다는 것이다. 어긋남이 소통의 조건이고, 이러한 소통으로 인해 천지우주는 늘 생성하고 변화하며, 우리는 그 변화와 생성 속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배웠던 삶의 좋은 조건은 이러한 소통과는 정반대의 것이다. ‘좀 더 강한’, ‘좀 더 높은’, ‘좀 더 귀한’ 자리를 차지하여 ‘유하고, 낮고, 천한 것들’과는 벽을 쌓고 멀리 떨어지는 것. 이것을 우리는 좋은 삶을 위한 조건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주역을 배우다 보면 이러한 관점은 너무나 협소한 잘못된 관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반면 주역에서는 우리가 삶의 과정에서 겪게 되는 장애물들을 우리 삶을 해치는 것으로만 여기지 않는다.

waves-4218827_1920우리가 삶의 과정에서 겪게 되는 장애물들을 우리 삶을 해치는 것으로만 여기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주역이 가르치는 도를 깨닫기 전에 이러한 좁은 생각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다. 그러니 주역의 도를 배워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순간이 왔을 때 어떻게 이 상황을 잘 견뎌 나가는 지혜를 하나하나 배워나가는가에 달려있다. 천지비 괘 초육효에서 우리는 삶의 과정에서 겪게 되는 막힘의 상황을 잘 견뎌내고, 이 상황을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는 지혜를 배울 수 있다. 천지비 괘 초육효에서는 “띠풀 하나를 뽑으면 다른 뿌리들도 함께 뽑히는 모습이다동지와 함께하여 올바름을 지키니길하고 형통하다.(拔茅茹 以其彙 貞 吉 亨.)고 했다. 띠풀이 서로 얽혀있는 모습과 같이 ‘동지와 함께 올바름을 지켜나갈 것’을 강조한다. 이렇듯 ‘꽉 막힌 상황’에 처했을 때 우리가 취해야 할 첫 번째 자세는 가까이에서 서로 얽혀있는 친구들과 함께 ‘올바름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는 ‘소통과 안정’을 상징하는 지천태 괘에서 친구들과 함께 ‘나아가면’ 길하다고 한 것과 대조된다. 그렇긴 하지만 삶의 과정에서 나아가야 할 때나, 올바름을 지키고 멈춰야 할 때나 가까이 얽혀있는 친구들과 함께해야 하는 것은 공통적이다.

그런데 이들 친구들과 그냥 멈춰있다고 꽉 막힌 상황이 풀리고, 이것이 각자의 성장을 위한 계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멈춰서 지켜야 할 ‘올바름’이란 것이 있다. 그 올바름에 대해 천지비 괘 초육효 「상전」에서는 그 뜻이 군주에게 있다.(志在君也)고 말한다. 여기서 뜻이 군주에게 있다는 것은 ‘우리들 각자가 세상에 나아가 뜻을 펼치고자 하는 원래의 그 마음’일 것이다. 주역에서는 이것을 ‘천명(天命)’이라 하기도 하고, 우리가 어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갈고 닦아야 할 ‘군자의 마음’이라고도 한다. 이렇듯 주역이 가르치는 삶의 지혜는 상황이 꽉 막혀있다고 하여 뜻을 쉽게 버리는 것이 아니다. 주역은 우리에게 그때가 꽉 막힌 상황임을 알고, 그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마음’을 편히 다스리면서 어려운 난관을 견뎌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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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삶의 어떤 과정에서 꽉 막힌 상황에 처했을 때, 주변의 어떤 사람들은 위로와 격려의 말을 하면서, 이제 그냥 좀 편하게 살 것을 충고하곤 했다. 하지만 이들의 말은 잠깐의 위로는 될 수 있었지만, 내가 당시 겪고 있던 문제를 해결하고 내가 성장할 수 있는 힘을 주는 말은 아니었다. 이런 말들은 나에게 성장의 힘을 주기보다는 나를 주저앉게 한다. 막힘의 순간에 친구가 필요한 건 맞지만, 나를 그 자리에 주저앉게 하는 친구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막힘의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는 올바름을 함께 지켜나갈 수 있는 친구이다. 주역의 언어로 말한다면 ‘천명’과 ‘군자의 마음’을 이야기하면서 함께 하늘을 볼 수 있는 친구이다. 삶의 변곡점에서 주저앉아 편하게 살아갈 방도를 찾아볼 수도 있지만, 그런 소인의 작은 마음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닌 뜻을 다시 하늘에 두는 큰마음으로 세상을 보고 함께 난관을 견뎌 나가는 것이 주역에서 말하는 친구이다. ‘나와 삶을 함께하면서 가까이 얽혀있는 친구들을 소중히 하는 것!’ 그리고 ‘그 친구들과 함께 뜻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를 잃지 않는 것!’ 이것이 우리가 삶의 과정에서 늘 반복되는 ‘막힘의 순간’을 잘 견뎌내어 스스로가 성장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 수 있는 삶의 무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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