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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Q글소식]<이야기 동의보감> 왜 눈물과 콧물이 함께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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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이당 작성일19-04-18 20:38 조회2,12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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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물이 함께 나올까?



박정복



『동의보감』은 허준이 중국의 의학서들을 편찬한 책이다. 무려 150가지 이상의 중국 의학서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항목마다 『황제내경』이 항상 첫 번째로 인용되며 가장 많이 인용된다. 그래서 동의보감을 읽다 보면 『황제내경』의 위상을 절로 알게 된다.

 

『황제내경』은 중국 최초의 의학서로 알려져 있다. 서한 시대(BC 300년경)에 기록되었다. 형식이 주로 황제와 기백이 문답하는 대화체로 돼 있어 친근감을 준다. 그 대화 자체가 풍성한 서사이다. 저 아득한 고대, 전설상의 중국 최초의 황제 헌원씨가 신하이며 의사인 기백에게 백성을 질병에서 벗어나 편안히 해주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겠느냐고 묻고 의사인 기백은 천지자연의 원리와 인체의 관계를, 인체의 복잡한 구조와 각 질병의 처방을 조목조목 꼼꼼하게 알려드린다. 황제는 황제인데도, 아니 황제이기 때문에 끝없이 배운다. 황제는 가장 잘 배우는 자이다. 어려운 용어들이 난무하는데도 둘의 대화가 오가는 그 진지하고 따뜻한 분위기에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둘의 서사에 끼어들게 된다.

 

때로는 병이랄 것도 없는 사소한 인체의 현상들을 물어보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황제가 호기심 많고 무구한 어린아이처럼 느껴져 재미있다. 눈물, 콧물에 관한 질문도 그렇다.


황제(皇帝)가 “사람이 슬퍼할 적에 눈물과 콧물이 같이 나오는 것은 기운이 어떻게 되어 그런 것입니까?”하고 물었다.

이에 기백(岐伯)이 대답하기를 “심장은 오장육부의 주재자입니다. 눈은 종맥(宗脈)이 모이는 곳이며 상액(上液)의 통로입니다. 입과 코는 기(氣)가 드나드는 문호입니다. 따라서 슬퍼하거나 근심하게 되면 마음이 움직이고, 마음이 움직이면 오장육부가 다 불안해지며 오장육부가 불안해지면 종맥이 다 움직이고 종맥이 움직이면 눈, 코, 입 등 액이 통하는 길이 열리는데, 액이 통하는 길이 열리면 눈물과 콧물이 나오는 것입니다. 인체의 진액(津液)은 정기(精氣)를 관주(灌注)하여 공규(空竅)를 적셔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상액(上液)의 통로가 열리면 눈물이 그치지 않고 눈물이 그치지 않으면 진액이 고갈되며 진액이 고갈되면 정기가 위로 흘러 들어가지 못하고, 정기가 위로 흘러 들어가지 못하면 눈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탈정(奪情)이라고 합니다.”라고 하였다.  

-「내경편」 ‘진액’  360쪽


“어째서 눈물과 콧물이 같이 나오느냐”는 황제의 질문이 단순하다고 느꼈는데 기백의 대답이 장황한 걸 보면 그렇지 않은가 보다. 한의학에선 눈물, 콧물 같은 인체의 수분을 통틀어 ‘진액’이라 한다. 땀, 침, 혈액, 정액, 관절액, 척수액 등도 다 포함된다. 우리 일상에서도 “진이 빠졌다.”라며 쓰는 말이다. 인류 최초의 세포가 바다에서 시작되었고 몸의 70%가 수분이며 모체에서 태아도 양수 속에 있다는 점을 들어 우리가 물을 중시하는 것처럼 한의학에서도 진액을 장기처럼 중시한다.



한의학에선 기(氣)가 모여서 생겨난 것이 만물인데 그 최초의 형태를 수(水)로 본다. 따라서 만물의 근원은 수로서 생명의 정기(精氣)이다. 어떤 사람이 그 증거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노재 포 씨(송대의 포운룡)의 대답. “사람의 몸에서 증명할 수 있다. 곧 먹고 싶은 마음이 동하면 침이 나오고, 슬픈 마음이 동하면 눈물이 나오며, 부끄러운 마음이 동하면 땀이 나오고, 성욕이 동하면 정액이 나온다. 그런데 마음이 고요하여 움직이지 않을 때는 태극의 상태이지만 이 마음이 동하면 태극이 동하여 양(陽)을 생기게 하므로 마음이 일단 생기면 물이 생기니 이로써 곧 하늘이 처음으로 물을 만들었다는 증거로 삼을 만한 것이다.”(「내경편」 ‘진액’ 359쪽) 마음이 움직였을 때 곧바로 나타나는 것은 진액이니 물이 만물의 근원이라는 것.

 

마음이 양(陽)이라면 진액 즉 수분은 음(陰)의 기운을 지닌다. 그리고 이것은 신장(腎臟)이 주관하면서 오장에 분화시켜준다. “대개 인체는 진액을 기본으로 삼는데 이것이 피부에서는 땀이 되고 근육에서는 피가 되며 신(腎)에서는 정액이 되고 입에서는 침이 되며 비(脾)에 잠복하여서는 담(痰)이 되고 눈에서는 눈물이 된다.”(「내경편」 ‘진액’ 362쪽) 물이 다양한 형태로 변하듯 진액은 오장에 따라 여러 모습으로 변한다. 그리고 오장육부에 대응하는 공규(눈, 코, 입, 귀 등)를 촉촉하게 적셔준다. 그 오장의 진액이 평소에 넘쳐흐르지 않는 것은 신장이 그것을 제약하기 때문이다. ‘신장의 음정(陰精)이 그것을 꽉 잡은 채 싸고 있기 때문이다.’ (『황제내경』 「소문」 579쪽, 법인문화사) 그러나 슬프거나 근심하는 마음이 생기면 신장이 진액을 조율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심장은 군주지관으로 오장육부의 감정을 주관한다. 그러면 신장도 심장의 영향을 받아서 심장이 주관하는 슬픔, 근심의 감정이 신장에 전이된다. 심장의 火 기운과 신장의 水 기운은 음양의 관계로 감응하는 것이다. 신장이 슬픔 때문에 평소에 오장의 수분을 통제하던 기운을 놓아버리면 얼굴의 눈, 코, 입 등 수분의 통로가 열려버린다. 또한, 오장과 연결된 경맥(종맥)들도 흔들린다. 신장은 하초(下焦)로 아래에서 진액을 잡아주는데 이제 그 기능을 상실했으니 경맥은 위로 올라가게 된다. 모든 경맥은 눈을 통과하며 지나간다. 그래서 눈물과 콧물 혹은 침이 함께 나오는 것이다.

 

살다 보면 슬퍼서 울 일이 종종 있다. 그것은 병리가 아니며 자신과 타인의 고통에 공명하는 감수성이다. 그러나 슬픔이 지나치면 열려버린 공규로 눈물, 콧물이 끝없이 흐르게 되어 우리 몸의 정기인 진액이 빠져버린다. 그 정도가 심하면 눈의 수분이 말라버려 보이지 않게 된다 하니 슬픔이나 근심을 과도하게 할 일이 아니다. 그래서 ‘애이불비(哀而不悲 슬프되 슬퍼하지 말라)’라는 말도 있나 보다. 옛사람들이 썼던 말이 단순히 마음만이 아니라 우리 몸의 생리와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슬픔도 흘러가도록 놔두어야 하는데 너무 오래 붙들면 몸이 상하는 것이다. 황제는 간단하게 질문했으나 기백의 대답은 심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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