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은 늘 준비가 덜 된 불안감으로 감이당을 향했다. 일요일은 강의를 듣기도 하지만, 공부한 내용에서 각자가 느낀 점, 배운 점을 확인하고 서로 나누는 날이기도 하다. 그런데, 주역, 니체의 문구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인생의 교훈을 얻어낸다는 건 힘든 일이었다. 산 세월에 비해 생각이 얼마나 부족했는지, 독서가 얼마나 부족했는지 절감했고 많이 창피했다. 억지로 꿰어맞추다 보니 어색하기 일쑤고, 다른 소재가 없다 보니, 부득이하게 남들에게 꺼내 보이기 싫은 나, 과거의 나를 노출할 수밖에 없었다. 발제, 토론, 그리고 에세이 등 말과 글을 통해 드러나는 내 모습을 일요주역스쿨 멤버들은 엄청난 인내심으로 지켜 보고 귀를 기울여주었다. 그렇게 매주 반복되는 일요일의 공부 시간은 초라한 내 모습과 내 안의 불편한 문제들과 대면하는 고통스럽지만 소중한 시간이었다. 새롭게 자리잡은 습관, 일요일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새로운 일주일의 일상이 지난 10개월 내게 일어났던 가장 큰 변화였다. 이 변화의 과정에서 다른 선택지들은 어느 사이 내 삶과 내 일상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거나 사라졌다.
중부괘 오효가 던져 준 질문, ’나를 공부에 묶어줄 진실한 믿음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해 내가 제출하고 싶은 첫 번째 답은 바로 이것, 훌륭한 벗들과 함께하는 공부의 습관이다. 그 습관 안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문제와 씨름하고 싶고, 나를 공부에 묶어주고 물고기와 돼지까지 감응하는 진실한 믿음을 키워 나가고 싶고, 그러기 위해 ’무엇을 공부할 것인가‘ 결정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