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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맹자를 만나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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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이당 작성일22-01-04 09:55 조회87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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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문빈(남산강학원)

맹자는 누구에게나 어진(仁) 마음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어진 마음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나와 함께 살아가는 생명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다. 맹자는 그 마음을 다양한 사례 속에서 찾았다. 우물에 빠지기 직전의 어린아이를 발견하면 곧장 구하려는 마음, 희생 제의에 끌려가는 소를 측은히 여기는 마음. 그 마음들은 우리 안에 나 아닌 다른 생명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음을 보여준다. 맹자는 그 마음을 선의 단서, 선의 실마리라고 했다. 맹자는 그 실마리를 붙잡고, 보존하고, 확대하여, 이 세상에 가득 차게 하면 천하 평화롭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서로 적대하고, 싸우고, 죽이는 전쟁이 일상화된 현실 속에서 맹자는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이 세상을 구원하리라 믿었다.

우리는 일상에서 어진(仁) 마음의 실마리를 종종 발견한다. 지하철에서 거동이 불편하신 분을 보면 자리를 양보하게 되고, 몸을 다친 친구가 있으면 그를 위해 기꺼이 그의 손발이 되어주기도 한다. 이러한 행동은 누군가에게 따로 배워 알고 있는 게 아니다. 내 마음은 이미 그렇게 행해야 함을 알고 있고 그것이 나에게 좋다는 것도 안다. 이것이 우리 안에 있는 선의 단서다. 하지만 돌아서는 순간 우리는 그 마음을 잃어버리고, 어디선가 누군가를 미워하고 적대하고 있다. 선의 단서를 확장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어진(仁) 마음을 보존하고, 확장할 수 있는가?

맹자가 말했다.

화살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어찌 갑옷을 만드는 사람보다 어질지 않겠는가그러나 화살을 만드는 사람은 오직 사람을 해치지 못할까 걱정하고갑옷을 만드는 사람은 오직 사람을 해칠까 걱정한다무당과 관을 짜는 목수의 경우도 역시 그러하다그렇기 때문에 직업의 선택은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

(맹자』 공손추 상 편 3-7/ 박경환 옮김 홍익 출판사/ p112)

우선, 맹자는 ‘직업의 선택’을 신중하게 하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직업에 따라 마음을 쓰는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화살을 만드는 사람과 갑옷을 만드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두 사람은 같은 인간이기에 이미 어진(仁)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똑같다. 그런데 어진(仁) 마음을 잃어버리느냐, 보존하느냐의 차이는 그 직업에서 나온다. 서로 다른 직업은 서로 다른 마음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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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에 따르면, 화살을 만드는 사람은 주로 ‘어떻게 하면 사람을 효과적으로 죽일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면, 갑옷을 만드는 사람은 ‘어떻게 하면 사람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고 말한다. 무당(의사)과 관을 짜는 목수도 마찬가지다. 무당(의사)은 아픈 사람이 낫기를 희망한다면, 관을 짜는 목수는 생계를 위해 많은 사람이 죽기를 희망한다. 이처럼 직업은 어떠한 마음들을 불러오고, 사용하게 하면서 결국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진(仁) 마음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맹자의 이 말은 어느 정도는 맞지만, 보편적이라 할 수는 없다. 분명히 특정한 직업은 우리 마음을 한 방향으로 반복적으로 사용하게 만들고 우리 삶을 변화시킨다. 하지만 ‘직업’이 문제라면 사냥을 하는 화살은 누가 만들며, 장례에 치를 때 사용하는 곽은 누가 짜는가? 그리고 의사 중에도 자신의 돈벌이를 위해 과잉 진료를 하는 예도 있고, 갑옷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가 어진 마음을 가졌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그렇다면 문제는 ‘직업’ 그 자체에 있는 게 아니다.

그러면 맹자는 왜 ‘직업의 선택’을 신중히 해야 한다고 말했을까? 그것은 특정한 ‘직업’을 옹호하거나 비판하기 위함이 아니다. 맹자는 아무런 고려 없이 직업을 선택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마음의 길을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로 하여금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려는 것이다. 맹자는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어떤 직업을 추천하고 있는 게 아니다. 맹자는 직업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있어서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를 말하고 있다. 그 태도는 바로 ‘신중함’이다.

신중한 태도란 돈, 안정성, 복지, 적성 등 자신의 이익을 따져 묻는 게 아니다. 맹자에게 신중한 태도란 그것이 어진(仁) 마음을 보존하고, 확장할 수 있는가를 고려해서 선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신중한 태도는 직업을 선택하는 상황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우리 삶에서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수없이 존재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이 들 때까지. 일하고, 공부하고, 밥 먹고, 사람들과 만나면서 우리는 매일 ‘나는 여기서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는가?’를 묻고 결정하는 순간에 서게 된다.

annie-spratt-3qbBwA8QCEY-unsplash“인을 행하는 사람은 활쏘기 하는 사람과 같다.”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사건 속에서 매번 어진(仁) 마음을 선택하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어떨 때는 누군가를 ‘위해서’ 행동하는 일이 그 사람에게 독이 될 때도 있고, 어떨 때는 ‘나’의 이익이 너무 앞서 주변이 안 보이게 되는 때도 있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착하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선택이 모두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욱 신중해져야 하고, 매번 다른 사건들 속에서 무엇을 선택하는 것이 어진 마음인지 배우고 체득하는 수밖에는 없다.

맹자는 “인을 행하는 사람은 활쏘기 하는 사람과 같다.”라고 말한다. 활을 쏘는 사람은 과녁에 명중시키지 못했다고 해서, 다른 사람을 원망하거나 조건을 탓하지 않는다고 한다. 자신에게 돌이켜서 자신을 반성할 뿐이다. 혹시 집중하지 못한 건 아닌지, 힘을 너무 많이 준 건 아닌지, 너무 높게 조준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는 것이다. 매번의 사건 속에서 우리가 행해야 할 것도 이런 것이다. 내가 인을 행하지 못했다면 그 이유를 나에게서 찾고, 다른 사건에 적용하고. 또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조정해 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인을 배우고 일상 속에서 체득해 나가는 것, 그것이 어진 마음을 보존하고 확장하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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