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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 [사람꽃 피다] “코로나 이후 무엇이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하는가”
 글쓴이 : 감이당 | 작성일 : 21-06-14 10:23
조회 : 633  

 

 

고미숙 고전평론가

고미숙 고전평론가
고미숙 고전평론가

[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고전평론가. 그의 직업이다. 그것도 본인이 스스로 만든 직업이다. 그가 하는 일은 고전의 지혜를 현대인에게 전하는 전령사 역할이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그는 ‘고전학자로 출발했지만 교수가 안 됐고, 그래서 길 위에서 대중지성이라고 하는 장’에서 활동한다. 

현대인들이 무엇 때문에 괴로워하고 힘들어하는지, 그 심리와 욕망을, 고전을 통해 지금 사람들의 언어로 재구성하는 일. 이것이 고전평론가인 그가 하는 일이다. 고전 공부를 현대 언어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는 인문의역학연구소인 감이당 대표다. 그, 고미숙 고전평론가를 감이당(& 남산강학원)의 본거지 깨봉빌딩에서 만났다. 코로나 이후에 무엇이 달라질 것인가, 그와의 대화를 이 물음으로 시작했다. 


어떤 존재도 홀로 존재할 수 없다
“코로나는 여전히 우리와 가까이 있고 전 세계인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코로나 이후 무엇이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하는가, 우리는 어떻게 다른 시간을 열어가야 되는가를 아주 깊이 통찰해야 할 시간이 온 것이다.” 코로나19는 도대체 무엇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는가. 고전평론을 하고, 인문학을 공부하는 일이 매일의 일상인 그가 끊임없이 하는 생각이다. 

“좀 더 근원적인 통찰에는 굉장히 넓고 깊은 인식이 필요하다. 코로나는 전 인류를 하나로 묶어줬다. 어느 누구도 예외가 없었다. 공감의 영역이 굉장히 넓어진 것이다. 고전에서, 특히 동양사유에서 아주 강조하는 원리는 이 세상의 어떤 존재도 홀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 사상의 가장 심오하고 깊은 통찰이다.” 

‘홀로 존재하는 것은 없다는 것은 전 세계, 우주가 연결되어 있다’는 말로 그는 ‘상호 연결성’을 강조한다. “이것은 모든 사상과 현자들이 했던 말의 핵심이다. 동양에서 이는 고전(유교·불교·도교)의 기본 바탕을 이루고 있다. 인간과 자연, 가장 미시적인 것과 가장 거대한 것이 아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것을 점점 잊어버린다.”
 

이 세상의 어떤 존재도 
결코 홀로 존재할 수 없다. 
가장 미시적인 것과 가장 거대한 것이 
아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이것이 가장 심오하고 깊은 통찰이다.

욕망과 거리두기, 자연과 공존하기
인식론 차원에서 중요한 또 한 가지를 그가 짚는다. “우리는 위대한 것은 굉장히 크고 강하고 빠른 것이라는 물신숭배가 있다. 핵무기(핵버튼)도 코로나19로부터 우리를 지켜주지 못한다. 어떤 무기도 코로나19를 예방하거나 방역을 할 수가 없다. 정말로 미세한 것이 어떤 거대한 것들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고전의 사상과 20세기 양자역학적, 과학적인 진실의 차원으로 가면 미시적인 것과 거시적인 것이 분리되지 않는다.” 

우리는 욕망을 무한 발산하느라 너무나 많은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전면적으로 눈앞에 다가온 기후문제도 같은 맥락이다. 

“지구온난화는 지구가 뜨거워진다는 내용만 있는 것이 아니라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순조롭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인간이 적응하는데 굉장히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인간이 어리석은 이유는 욕망을 무한 발산하느라 너무나 많은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각자의 욕망을 변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내가 어떻게 욕망과 거리를 두고, 자연과 공존하는 삶에 새로운 길을 열 것인가. 이를 자각하지 않으면 산업이나 자본의 구조를 바꿀 수가 없다. 우리 자신들은 더이상 작고 사소한 존재들이 아니다. 내가 어떤 삶의 방식, 패턴을 결정하느냐가 전체 인류의 방향을 바꾼다.” 
 

공부와 지성의 실존적 선택, 영성
코로나는 그에게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오게 했다. ‘코로나로 인해 이상한 휴식과 공간이 주어지면서 개인적으로도 인생의 변곡점을 겪고 있다’는 말로 그는 자신의 공부와 정신적인 변화를 가늠케 했다. 

그는 먼저 ‘배움’과 ‘지성’을 이야기했다. “배움은 인간과 인간을 위대하게 연결해준다. 배움이 있는 곳은 평화가 있고 윤리가 있다. 배움의 지성을 우리를 구속하는 것에서 벗어나는 방향으로 써야 한다. 이것이 자유의 새로운 공간이고, 인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내가 겪었던 부자유, 억압, 구속, 불편함을 조금 더 자유롭고 편안하게 방향을 바꿔야 한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그는 한층 깊어진 사유로 ‘영성’을 이야기한다. “공부와 지성이 실존적인 선택이 되게 하려면 기본적으로 영성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된다. 더이상 지식의 영역이나 휴머니즘, 사랑 정도의 언어로는 힘이 없다. ‘지성’에서 ‘영성’으로 가는 윤리적인 비전이 있어야 한다.” 

그의 사유가 이어진다. “인간이 물질의 억압에서 벗어나고 정신의 구속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 혁명이다. 전자에 대한 모색과 시도는 끊임없이 이루어졌지만 후자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약하기만 하다. 후자, 곧 내면의 해방은 영성에 대한 탐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생(生)과 사(死), 생성과 소멸에 대한 질문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

삶의 윤리를 어떻게 구성하느냐, 이에 대한 사유는 결국 영적 비전을 만나야 함을 그는 내면 깊숙이 받아들이고 있다. 인간과 동식물, 인간과 인간, 인간과 시공간, 인간과 신이 근원적 차원에서 모두 연결돼 있는 ‘영성’을 그는 앞으로 천착하게 될 것이다. 
 

사유는 계속 길 위에 있어야 한다
“길에서 새로운 비전을 탐구하고 비전을 열어야 한다. 소유가 아니라 끊임없이 이동하고 순환하고 접속하고 움직인다는 것.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유목이다.” 영성과 과학과 유목이라는 일상. 마무리 즈음, 그와 나눴던 대화의 키워드다. 

지난해 환갑을 넘긴 고전평론가 고미숙. 그가 살아갈 삶의 모습이 그렇게 ‘유목’으로 내 가슴에 담겼다. 그리고 하나 더, 몇 번이나 ‘밥은 먹었는지’ 확인하는 부드러운 햇살 같은 그의 마음도 내 가슴에 담겼다.

[2021년 6월 11일자]

이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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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주역   2021-07-11 07:50:03
 
원불교 신문에도 선생님 기사가 실리셨군요!
코로나 4단계 발표한 시점에, 곰샘의 말씀 새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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