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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즉불통 시즌3] 4주차. <감정의 미래>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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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보연 작성일21-08-14 11:16 조회87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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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기계를 통한 공감

 

21.08.14 통즉불통세미나_[감정의 미래] 발제_보연

 

  나는 매일 오후 4시부터 9시까지 21개월 아들을 독박육아중이다. 21개월 아들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에너지그 자체이다. 아들은 불볕더위 속에서도 매일 어린이집 하원 후 2시간 이상을 밖에서 놀아야했고 집에 들어가지 않으려 떼를 썼다. 한여름에 야외에서 아이를 보는 것은 매일이 극기 훈련이다. 아이가 자전거를 타지 않고 나에게 안아달라고 하는 날은 한손으로 자전거를 밀면서 한 팔로 11키로가 되는 아들을 안아야했다. 나의 힘겨움을 남편에게 호소하지만 남의 편 반응은 대부분 싸늘하다.

체력을 키우라니까! ”

애를 7시까지 맡겨! ”

  내가 원하는 반응은 그게 아니다. 내 어려움에 공감해주고 위로해주길 바란다. 더 나아가 남편이 육아에 더 참여하길 원한다. 하지만 남편은 내가 원하는 공감을 해준 적이 거의 없다. 그래서 남편에 대한 서운함과 싸우는 날이 늘어 간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남편이 VR기계를 쓰고 나의 육아의 일주일(하루는 부족)을 경험한다면 내게 공감할 수 있을까? 내가 느끼는 서러움과 힘겨움을 똑같이 느끼면서 여보, 그동안 너무 외롭고 힘들었지, 이 힘든 걸 어떻게 매일 했어. 내가 몰라줘서 너무 서운했겠다. 앞으로 내가 뭘 하면 좋을까?’ 이런 이상적인 멘트를 날리는 게 가능할까?

  [감정의 미래]에서는 웹기반 소통매체의 출현과 가상현실기계 등을 통해 우리가 공감을 학습하고 느낄 수 있는지 다양한 사례와 예상되는 긍정적/부정적 효과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사실 나는 기본적으로 웹기반매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3‘VR: 공감기계에 대한 부분을 가장 흥미롭게 읽었다. 실제로 작년 mbc스페셜 <너를 만났다>라는 VR 다큐멘터리는 아이를 잃은 엄마가 VR을 통해 딸을 만나는 내용이었는데 많은 관심이 있었다. 남편은 이 다큐를 보지 않았지만 시청 후 소감은 나랑 달랐을 것 같다. 내가 엄마의 상실감과 그리움에 같이 빠졌다면 남편은 아이를 놓아주고 현실을 살아야 한다는 점에 집중했을 것 같다. 같은 영상을 보고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저자는 VR기계가 아직은 소외계층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의 경험을 제작한다는 점, 제작자들이 백인 남성이라는 것, 그들의 관점과 목소리를 재현할 수밖에 없는 점을 지적한다. 우리는 VR기계를 통해 타인의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이 아닌, 제작자에 의해 조작된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다. 애초에 타인의 감정을 100% 느낀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각자가 살아온 배경과 경험이 제공하는 틀 안에서 세상을 해석하기 때문이다. 결국 VR로 공감한다는 것은 독일어 원문을 영어로 옮긴 번역본을 다시 한국어로 옮겨 읽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VR기계가 점점 세련돼지고 보편화될수록 우리는 특정 감정과 행동에의 강요를 주입받게 되지 않을까? 자본과 사회가 원하는 감정을 학습하도록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에게 VR기계를 통해 학습시킨다면? 실제로 우리는 VR만 쓰고 있지 않을 뿐, 이미 오랜 기간에 걸쳐 가정, 학교에서 특정 가치관을 주입받고 학습한다. 기계는 이러한 의도를 빠르고 효과적으로 전파할 수 있는 도구가 될 것 이다. 어쩌면 이러한 효과를 통해 사회가 원하는 특정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사람들을 소외시키는 사회가 도래할지도 모른다.

  아직까지는 VR의 주제가 소외계층을 다룬 것이 많다. 실제로 UN의 모금액은 이 도구를 사용했을 때 2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만약 우리가 VR를 쓰고 난민 체험을 하게 된다면 영상으로 보는 것 보다 훨씬 더 생생하고 감각적인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체험이 끝났을 때 기부금을 요청하는 단체의 요청을 거절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타인의 상황을 안타까워하면서 기부금을 내는 것으로 끝난다면 우리는 공감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저자는 강인구 기자의 “VR을 통한 공감 형성이라는 개념은 타자화의 과정이라는 말을 인용하며 아래의 글을 옮겨온다.

 

타인의 경험은 자신의 그것과는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타인의 입장이 된다는 건 기껏해야 그 상황을 이해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129p, 감정의 미래>

 

  강인구 기자는 VR이 특정 대상을 다른 존재로 보이게 만들어 분리된 존재로 부각시키는 타자화를 우려한다. 현재 우리가 소외계층을 만나는 방식이 그렇다. 일상에서는 장애인, 소수자 등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다. 매체는 그들이 우리와 똑같은 일상과 고민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은 지워버리고 비참함만을 부각시킨다. 이러한 면 때문에 어떤 매체나 도구든 타인에 대한 공감을 다루게 될 때 일회성 체험, 단편적 이해만을 도울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기술이 우리 일상에 침투해 보통 사람들의 감정을 다루게 된다면 나는 너무 무서울 것 같다. 남편이 내게 공감하길 바라면서 이런 말을 하다니 모순적이다. 하지만 남편이 나를 이해하기 위해 VR기계를 써야만 한다면? 기계를 쓰지 않고는 타인과 소통할 수 없다면 어떨까? 마치 영화 <her>의 주인공처럼 자신의 모든 감정과 기분을 알고 맞춰주는 기계와만 소통하며 타인과 관계 맺지 못하는 인간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공감은 기본적으로 타인과 나를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이 가상세계를 통한 학습이라면 나는 아직 부정적 의견에 더 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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