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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머튼 영성 세미나 5주차(2.16)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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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Jisu 작성일23-02-19 11:37 조회287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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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머든의 시간 제3,4부는 1952년부터 1963년까지, 그러니까 그가 겟세마니 수도원(1941.12)에 들어간 후 10여년이 지난 이후부터의 10년간의 기간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의 인생의 40대를 보내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는 이제 사제서품(1949.5)을 받았고 칠층산을 출간(1948)한 후 작가로서도 명성을 얻었다. 이제 사제로서도 작가로서도 즉, 가톨릭 내외에서 모두 자신의 자리를 확립한 그는 여전히 고독 속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오롯이 느끼고 싶은 열망과 수도원에서의 공동체 생활, 작가로서 세상을 만나는 문제로 고민한다. 공동체에 더 깊이 개입하고 책임이 커질수록, 작가로서 그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은수자로서의 삶에 대한 내면의 요구가 더 깊어진 것은 일견 충돌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에게 고독은 이기적인 사치가 아니라, 공동체에 사랑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서 그리고 작가로서의 재능이 자기만족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의 성찰에 기여하는 도구로 쓰이기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 인류의 영성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영적으로 깊어져야만 했기 때문이었던 것이리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도 우리의 가족과 친구와 동료에게 이해와 자비의 마음을 계발하기 위해서 그리고 우리의 일의 의미와 감사함을 발견하기 위해서 고독 속에서 깊어지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세미나 중에 그의 일기 속에 나오는 꿈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였다. 특히 꿈에 산통을 겪는 유다인 처녀가 등장하고 그녀의 이름을 묻자 자기는 잠언이라고 답했다는 꿈은 많은 선생님들에게 인상이 깊었던 대목인 것 같다. 꿈의 해석에 대한 이해가 미천해서 그의 꿈속에서 여성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까 의문이 들었었다. 금욕생활을 하는 수도자에게 잠재된 성적욕망이 꿈 속에 등장하는 것인가라는 생각도 해 보았는 데, 선생님들의 얘기를 듣다 보니 그에게 여성성은 그보다는 마리아, 어머니, 잠언, 사랑, 부드러움 등으로 상징되는 선물 같은 것이 아니었던가 싶다. 계속 등장하는 그의 꿈의 의미들은 좀 더 주의 깊게 읽어 보고 싶다.

 

그의 일기에는 자신의 이른 죽음을 마치 예견한 듯, 죽음에 대한 언급이 여러 차례 나온다. 우리는 모든 생명이 생로병사를 겪는다는 사실을 지식으로 알고 있지만, 가급적 죽음이 다가올 때까지 죽음을 보지 않고 언급하지 않으면, 죽음이 오지 않을 것처럼 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살고 있다, 고통도 장애도 외면하면 내게 오지 않을 것처럼. 어머니가 돌아가신 선생님 두분이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한 분은 갑작스러운 황망한 죽음을, 다른 한 분은 곁에서 지켜 보면서 서서히 떠나가신 죽음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우리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떠날 지 알 수 없지만, 토머스 머튼의 말처럼 죽음은 길을 떠날 때가 온 것뿐이다. 세상에서 벗어나 다른 길을 따라 기쁘게 걸음을 옮기는 것이다. 죽음은 삶에 주는 선물이다라는 것을 우리가 깊이 자각한다면, 우리가 우리의 개별성에 대한 집착에서 자유로워진다면, 지금 이 길을 기쁘게 걷고, 빠르게든 천천히든, 기쁜 마음으로 다른 길로 걸음을 옮길 수 있으리라.

댓글목록

김밥님의 댓글

김밥 작성일

잘 읽었습니다. 함께 나눈 이야기들을 다시금 새겨보게 하네요. 감사합니다~~

엄보영님의 댓글

엄보영 작성일

물 흐르듯
부드러운 글들이
넘 조아요 ㅎ
후기 잘 읽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