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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차 금성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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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빨레리아 작성일23-03-06 10:14 조회593회 댓글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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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대중지성/강의후기/20230305/2조 안경희

 

3주째가 되어 조금 나태해지는 다리를 재촉해서 강의실에 입장하니 남은 자리가 강사님 바로 밑에 자리밖에 없다. 어디서든 교육의 장에서 평생 금기시해온 자리가 당첨됐다.ㅠㅠ..

서둘러 수업준비를 하면서 선생님이 들려주는 알키비아데스와 소크라테스의 이야기가 재미있다. 연동(戀童)관계로 멘티 알키비아데스와 멘토 소크라테스에게는 서로 건널수 없는 간극이 있어보인다. 멘토로 충실한 소크라테스와 달리 알키비아데스는 자신의 아름다운 육체를 통해 소크라테스를 매료시키고자 하면서, 학문의 교류보다 스승을 독점하고 싶어하는 알키비데스에게 소크라테스는 치기어린 젊은이의 트로피 스승같은 존재였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크라테스의 변론은 반복해 읽을때마다 새로운 내용을 발견하게 되는 점과, 그 과정에서 ‘모른다’와 ‘모른다’ 사이의 간극을 채우는 과정이 철학책을 읽는 묘미라는 선생님의 이야기는 지구의 중심을 향해 땅을 파고들어가는 두더지 일러스트가 연상된다.

또, 동양과 서양의 학문연구 차이로, 동양은 원전에 새로운 주석에 주석을 다는 방향으로, 서양은 반론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방향으로 발전한다는 이야기는 ‘아! 그랬구나’ 하는 얕은 깨달음이 든다.- 예전에 어떤 선생님이 ‘새로운 개념’을 만들고, 그걸 잘 발전시키면 철학계에선 유명인이 될 수 있다고 하며 본인도 그러고 싶으나 힘들단 이야기가 진실인가보다...ㅋㅋ

 

그냥 서양철학의 시초라고만 배웠던 소크라테스가 이오니아의 자연철학과 소피스트로서도 유명한 사람이었다니...왜 소크라테스가 그 당시 젊은이들을 매료시켰는지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그 시대의 특이 개념으로 ‘Daimon’(Daemon)이 ‘양심’-‘정인명령’-‘계시’-무의식’ 등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한다.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으나, 신적 계시보다는 낮은 단계이고 신과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어떤 Daimon이 평생 소크라테스에게 들려오는 소리로 표현된 부분은 일반이 포착할 수 없는 무의식을 의식으로 포착할 수 있었다는 의미에서 소크라테스는 깨어있는 사람일 거라는 뇌피셜도.....

옛날 사람들은 자연과 신과 인간 사이의 차이와 불일치를 설명하는 개념을 잘 포착해내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인간 존재의 불안을 설명할 수 있는 존재로 Daimon이 참 매력적인 개념으로 보인다. Daimon이 현대에선 ‘Demon’은 아닌지 혼돈하는 부분도 그 정의의 애매모호함을 보았을 때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소크라테스, 예수 등의 성인의 삶을 보면 ‘자기모순에 빠지지 않고 자기 삶을 완성을 향해 나아갔다’는 내용과, 많이 동떨어졌지만 동시대 인사로 자기모순에 빠진 걸로 보이는 ‘허본좌’ 에피소드는 즐거운 수업의 양념거리였다.

시장과 광장에서 대화를 통한 담론을 이어가는 사적 삶은 소크라테스에게 즐거운 Daimon의 계시로 보인다. 공인과 사인의 개념도 중요한 내용으로 공인이 아닌 사인 소크라테스는 옮음을 관철함으로 죽음을 초래하는 삶에서 빗겨나가게 하고 수명을 연장시키고 있어, 사인으로서의 삶이 소크라테스에게 소중해 보인다.

댓글목록

반야수님의 댓글

반야수 작성일

어느새 쑥 재밌게 다 읽었네요. 성인들의  ‘자기모순에 빠지지 않고 자기 삶을 완성을 향해 나아갔다’는 내용을 마음에 담아봅니다.^^

김에세이님의 댓글

김에세이 작성일

1학기가 끝나 갈 무렵, 소크라테스가 끓여 준 라면(철학)을 맛 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냄새라도 맡을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어떤 라면인지 무슨 재료를 가지고 맛을 더 첨가했을지 궁금합니다. 제발 한 젓가락이라도 면발을 집어봤으면...

행간 사이를 이해한다는 것은 문장과 문장 사이에 숨어 있는 진실한 표정을 날렵하게 낚아채는 작업이라 생각합니다. 숭숭 구멍 뚫린 자신의 사유에 허기를 채우는 일이지요. 그러나 아까 말했듯이 저는 소크라테스가 끓여 놓은 면 한 가닥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승연쌤이 글을 해독 해줄 때는 틈틈이 생각의 단초를 풀어놓듯 잘 다듬어서 손질하고 정리해주어서 좋았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이면 “모르쇠와 기억 안 남, 질환 수준의 내숭과 왜곡이”제 머릿속에서 얽히고 설켜 있습니다.

저에게도 다이몬(?)이 있는데 이렇게 말하더군요. 잊는 건 매우 잘한 거라고...

후기 잘 읽었습니다.

도깨비님의 댓글

도깨비 작성일

‘자기모순에 빠지지 않고 자기 삶의 완성을 향해 나아갔다’.... 는 대목을 읽다 보니, 스무 살 시절, 군대 간 동아리 선배를 면회 갔던 어느 겨울의 강원도가 떠오릅니다. 대여섯 살 정도 많았던 선배는 내 손을 꼭 잡으며, '자기를 기만하지 않는 삶을 살도록 하세요. 후배님!' 이렇게 말해 주었지요. 그 분은 대학을 졸업하고 한참 후 수행의 길에 나섰고, 지금은 수도자가 되었습니다. 그 때 '자기를 기만하지 않는 삶'이란 게 참 어려웠는데, 그럼에도 무슨 좌표같은 느낌이었는데, '자기 모순'이라는 대목에서 갑자기 그 기억이 떠오르네요. ㅎ. 어떤 길이든 어제보다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려는, 그런 나를 위한 길이라는 점에서 같은 게 아닐까 살짝 생각을 얹어 봅니다. 후기 잘 읽었습니다.

진솔한님의 댓글

진솔한 작성일

선생님이 옆에서 조곤조곤 들려주시는 듯한 재미난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덕분에 즐거운 한주 시작합니다. 고맙습니다^^

깨트린님의 댓글

깨트린 작성일

멋진 후기 잘 읽었습니다. 어렵게만 느꼈던 철학을 친숙하게 느끼도록 설명해주시는 정승연 선생님도 재밌지만, 경희쌤의 해석도 넘넘 재밌네요.  ㅎㅎ 지구의 땅을 파고 들어가는 두더지의 모습과 소크라테스의 변론을 읽는 경희샘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순간 귀여운 모습의 선생님 얼굴이 떠올랐어요. ^^

상아님의 댓글

상아 작성일

글이 너무 재미있게 읽혀져 저도 모르게 남깁니다. 선생님의 카톡 이름, 까미노가 활짝 펼쳐진듯한 그림같은 후기 감사합니다.

나영님의 댓글

나영 작성일

후기 쓰시느라 고생하셨어요~  수업 복습자료 같기도 하고 경희샘의 관점으로 이해하신 부분도 흥미진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