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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주차 의역학 발제 후기-12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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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태연 작성일15-04-17 10:00 조회3,09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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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율려 발제를 준비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것은 발제자인 내가 율려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었다. 율려라 하면 3년동안 입으로 외우기도 했고, 또한 낭송이라는 것 또한 소리이기에 율려에 관해, 소리에 대해서 아주 낯선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막상 공부하려고 자료를 모으고 의미를 파악하다보니, 도통 무슨 소리인지 모르기도 하거니와 대체 이걸 왜 공부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들었다.

생각해 봤다. 왜 이렇게 율려는 안 와 닿는가? 내가 내린 결론은 살아오면서 직접적으로 혹은 의식적으로 소리에 주목해 보지 않아서였던 것 같다. 텍스트를 볼 때 주로 의미파악을 위주로 보지 소리와 파동이 어떤가를 유념하면서 보진 않는다. 마찬가지로 <12율려> 또한 의미를 파악하려고 하니 대체 뭐가 뭔지 잘 몰랐던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발제 준비 할 땐 실제로 소리를 들어보고, 눈으로 이미지를 보기도 했다. 텍스트만으로 이해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살아오면서 소리를 이용한 것을 생각해 내기도 했다. 아무래도 내가 직접적으로 경험한 것이 있으면, 율려에 대해 이해하기 쉬울 것이란 생각에서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엠씨스퀘어다.

엠씨스퀘어는 내가 생각해 낸 소리(파동)로 삶에 영향을 준 기계였다. 주로 알파파를 내보냈는데 알파파는 명상을 하거나 깊은 잠을 잘 때 나오는 파동이라고 한다. 파동으로 공부에 집중을 하게 해주기도 하고, 잠을 잘 잘 수 있게 하기도 했다.

엠씨스퀘어를 생각하니 율려에 대해 전보다 훨씬 더 친숙했다. 물론 감이당에서 매학기 암송 오디션을 하고 매 수업 때마다 낭송을 한다. 그리고 우리는 평생에 걸쳐 소리를 내고 산다. 그래서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인지하지 못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소리라고 생각한다. 그럼 고대에는 소리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옛적 황제가 곤륜산 북쪽의 해곡의 대나무로, 구멍이 고르고 두꺼운 것을 취하여, 두 마디를 잘라 그것을 불어 황종의 궁으로 삼았다. 12통을 만들어 봉황의 우는소리를 본 받아 수컷의 소리를 6으로 하고, 암컷의 소리를 6으로 하였는데 양의 6음을 6율이라 하고 음의 6음을 6려라 하여 6율과 6려를 합하여 12율이라 부르고 그것을 12월에 분배하였다. 그래서 12음이 나오게 되고 그것은 해와 달이 하늘의 12차에서 1년에 12번 만나는데, 오른편으로 도는 것을 본 받아서 성인이 6려를 만들었고, 북두칠성의 자로가 12신으로 운행하는데, 왼쪽으로 선회하는 것을 본 받아서 성인이 6율을 만들었다. 그런 까닭에 양의 율은 왼쪽으로 선회하여 음과 합하고 음의 여는 오른쪽으로 돌아 양과 합하여, 천지사방에 음양의 소리가 갖추어 졌다.”

<악학궤범, 격팔상생응기도설>

 

 

황제는 자연으로부터 소리를 가져왔다. 그 소리를 중심으로 법칙을 만들었고, 천지사방에 음양의 소리가 갖추어 졌다고 한다. 율려라는 글자의 에는 모두 법칙이라는 의미가 있다. 그래서 율려라는 것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다. 그래서 예전부터 새로운 왕조가 생길 때마다 율려를 다시 만들었다. 이것은 나라의 기틀을 새로이 세우는 일이다.

그렇게 처음으로 만든 음이 황종이다. 황종음은 음과 양이 정확하게 50:50으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왜냐하면 음양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나라가 혼란스러워 망하게 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로 율관을 만드는 이유는 대가 하늘이 낸 자연의 그릇이기 때문이고, 기장으로 율관을 채우는 이유는 기장이 하늘이 낸 자연의 물건이기 때문이다. 하늘이 낸 자연의 물건으로 하늘이 낸 자연의 그릇을 채우면, 길이의 장단용적의 다과(多寡)성음의 청탁(淸濁)무게의 경중이 한결같이 자연에 근본하고 인위적인 것이 참여하지 않게 된다. 이것이 중화(中和)의 소리가 나오고 대악(大樂)이 이루어지는 까닭이다. 후세에 대 대신 구리[]로 율관을 만들기도 했으니, 이는 사람이 만든 그릇에 하늘이 낸 기장을 담는 것이니, 길이와 용적이 어찌 차이가 없을 것이며, 성음의 청탁이 어찌 문란하지 않겠는가?”라고 하였다.

<악학궤범41, 민족문화문고간행회 >

 

 

황종을 만들 때 대나무로 만들고 기장으로 길이와 용적을 정한다. 대나무와 기장은 모두 자연으로부터 온 것들이다. 따라서 황종은 자연의 소리다. 자연, 혹은 하늘에서 온 소리는 문란하지 않으며 중화의 소리가 나오고 대악이 이루어진다.

 

 

황종율관을 기준으로 하여 만든 도량형은 다음과 같다. 황종 율관 길이는 9촌이다. 기장 1200낟알이 들어가는 황종관의 용적이 1()이 되고, 10약이 1[]이며, 10홉이 1[]이고, 10되가 1[]이 된다. 기장 1200낟알의 무게가 12()이고, 24수가 1냥이며, 16냥이 1근이고, 30근이 1()이 된다. 또 기장 한 낟알의 길이가 1분이고, 10분이 1, 10촌이 1, 10척이 1()이 된다.

<서경우서순전>

 

 

아주 단순하게 이렇게 기장에 의해 만들어진 도량형에 대해 생각해 봤다. 왜냐면 기장은 각 지방마다 크기가 다를 것이고, 매해마다 다를 것 같다. 물론 어느 정도 하한선과 상한선은 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대나무라는 대를 쓰긴 하지만 도량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기장이다. 기장의 크기에 따라 도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기준이 달라지면 나라에 혼란이 오지 않을까? 지방마다 다르고, 나라마다 다르면 여기선 30근이던 것이 다른 곳에선 35근이 될 수도 있는 게 아닐지. 그래서 기장에 대해 알아 봤다. 기장은 곡식 중에서 알이 적은 편이다. 그래서 알과 알 사이에 편차가 적기 때문에 기장을 쓴 것이 아닐지. 그리고 기장의 크기의 차이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땅에 따라 다를 것 같다. 땅의 속성과 기후에 따라 다른 크기의 기장이 생겨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자연의 산물인 기장()을 쓰지 않고, 밀랍으로 기장 형체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황종율관의 양()을 쟀다는 점이 만족스럽지 않았으므로, 1430(세종 12)에 박연은 또다시 자연산의 기장을 써서 율관을 제작했다. 기장을 재배하여 세 등급으로 나누어, 각각 기장 1200낟알이 들어가는 관을 만들어, 그 중 중국의 황종과 합치되는 것을 택하는 방법을 썼다.

당시 박연은 역대(歷代)로 율관을 만들 때 기장으로 기준을 삼았으므로 일정하지 않아, 성음의 높낮이도 시대마다 차이가 있었을 것인데, 오늘날 중국의 율이 오히려 참된 것이 아니고, 우리나라의 기장이 도리어 참된 율을 얻을지 어찌 알겠사옵니까?’라며, 중국의 황종율에 맞추지 않고 독자적으로 만들 여지도 있음을 언급했지만, 바로 뒤이어 율관과 도량형을 만드는 일은 천자(天子)의 일이고 제후국에서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 중국의 황종에 합치하도록 율관을 만드는 것이 옳을 것이옵니다라고 아뢴 것은 황종관에서 도량형이 비롯되기 때문이다. 한 문화권에서 도량형이 서로 다르면 혼란스럽게 되므로, 황종관을 독자적으로 만들 수 없는 것이다. 황종율관으로부터 도량형을 만든다는 것은 황종관을 만사(萬事)의 근본으로 삼은 것이니, 황종율은 단순한 음고(音高) 이상의 의미를 지녔던 것이다. <악학궤범>

 

 

황종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보여주는 글이다. 문화권이 같을 때 도량형이 같아야 혼란이 적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을 중심으로 삼은 것은 도량형의 혼란을 줄이기 때문이지 그것이 옳아서는 아니다. 박연의 말처럼 기장은 시대에 따라 크기가 다르다. 따라서 중국의 황종이 참된 율이 아닐 수 있다. 그러면서 조선의 기장으로 황종을 만들었을 때 오히려 참된 황종율을 얻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이다.

물론 참된율이 있고 옳은 것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르게 보면 중국에서 나는 기장과 조선에서 나는 기장이 다른 것처럼 몸집도 생김새도 조금씩 다르다. 지역에 따라 말투도 다르고, 생활습관도 다르다. 따라서 그 지역에 맞는 황종율이 다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기장을 쓰면 우리 몸에 맞는 음양의 조화가 이루어진 율려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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