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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 3주차 수업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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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상례 작성일20-03-15 17:18 조회1,57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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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중요 하다 보니 시작한 지 2주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할 수 없이 2주의 공백을 갖게 되었다.

드디어 수업을 다시 시작!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책상의 간격을 유지하면서 수업을 진행하였다.

몸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선을 넘어 서로 충분히 교감했다는 이 돌았다.^^



첫 수업은 의역학 세미나 시간이었다.

미리 읽어 온 고미숙선생님의 연애의 시대를 기본 텍스트로 하여 담임샘이 진행하셨다.

우리가 갖고 있는 성에 관한 관념들은 어떤 것이며 언제부터 강제되어 왔는지에 대한 계보학적 탐색(이렇게 고급스러운 말을 쓰다니!)을 하는 시간이었다.

우리들이 즐겨보는 드라마들(주로 <동백꽃 필 무렵>에 대하여)이 우리에게 심어주고 있는 연애, 결혼 등에 대한 환상에 대하여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억압되어 있는 성에 관한 관념들이 조선시대 유교적 전통에서 온 것이 아니라 근대계몽기의 산물이라는 것이 많이 놀라웠다.

여러 가지 새로운 사실이 많았으나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모든 것이 폐쇄적이었다고 생각했던 중세시대에 성에 관한 개방성과 유머를 동반한 문화적 형태들을 반상에 관계없이, 큰 사회적 억압 없이 공유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누가 주위에서 성에 관한 농담이라도 할라치면 혐오스럽다는 느낌이 드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이것도 근대의 산물인가?

<변강쇠가>기물타령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또한 3.1운동 이후 민족의 독립에 쏟았던 열정이 연애로 옮겨 갔다는 사실도 신기했다.

 ‘연애라는 단어를 접하고 이미 나는 물 건너간 얘기이니 잘 공부해서 자식들에게나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역사, 문학, 철학 등을 모두 동원하는 복잡한 주제임을 느끼게 되었다.

성적 욕망이 삶의 유쾌한 동력으로 전이될 수 있는 변환의 지점을 찾는 일이라는 시대적 요청에 대해 수성 학인들과 함께 활발한 담론의 장에서 소박한 나의 견해들이 깊이와 넓이를 가질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점심식사를 한 후 꼼꼼히 마스크를 장착하고 남산을 산책하였다.

우주의 선물이라 할 수 있는, 저렴하고 맛있는 식사와 학인들과 함께하는 남산 산책, 감이당의 필수코스다.

오븐에 구운 고구마와 과일, 담임샘이 준비해주신 레몬차까지! 수성을 더 풍요롭게 하는 먹을 거리, 참 감사하다.

 

2교시는 우리를 고뇌하게 만드는 카프카 시간이었다.

 너무 많이 주어진 시간 속에서 실종자를 읽으며 스스로 실종자가 되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에 시달리던 내게 오선민 선생님의 강의는 서서히 되돌아오는 길을 안내해 주셨다.

언제까지나 길 위에 있지 않을까하는 우려와 설렘이 공존하게 만드는 카프카의 매력을 열정적인 강의로 전달하신다.

카알의 자유에 대해 말하고 싶었으나 지금 상황이 그렇지 못한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는 말씀도 와 닿았다.

현실과 직접 연계되어 있는 공부, 내 삶의 태도를 변화시켜주는 공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 더 진지하게 몰입할 수 있지 않았나한다.

 세상은 계속 카알을 밀어내고 외면하지만 구간구간선택을 하고 만들어진 관계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운동성을 만들기도 하고 새로운 운동성을 받아들이는 삶을 산다.

명료한 목표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내 삶을 살아가는 것, 모든 것과 관계하는 것...

강의를 들을 때는 뭔가 이해하는 것 같아 행복했는데 후기를 쓰자니 깜깜한 복도를 헤매는 카알이 된 느낌이다.

 다음 시간 소송에서는 또 어떤 말씀을 들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카프카 강의 쉬는 시간, 명이샘의 낭송 덕분에 실종자에서 꼭 짚어야할 내용에 대해 다시 들을 수 있었다. 역시 우리 매니점이시다!


1교시와 2교시를 관통하는 근대라는 주제가 우리의 삶과 가치관에 어떤 식으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탐구를 계속하는 1학기가 되리라 믿는다.

 

조별토론 시간에는 각자 실종자에 나오는 이상하거나, 마음에 끌리는 씨앗문장을 갖고 해온 글쓰기에 대해 튜터샘과 학인들의 코멘트를 듣는 시간이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1조는 온라인으로 튜터링 하시고 우리 2조는 간단히 조별토론을 마쳤다.

함께 공부하는 학인들의 조언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는 배서연 튜터샘의 말씀을 들으니 타인의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라는 말이 떠올랐다.

작년에 수성 수업의 조별토론 시간이 많이 기억에 남아있다.

 많은 경험과 아픔을 나누는 자리이기도 하고 사유를 확장해 나가는 도반으로서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아주 소중한 시간이다.


강의가 없는 2주 동안 선화샘, 지연샘, 자혜샘께서 건강과 개인적인 문제로 공부를 중단하시게 됐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아쉬웠다. 앞으로 감이당에서 또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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